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대할 할배들을 찾습니다' 신박한 제목이 눈길을 잡는다. 인터넷 유머 게시판에 올라 온 게시글의 제목이 우선 걸출하지만 핵심을 찌르는 문장은 유머로 분류하기엔 아까울 정도의 명문이다. 앞으로 젊은이들보다 노인네들을 군에 입대시켜야함을 주장하는 내용을 다시 정리해보면 대충 이렇다.
첫째 50, 60대에서 70대에 이른 노인네는 절대 허약하지 않다. 힘이 넘치는 노인들이 이른 퇴직으로 할 일이 없다보니 남아도는 힘을 주체치 못해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는 등 영양가 없는 망동으로 사회를 시끄럽게 한다고 했다.
둘째, 젊은이들보다 약간의 근력이 부치긴 하나 현대는 옛날 같이 무거운 창칼을 들고 싸우는 시대가 아니니 군복무에 전혀 지장이 없다. 무엇보다 지금 한창 공부와 일, 결혼에 힘써 열심히 2세를 만들어야 할 젊은이들을 군대에 가둬두는 것은 비효율적이라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는 개인적인 사정을 올렸는데, 밥해주기 싫어서 툴툴대는 늙은 마누라와 붙어있는 것보다 군 입대가 훨씬 낫다고 했다.
***젊은이 못지않은 시니어의 기개
노인이 젊은이보다 군 복무에 유리한 점도 자랑했다. 나이가 들며 새벽잠이 없어지니 경계 근무 잘 서지, '몇 년 더 살아봤자' 하는 생각에 몸 아끼지 않고 용감하게 대응하지, 이제까지 쌓아 온 사회 경험이 넘치니 요령 좋지, 복무 중 부상을 당해도 얼마 못 살 테니 치료비와 상이연금이 절약된다고 했다. 재 입대를 해서 볼 수 있는 이득 또한 만만치 않다고 홍보했다. 재워주지, 먹여주지, 입혀주지, 용돈주지, 동년배끼리 모여 있으니 마음 통해 좋지, 기존 연금은 연금대로 챙기지. 이만하면 죽어서 가는 천당보다 군대가 훨씬 낫다는 회유에 무릎을 치게 된다. 그 좋은 군대 나도 가고 싶구나.
갑자기 금융위기 때쯤 떠돌던 철지난 노인 입대 유머가 떠오른 것은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의 '여성 군복무' 총선 공약에 맞선 '시니어 아미(senior army)' 주장이 나왔기 때문이다. 시니어 아미 창설론은 저출산으로 인한 병력 문제해결을 위해 이미 전역한 50~70대 남성을 재 입대시키자는 주장이다.
***던지기 식 공약은 곤란해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경찰, 해양경찰, 소방, 교정 직렬에서 신규 공무원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남성과 여성에 관계없이 병역을 수행할 것을 의무화하겠다'며 '병역자원부족'을 제도 도입의 필요성으로 내세웠다. 여성신규공무원의 병역 의무화를 통해 연간 1~2만 명 정도의 병역자원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는 개혁신당 측의 주장에 대해 사단법인 시니어 아미 측은 '여성 군 복무 공약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할 나라가 고려할 정책이 아니다'라고 즉각 반박했다.
여성의 군복무가 병역부족을 해결하는 합리적 대안이 아니라며 양성평등을 핑계로 여성도 군대에 갔다 와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세상을 너무 좁게 보는 것이라는 사단법인 시니어 아미의 지적이 이준석의 마구던지기 식 공약보다 설득력이 있다.
이준석의 공약대로 젊은 여성의 군복무를 6년 후부터 시행한다면 그렇지 않아도 떨어지고 있는 출산율은 어떻게 붙잡을 것인가. TV 100분 토론을 중의적인 패러디로 구성했던 개콘의 '도대체 소는 누가 키우나'란 대사가 그래서 자꾸 생각난다. 일부에서 제기하는 '성별 갈라치기'나 '군 면제대상 남성의 직업선택자유침해' 등의 우려도 허투루 넘길 사안이 아니다.
현재 55세에서 75살 사이의 남성 691만 명 중 상당수가 국가를 위해 다시 한 번 총을 들 각오가 돼 있으며 '1%만 자원해도 약 7만 명의 예비 전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시니어 아미 측의 주장이 정치인의 공약보다 든든하다. 어쩌면 이런 현수막이 동네마다 걸릴 날이 멀지 않을 지도 모르겠다. '손주야, 할아버지 재 입대한다. 너희는 아기나 잘 만들고 있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