강남구 논현동의 한 건물 외벽 전광판에 동성 연인의 광고 영상이 내걸렸다. 게이와 레즈비언 커플이 서로 마주보며 키스와 스킨십을 하는 모습이 담긴, 바쁜 걸음을 멈추게 만든 영상이다.
성소수자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한 애플리케이션 홍보를 위해 기획된 민망한 영상광고를 접한 주민들은 강남구청에 거센 항의의 민원을 넣었다. 난처해진 강남구청은 '옥외광고물법'의 근거를 들어 광고 회사에 해당 영상 송출 배제를 요청했고, 운영사는 광고를 설치한 지 나흘 만에 광고를 철거했다.
성소수자 커뮤니티가 "시대에 맞지 않는 퇴행적 행정"이라며 강남구청의 이번 조치를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지만, 어린이와 청소년이 오고가는 대로상에 보란 듯이 내건 동성 연인의 스킨십 장면은 동성 간이냐 이성 간이냐를 구분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민원의 소지가 있긴 했다.
20초 분량의 해당 영상을 하루 100회 이상 1년간 송출하는 조건으로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는 앱 운영사는 막심한 손해로 뒷목을 잡게 됐다. 그러나 미풍양속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강남구청의 판단은 무리가 없어 보인다.
'성소수자 관련 사업이 2024년에도 이렇게 박대를 당할 줄은 몰랐다'는 불평도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거침없이 키스와 포옹을 하는 선정적인 광고영상을 두고 성소수자들의 모습이라서 박해하는 것이냐 따지고 드는 것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억지인가를 생각해봐야 한다.
동성애자는 같은 성을 지닌 사람에게 성적으로 끌리는 사람이다. 남성 동성애자를 칭하는 '게이(gay)'는 '행복한, 유쾌한'이란 의미라고 한다. 여성 동성애자인 '레즈비언(lesbian)'은 여성들끼리 사랑을 나눈 그리스의 레스보스섬에서 빌려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레스보스섬에서 지내며 뭇 여성에게 사랑의 시를 써주었던 여류 시인 사포의 이름을 따 사피즘(Sapphism)이라고도 부른다.
영어권에서는 여성과 남성을 구분하지 않고 동성애자를 게이(gay)라 통칭한다. 1990년대 이후 우리나라는 동성애자를 '이반(異般)'이라 하는데, 이성애자들인 '일반(一般)'인에 대항하여 스스로 지어낸 말이다.
개화기 우리나라에서는 가벼운 동성애에 대해 비교적 관대했던 것 같다. 신식교육을 받기 시작한 신여성들은 여성끼리의 교제에 관심이 많았다. 급기야 이루지 못한 동성 간의 사랑을 비관해 동반 자살을 한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1931년 4월 영등포역 기차선로로 뛰어든 작곡가 홍난파의 조카며 의사 홍석후의 딸 홍옥임과 재력가의 맏며느리 김용주의 동성연애 사건은 거의 한 세기가 지난 2012년 '콩칠팔 새삼륙'이라는 뮤지컬로 만들어졌다.
조카 홍옥임이 쓴 동시를 보고 홍난파가 작곡한 동요제목 '콩칠팔 새삼륙'은 남의 일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이러쿵저러쿵 떠들어댄다라는 의미다.
남학생 기숙사에서도 동성 간의 교제가 유행했다. 춘원 이광수는 단편소설 '윤광호(尹光浩)'를 통해 그 시대 남학생 사이의 연정을 다루었다.
유학생인 동경K대학 경제과 이년생 윤광호는 P를 연모한다. 그러나 P는 윤광호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는다. 윤광호가 P에게 혈서까지 써 보내지만 P는 혈서를 반송하며 사랑을 구하려면 외모와 황금과 재주가 있어야 하는데 재주만 있는 윤광호가 싫다고 했다. 거절당한 윤광호는 술을 마시고 자살한다. 윤광호의 친구 김준원이 윤광호의 묘비를 쓰며 P가 남자라는 사실을 소설 말미에 알리는 것이 소설의 줄거리다.
이제 동성애는 이성애와 마찬가지로 인간의 정상적인 성적지향 중 하나로 이해되고 있다. 동성애자임을 당당하게 밝히는 사람이 늘고 있고, 커밍아웃한 사람에 대해 특별히 거부감을 느끼지도 않는다.
그러나 거리낌 없는 애정표현은 자제하는 것이 맞다. 차별적 관점에서가 아니다. 일반이든 이반이든 성은 드러내어 자랑하면 추해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