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가 더불어 민주당 박홍근 의원을 고소했다.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다. 영부인이 국정원 특활비 1억 원을 받아 명품 구입 등에 썼다는 의혹을 제기하여 고소를 당한 박의원은 이 상황을 즐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국회의원 6년을 하면서 처음으로 당해본 고소다. 이명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받았다는 것이 영광이다"라며 한껏 여유를 부리고 있으니 말이다. 자신을 고소하기 전에 김희중 전 실장이 검찰조사에서 그런 진술했는지를 먼저 확인하길 바란다며 김희중에게 책임을 돌리는 스킬도 상당히 정치인스럽다.
김희중 전 실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지시로 특활비 1억 원을 받아 김윤옥 여사를 보좌하는 제2부속실장에게 건넸다는 진술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김윤옥 여사가 이중 3, 4천만 원을 지난 2011년 미국 방문 때 명품 구입에 사용했는지는 확실치 않다.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은 김 여사가 2011년 미국 방문 시 명품을 구입했다는 것은 완전한 허위라며 펄쩍 뛰고 있다. "공식적인 국빈방문으로 쇼핑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으며 기자들에게 계속 취재를 당하는 상황에서 드러나지 않게 명품 쇼핑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고 반박했다.
그런데, 재미교포 여성 커뮤니티 '미시USA'는 김윤옥 여사의 쇼핑 목격담을 기사화했었다. 김윤옥 여사가 남녀 경호원을 대동하고 버지니아주 '타이슨스 갤러리아' 쇼핑몰에 입점한 '니만마커스' 백화점에서 쇼핑하는 것을 보았다는 내용이었다. 기사의 내용이 사실이라 해도 지역의 대표적인 관광코스를 둘러보며 사비로 쇼핑을 했다면 그게 무슨 감출 일일까.
이명박 전 대통령의 측근은 현 정권과 서로 날을 세운 현재의 대치상황을 끝까지 가는 수밖에 없다며 '호랑이 등에 탄 것'이라 비유했다.
호랑이 등에 타고 달리는 기세를 의미하는 기호지세(騎虎之勢)는 중도에서 도저히 그만둘 수 없는 형세를 나타내는 말이다. 호랑이 등에서는 내려올 수 없는 이유는 단순하다. 내려오는 순간 호랑이에게 물리고 뜯겨 죽음을 당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면돌파의 의지를 밝힐 때 정치인들이 즐겨 인용하는 말이 기호지세다.
남북조 시대 말엽이던 581년, 북주(北周)의 선제(宣帝)가 승하하자 실권을 거머쥐게 된 양견이 궁중에서 모반을 도모하고 있을 때, 남편의 의중을 이미 간파하고 있던 양견의 아내 독고씨(獨孤氏)는 남편에게 편지를 보낸다.
"지금 당신이 벌인 대사는 호랑이를 타고 달리는 기세여서 도중에서 내릴 수 없는 일입니다(騎虎之勢 不得下). 만약 도중에서 내리면 범에게 잡혀 먹히고 말 것입니다. 그러니 호랑이와 끝까지 가셔서 부디 목적을 이루십시오."
기호지세에 비유하며 자신을 독려하는 아내의 응원에 용기를 얻은 양견은 선제의 아들인 정제를 폐위하고, 수(隋)나라를 세운 뒤 황제에 올라 문제(文帝)가 됐다.
김윤옥여사는 남편이 대선 후보로 나서면서부터 명품 때문에 구설에 올랐었다. 2007년 대선 당시 대통합민주신당의 김현미 대변인은 김윤옥 씨가 한나라당 경선 울산 합동연설회에서 차고 있던 시계가 국내 두 군데 호텔에서만 판매하는 프랭크 뮐러로 가격이 1,500만원이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이 문제의 시계가 개성공단 입주업체인 국산 로만손시계라고 반박하자 시계를 내놔보라는 요구도 했다.
영부인이 된 김윤옥 여사는 허위 사실을 유포한 김현미를 상대로 1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가 취하했다. 민사소송은 소 취하 됐지만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유포혐의로 기소된 김현미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형을 받았었다. 첫 공판에서 "정황상 그런 논평을 할 수 있었다"고 한 김현미의 주장이 생각난다.
일생을 살면서 고소사건에 휘말릴 일이 몇 번이나 될까. 평범한 사람이라면 한 번도 경험하기 힘든 일일게다. 더구나 명품논란 때문에 고소를 몇 번씩 하게 되다니, 보통사람은 감당키 힘든 숨 막히는 삶이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