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 사망자가 밤사이에 1명이 더 늘었다. 추가 사망자 발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위중한 환자들이 많아 걱정이다.
인명피해 면에서 보면 역대 네 번째 참사라지만 21세기 들어 발생한 단일 건물 화재 사고로는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최악의 화재 참사다. 한 달여 전 제천을 덮친 화마의 충격에서 아직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잇달아 발생한 더 큰 화재 참사에 국민들은 하나같이 망연자실, 정신 줄이 날아간 상태다.
이런 전쟁 같은 참사현장을 두고 벌이는 정치인들의 설전을 보고 있자면 욕도 아깝다는 마음이 든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북한 현송월 뒤치다꺼리를 한다고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했다"고 주장하며 "문재인 대통령은 사과하고 청와대와 내각은 총사퇴해야 한다."고 공격했다.
야당의 질책을 다소곳이 받아들일 여당이 아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전직 경남지사였던 홍준표 대표에게 역으로 책임을 물었다.
추미애 대표는 "직전 이곳의 행정 최고 책임자가 누구였는지도 한 번 따져 봐야 겠다."며 빈정거렸고, 송영길 의원은 "피해자의 아픔 위로와 사고수습을 할 틈도 없이 대통령과 정부를 공격한다."며 "세월호 같은 해양사고는 중앙정부관할, 소방안전본부는 지방정부 소속으로 홍 전 지사, 밀양시장, 국회의원 모두 한국당"이라는 주장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밀양 화재 참사에 대해서 입을 다물라는 민주당의 반격에 대해 홍대표가 조목조목 따지고 들었다. "우리가 세월호 사건 당시에 세월호 선박관리 책임을 맡은 송영길 인천시장 책임론을 논한 적이 있냐"가 1탄이다.
이어서 "그 당시 사고현장의 지사를 했던 이낙연 지사에게 세월호 책임을 물은 적이 있냐"고 했다. 마지막엔 충북지사까지 등장시켰다. "제천참사에 이시종 충북지사 책임론을 물은 적이 있냐"
한국당의 거친 공세에 밀린 민주당 현근택 부대변인은 "사태 수습과 대책 마련에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며 "밀양 화재를 정치쟁점화하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서둘러 수습했다.
정권교체에 따라 여야의 입장이 바뀌었을 뿐, 대형사고가 발생했을 때마다 똑같이 듣던 내용이다. 다만, 사태 수습과 대책 마련에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는 제안을 야당이 했고,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해 죄송하다는 반성을 여당이 했더라면 얼마나 미더웠을까.
내로남불,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임을 줄인 말이다. 자신의 잘못에는 한없이 관대하지만 남의 잘못에 대해서는 추상같이 지적하고 비판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비속하게 표현한 이 말이 어느 성어보다 많이 회자되고 있다. 남이 하는 말을 그대로 따라하는 것을 못 견디는 일부 식자들은 이 말을 남로내불이라 슬쩍 뒤집기도 한다.
'내로남불'의 유의어는 아전인수(我田引水)다, 그러나 자기 논에 물 댄다는 뜻으로, 자기에게 이롭도록 생각하거나 행동함을 이르는 말인 '아전인수'는 내로남불 옆에 세우기엔 어딘가 한참 부족한 느낌이다. 아전인수보다 훨씬 뻔뻔스럽고 낯 두꺼운 단어라야 맞지 않을까. 그렇다면 '아시타비(我是他比)'가 비슷하다.
고대 아테네 사람들의 판단기준은 '나는 늘 옳고 너는 늘 그른' 아시타비의 전형이었다고 한다. 변방을 무시하면서 우쭐한 선민의식에 절어있던 아테네인들은 '아테네 시민들은 항상 옳지만 변방인은 항상 틀렸다'고 주장하며 변방인들의 말을 진언이라 해도 개 짖는 소리처럼 취급했다.
그들은 변방인을 바바로스(barbaros)라 부르며 무시했는데, 개가 짖듯 바르바르 지껄이는 상놈들이라는 의미였다. 야만인, 오랑캐, 미개인을 지칭하는 영어단어 바바리안(barbarian)이 바바로스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민생보다 정쟁에 혈안인 정치인들의 아시타비를 이제부터 개 짖는 소리라 치고 귀 막아야 할까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