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극적인 이슈를 영상으로 만들어 논란이 식기 전 온라인 플랫폼에 올리는 사람을 '사이버 렉카'라고 부른다.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사고차량을 견인하려 번개처럼 현장에 나타나는 사설 견인차 레커(Wrecker) 앞에 사이버를 붙인 신조어다.
이들은 떼로 몰려와 견인을 다투는 레커차량들처럼 조회 수를 노린 자극적인 콘텐츠를 경쟁적으로 유통시킨다. 이 모두가 돈이 되기 때문이다.
각종 사건, 사고에 몰려들어 악착같이 물고 뜯는 이들의 행태는 흡사 하이에나와 같다. 하이에나는 몸서리쳐지는 몰골로 공포와 혐오의 상징이 된 동물이다. 개와 비슷하지만 분류학적으로는 사향고양이에 가까운 이놈은 들개도 아니고 고양이도 아닌 흉측한 모습을 하고 있다.
윤기 없는 부스스한 털에 몸집보다 큰 머리통, 어둡고 음울한 표정으로 다른 맹수들이 사냥한 먹이를 가로채서 먹고 산다. 썩은 고기까지 먹어치우는 대단한 식성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하이에나를 사람들의 영혼을 흔들고 무덤을 파헤치는 악마로 여기기도 한다.
유튜브 등에서 활동하는 사이버 렉카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인기를 얻게 되자 일부 사이버 렉카는 진짜 언론인인양 우쭐대고 있다. 기성 언론이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역할을 바로 잡아 세우기 위해 나섰다며 오히려 기성 언론을 깔보고 무시한다.
확인되지 않는 루머를 사실처럼 유통하여 각종 가짜뉴스를 양산하지만 아니면 그만이란 식으로 반성과 책임이 없다. 선정과 폭력을 음모론으로 버무린 콘텐츠가 돈이 되기 시작하자 잔돈푼으론 성이 차지 않은 이들은 '사이버 렉카 연합'을 조직하고 서로의 정보를 공유하며 피해자들의 등을 치기 시작했다. 지금 세간을 흔드는 소위 '쯔양 협박사건' 같은 야비한 범죄를 아무런 가책 없이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하인리히 뵐의 소설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는 더러운 황색 언론에 의해 무참히 유린당한 힘없는 여인의 명예에 관한 이야기다.
한 일간지 기자가 살해당했다. 기자를 살해한 범인은 스스로 경찰을 찾아와 자신의 짓임을 자백한다. 소설은 27세의 평범한 여인 '카타리나 블룸'이 왜 살인을 저지르게 됐는지 닷새간 그녀의 행적을 보고서처럼 설명한다.
첫날, 카타리나 블룸은 댄스파티에서 '괴텐'이란 다정한 남자를 만나 자신의 집에서 밤을 보낸다. 그런데 이튿날 경찰이 블룸의 집에 들이닥쳐 수색을 하고 그녀를 연행한다. 언론과 경찰이 쫓는 은행강도와 살인혐의가 있는 괴텐을 도주시켰단 이유에서였다.
아무 것도 몰라 심문에 답하지 못하는 카타리나를 경찰은 믿지 않았고, 언론은 경찰 조사에 묵비권을 행사하는 도주범의 여자로 그녀를 매도한다. 자신의 기사가 여론의 관심을 받게 되자 흥분한 기자는 점점 더 자극적인 가짜기사를 작성해 올린다.
성실한 가정부로 가끔 댄스파티에 가는 것이 낙이던 착하고 순수한 그녀는 일간지 차이퉁 기자 '퇴트게스'의 먹잇감이 되면서 하루아침에 '살인범의 정부, 테러리스트의 공조자, 음탕한 공산주의자'로 전락한다.
아무런 증거가 밝혀지지 않자 카타리나는 풀려난다. 그러나 카타리나를 믿었던 사람들은 어느새 가짜기사에 세뇌되어 죄 없는 그녀를 의심하고 있었다. 언론에 의해 조작된 그녀의 진실은 어차피 관심거리가 아니었다. 다만 먹잇감을 도마에 올려 난도질한 언론과 침을 흘리며 눈독을 들이는 관음증 환자들만이 우글댔을 뿐.
분노한 카타리나는 총을 품고 자신의 사건을 조작한 기자를 만나 응징한다. 자수하면서 그녀는 퇴트게스를 죽인 뒤 한참을 걸었으나 죄책감이 전혀 들지 않았다고 자백한다. 가짜 보도의 폐해를 다룬 하인리히 뵐의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는 파급력을 등에 업은 언론의 폭력성을 고발하고 있다.
지금 여론을 호도하는 렉카 유튜버들에 대한 공분의 목소리가 높다. 그런데 모든 책임이 그들에게만 있는 것일까. 그동안 그들이 생산한 터무니없는 주장을 그대로 베껴 올린 기성 언론이나 렉카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짜 뉴스를 응원하고 선전했던 정신 나간 정치인들도 한심하긴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