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 노출된 지 2개월여 만에 구속영장이 청구된 '명태균'은 대체 어떤 사람인가. 갑자기 나타나 정국을 땡벌집 건드린 듯 뒤집고 있으니 대단한 인물임엔 틀림이 없다. 하지만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제법 힘깨나 쓴다는 정치인들과 교류하며 선거판을 뒤흔든 정치브로커 명태균이 쌓아 온 경력은 헛웃음이 나올 정도다.
사업가라고 하지만 무슨 사업을 하고 있는지 애매하고, 언론인이라 하지만 어떤 기사를 다루었는지도 불분명한 명태균은 도깨비불같은 사람이다. 불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고 그 불을 두렵게 여기기도 하지만 아무도 실체를 모르는.
라디오 방송에 출연했던 명태균은 뉴스 진행자로부터 "어떤 사람이냐"라는 질문을 받자 "제가 하는 일이 저를 대변하는 것"이라 심플하게 답했다. 이 역시 실체가 불분명한 도깨비불처럼 아리송한 답변이다.
1970년 생으로 소개돼 있으나 1969년생일 수도 있는 명태균은 경상남도 창녕군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본인은 '인천 부평구'가 고향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아무튼 청소년 시절을 경남에서 보낸 것 같다.
소를 키우다가 무릎이 다 나갔을 정도로 신산한 청년기를 보냈다는 그는 창원대학 산업비즈니스학과를 졸업한 뒤 휴대폰 대리점과 전화번호부 관련 업체를 창업, 텔레마케팅 사업을 시작했다. 텔레마케팅 업체 폐업 후 서울권 여론조사 업체 등에서 잠시 근무한 뒤 명태균은 지역 여론조사 업체 '미래한국연구소'를 창립하여 여론조사 관련 업무를 하게 된다.
지역 여론조사 업체 등을 운영하며 정치권과 연이 닿게 된 그는 지난 2017년 19대 대통령 선거 당시 문재인 민주당 후보 선대위로부터 임명장을 받기도 했다.
선거와 관련한 그의 범죄 전력이 만만찮다. 2018년 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바람이 불자 무자격 상태에서 불법 여론조사를 실시한 명태균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는데, 벌금형 확정 직후에도 자숙하지 않고 선거권이 없는 상태에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다시 벌금형을 받았다.
사기전과도 있다. 2016년 창원시 6급 공무원에게 '5급 승진 로비를 해주겠다'며 접근해 뇌물을 받아 챙긴 혐의로 2019년,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과 3225만 원을 추징당했다. 범죄경력으로 미루어 보면 간이 배 밖으로 나온 사람이다.
이런 황당무계한 행적의 그가 2022년 대선판에 발탁돼 윤석열과 안철수 단일화의 메신저 역할을 수행했다고 한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미래한국연구소 명태균 회장' 직함으로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됐다.
그런데 경력도 실력도 미미한 전과자 명태균이 어떻게 힘 있는 정치브로커로 자리를 잡게 됐을까. 일단 그는 대단한 입담으로 상대를 혼미하게 만든다고 한다. '토끼와 거북이가 달리면 누가 이길까요'라는 식의 뜬금없는 질문을 던진 뒤 '바다에서라면 거북이가 이긴다'는 답안 등으로 판을 깐다는데, 이런 허무맹랑한 대화에 홀린 정치인들은 '과연 명박사'라며 존경을 표했다니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 판이 없다. 한발 뒤에서 이들이 놀던 판을 들여다보면 야바위꾼 명태균에게 놀아난 정치인들의 멍청한 실체가 훤히 읽힌다.
국회 정보위원회 위원장 신성범 국민의힘 의원은 이처럼 하찮은 이야기로 혼을 빼는 명태균을 가리켜 '독특한 시각으로 정치를 새롭게 분석하는 희한한 촌놈'이라고 평했다. 명태균의 화려한 화술이 전형적인 사기꾼 화법과 닮았다는 지적도 있다. 자기 말만 하지만 '비유도 많고 흥미로우며 맞고 틀리고를 떠나 재미있고 들을 만하다'는 것이다.
최근 두 번 째 검찰 조사를 마치고 검찰 청사를 나오며 기자들과 질의 응답하던 명태균은 독특함을 뛰어넘는 안하무인격 화법을 구사해 큰 볼거리를 제공했다.
계좌추적에 관한 명씨의 질문에 기자가 본인이 신용불량자가 아니냐고 받아치자 명씨는 갑자기 미래한국연구소 사무실 가봤느냐며 사무실이 몇 평이더냐고 했다. 몇 평인지 모른다는 기자를 책망하며 자리를 뜬 명태남이 남긴 한마디가 압권이었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이런 화법에 누가, 어찌, 감히, 대적할 수 있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