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힘이 김건희 여사에게 명품 가방을 선물하고 도촬 폭로해 파란을 일으킨 최재영씨를 '위증과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지난 26일의 2차 청문회에서 '김건희 여사가 한동훈 전 법무부장관과 고위직 인사를 조율했다'고 주장한 최씨의 발언이 거짓이라는 판단에서다.
여당은 '위헌적 청문회에서 정치 공작의 주모자를 데려다 놓고 거짓 선동의 판을 깔아주고 있다'며 흥분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청문회를 지켜본 국민의 입장에선 '국회 법사위가 가짜 뉴스와 음모론의 진원지가 됐다'는 지적에 훨씬 더 공감하게 된다. 대통령의 부부생활까지 조롱한 막장대화 수준 때문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진행된 윤석열 대통령 탄핵청원 심사 청문회에서 대통령 영부인이 최재영 등과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놓고 위원장을 비롯한 야당 청문위원과 최씨는 대통령부부의 침실까지 참견하며 마음껏 빈정거렸다.
전 국민의 시선이 집중된 국회청문회에서 이런 낯 뜨거운 저질 질의가 오고가도 되는가 싶어 듣는 귀를 의심케 한 대화 내용은 뒷목을 잡게 했다.
'새벽 3시, 4시에 계속 문자를 주고받았던데 김건희 여사는 잠을 안 주무시냐'로 포문을 연 박지원 의원에게 당사자인 최씨는 "사적인 것은 알 수 없지만 드러난 현상으로 보면 부부생활은 없는 것 같다"고 단언했다.
누워서 평화롭게 TV를 시청하던 국민을 벌떡 일어나도록 만든 자신의 말이 한참 성에 안찼던지 최씨는 다시 "한 침대를 쓰는 분이 외간남자들이랑 통화하거나 카톡하는 건 쉽지 않겠죠"라고 경박스레 덧붙였다.
이러한 막말을 제지하기는커녕 "야밤에 이런 내용의 카톡을 한 횟수가 정말 경악할 정도"라며 "옆에 있는 윤석열 대통령은 뭐하고 있었나"라고 거든 정청래 위원장의 거침없는 비아냥거림은 시정잡배의 행태와 다를 바 없었다.
'지금 뭐 하는 거냐'라 외친 국민의 힘 유상범 간사의 항의를 정청래 위원장은 '의사 진행 중'라고 받아쳤다. 그 다음 발언이 더 가관이다. '그만하세요'라는 유상범의 만류에 정청래는 '그만하라고 한다고 내가 그만할 거 같아요?'라며 야지랑을 떤 것이다.
대통령과 영부인의 부부생활까지 제 멋대로 비약해 찧고 까분 국회의원과 최재영의 대화내용은 옳고 그름을 떠나 최소한의 예의를 저버린 횡포다. 남의 부부침실에 관한 이야기는 어떤 경우에도 함부로 입에 올리지 말아야할 조심스런 사생활 영역이 아닌가. 게다가 대화의 수위를 조절하며 격 있는 진행을 해야 하는 위원장은 막말을 부추기며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정청래가 쐐기를 박은 '그만하라고 한다고 내가 그만할 거 같아요?'는 해괴한 어록으로 남아 앞으로도 계속해서 회자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유상범 만이 아닌 전 국민을 개 무시한 오만방자한 망언이기에.
최씨가 지적한 영부인의 외간남자들 중 가장 대화를 많이 나눈 외간남자는 바로 최재영 본인이다. 외간남자를 사전에선 '가족이나 친척 관계가 아닌 남자'로 설명한다. 그러나 외간남자(外間男子)의 외간(外間)이 풍기는 뉘앙스는 단순히 아무 관계가 없는 사람이 아니다. 집안남자의 통제를 받는 부인이 내외해야할 집밖의 남자로, 되도록 가까이 하거나 접촉하지 말아야 할 대상이란 느낌이 큰 것이다.
그래서 '남자와 대화를 나눴다'는 아무렇지도 않지만 그 앞에 '외간'이 붙게 되면 왠지 부적절한 상상을 하게 된다. 최씨가 영부인의 대화상대를 굳이 외간남자라 표현한 점도 이런 효과를 노린 것이 아닌가하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
어쨌든 여성의 사회활동이 남성과 동등해진 지금, 외간남자를 운운하며 여성을 폄하하려는 한심한 작태는 불쾌하기 짝이 없다.
최재영은 대북사업가며 친북 활동가로 더 알려져 있지만 어느 장소에서나 자신이 목사임을 내세우는 사람이다. 그가 그의 바람대로 목사로 불리려면 남의 부부생활을 추측해서 함부로 모욕하는 발언 따위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