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과 복이 따르는 트럼프

2024.07.16 14:13:18

류경희

객원논설위원

트럼프는 억세게 운이 좋은 사람이다. 지난 13일 오후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 야외 유세 도중 피격을 당했으나 암살범의 총알은 그의 오른쪽 귀를 스치는데 그쳤다. 총알이 날아오는 순간 절묘하게 고개를 돌려 치명상을 피할 수 있었으니 천운이었다.

국가 비상사태가 선포됐을 만큼 코로나가 창궐했던 지난 2020년 3월에는 브라질 대표단과의 만찬장에서 3명이상의 확진자와 접촉했지만 연장자인 트럼프는 음성진단판정을 받아 놀라움을 안긴 바 있다.

피격직후 경호원에 에워싸여 대피하면서도 그는 의연했다. 성조기 앞에서 주먹을 치켜들고 "싸우자"를 외치며 지지자들의 열띤 호응을 끌어내는 트럼프의 모습은 쇼맨십이라기보다 당당한 리더십으로 비쳐졌다.

피격 사건으로 지지층이 단단해져 대선 승리의 무게가 트럼프에게 실렸다는 분석이 나오자마자 약삭빠른 중국의 제조업체들은 빛의 속도로 움직이며 장사 속을 챙겼다.

곧바로 트럼프의 이미지가 새겨진 티셔츠 생산 계획이 세워졌고, 피격 2시간 30분이 지난 오후 8시 40분부터는 중국의 이커머스 플랫폼 '타오바오'를 통해 이미지 사진만 올린 티셔츠 주문을 장당 22.95달러(약 3만 원)에 받기 시작했다. 티셔츠 한 장이 완성되는데 평균 1분 정도가 걸리는 도널드트럼프 암살시도 기념티셔츠에는 트럼프가 주먹을 든 사진과 함께 '당신은 트럼프를 죽일 수 없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아무리 재주가 뛰어나도 운 좋은 놈은 이길 수 없다고 한다. 성실하게 노력하는 자를 낙담케 만드는 이른바 운칠기삼(運七技三)의 논리다.

명나라 말기 산동성 치천현 출신인 '포송령'은 어려서부터 뛰어난 수재였다. 그러나 어찌된 영문인지 과거시험에 계속 실패하여 서른한 살부터는 평생 남의 집 궂은일과 코흘리개들의 훈장 노릇을 하며 겨우 연명해야했다. 타향을 떠돌다 일흔 살의 노구를 이끌고 고향으로 돌아 온 그는 쓸쓸하고 가난하게 살다 일흔다섯에 명을 다했다,

애석한 수재 '포송령'이 집필한 기담서 '요재지이'에 자전적 체념을 담은 운칠기삼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오랫동안 글공부에 매달렸으나 번번이 과거에 붙지 못한 선비가 있었다. 생활고로 아내까지 곁에서 떠나자 비관한 선비는 목숨을 버리기 전 마지막으로 옥황상제를 찾아간다. 자신보다 아둔한 친구들은 모두 급제했는데 자신만 매번 낙방하는 이유를 따져 묻자 옥황상제는 선비 앞에 정의와 운명의 신을 불러 술 대작을 시켰다.

이기는 쪽 대로 세상사가 돌아감을 인정해야한다는 다짐을 받은 대작에서 운명의 신은 7잔을 마셨으나 정의의 신은 겨우 3잔을 마시고 물러섰다. 7할의 운과 3할의 노력으로 이루어지는 세상사에 대한 한탄으로 아무리 재주가 뛰어나도 운이 따라주지 않으면 성과를 보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오래 사는 수(壽), 재화가 넉넉해서 생활에 불편이 없는 부(富), 몸과 마음이 모두 평안한 강녕(康寧), 남에게 덕을 베풀 줄 아는 유호덕(攸好德), 고통 없이 임종을 맞는 고종명(考終命)을 인간이 누리는 다섯 가지 복으로 부러워한다.

도널드 트럼프는 오복 중 살아서 누릴 수 있는 복을 모두 누리며 살았다. 세계의 심장인 뉴욕에서 부동산재벌인 아버지의 차남으로 태어나 사업가, 베스트셀러 작가, TV쇼 진행자, 배우 등으로 활동한 팔방미인이다.

조 바이든 이전엔 미국 역사상 최고령으로 취임한 대통령이었고, 배우였던 로널드 레이건의 뒤를 이은 샐럽 출신 대통령으로 만 78세인 지금까지 활기가 넘친다. 세계적인 패션잡지 애비뉴, 베니티 페어, 보그, GQ 등의 모델이었던 젊은 트로피 와이프 '멜라니아'도 남성들의 배앓이에 한 몫 한다.

금수저로 태어나 사업과 저술, 연예활동에서 성공을 이루고 미국 대통령에 올라 온갖 복을 다 누린 그에게 사고조차 전화위복이 되는 운까지 따라주고 있으니 조물주가 만인에게 공평한 것은 아니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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