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보다 특별해 보이는 그 사람

2024.03.05 14:32:12

류경희

객원논설위원

사랑하는 사람의 눈에 비친 애인은 항상 서시(西施)처럼 특별해 보이는 법인가 보다(情人眼裏出西施). 우리말로 굳이 비유하자면 제 눈에 안경이 될 '정인안리출서시'는 중국인들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은 소설로 꼽히는 조설근의 장편소설 홍루몽 79화에 등장하며 널리 회자되었다.

영어에도 아름다움은 보는 사람의 눈에 달렸다(Beauty is in the eye of the beholder)라는 닮은 표현이 있긴 하다. 그런데 간혹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제일이라고 우기는 이 말이 터무니없을 경우 당치않은 안목에 '아이고 눈도 참 답답하다'며 안타까워하기도 한다.

서시는 왕소군, 초선, 양귀비와 함께 고대 중국 4대 미인 중의 한 사람이다. 아리따운 자태를 본 물고기가 헤엄치는 것조차 잊은 채 바닥으로 가라앉았다(沈魚)는 서시, 기러기가 날개 짓을 잊고 땅으로 떨어졌다(落雁)는 왕소군, 달도 빛을 가리고 구름 사이로 숨어 버렸다(閉月)는 초선, 꽃도 부끄러워 고개를 숙였다(羞花)는 양귀비를 묶어 '침어낙안(沈魚落雁) 폐월수화(閉月羞花)'라 부르는데 그 중에서도 서시의 미모를 으뜸으로 쳤다.

***좋아하면 서시처럼 보이는 신기한 눈

서시는 기원전 5세기인 춘추시대 말기의 여인이다. 월나라 왕 구천이 오나라 왕 부차와의 전쟁에서 패배하자 구천의 심복인 범려는 서시를 미녀공물로 오나라 부차에게 바쳤다. 복수를 하려는 월나라의 전략에 따른 희생양이 된 것이다.

천하의 절색 서시를 취한 부차는 정사를 돌보지 않고 서시의 계략에 놀아났다. 서시가 부차를 유혹하여 부차의 혼을 빼놓는 동안 구천은 거친 장작 위에 누워서 쓰디쓴 쓸개를 맛보는 '와신상담(臥薪嘗膽)'을 실천하며 부차를 공격할 힘을 키웠다.

월나라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던 충신 오자서를 자결하게 하면서까지 월나라에 대한 경계에 소홀했던 오나라는 결국 국력을 키운 월나라에 패망했다.

오나라가 망한 뒤 서시의 파란만장한 여생에 대한 설은 구구하다. 모시던 부차를 죽인 월나라 왕 구천의 후궁이 되어 총애를 받다가 구천의 정실 월부인에게 살해됐다는 것이 첫 번째 설이다.

두 번째 설은 서시를 궁으로 부른 구천의 명에도 불구하고 부차를 좇아 강가에서 자살했다는 설이다. 오나라가 패망했을 때 분노한 백성들이 서시를 죽였다는 설도 있다. 여러 가지 설들 중에서 가장 낭만적인 결말은 서시의 첫 연인이었지만 나라를 위해 이별했던 범려를 다시 만나 아무도 모르게 사라졌다는 설이다.

***안귀령에겐 차은우보다 예쁜 이재명

사랑하는 사람의 눈에 비친 애인은 서시처럼 보인다는 '정인안리출서시'가 슬그머니 떠오른 것은 더불어민주당 서울 도봉갑에 전략 공천된 안귀령 당 상근부대변인의 과거 발언이 최근 재조명받고 있어서다.

안귀령은 작년 2월 동아일보 유튜브 채널에서 진행한 '외모 이상형 월드컵'에서 최종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선택해 사랑의 콩깍지를 제대로 실증했다.

김남국 의원과 배우 김남길 중 한 명을 택하라는 질문에 김남국을, 문재인과 조국보다 이재명을 택했을 때는 그럴 수 있다 싶었다. 그런데 마지막 이재명과 차은우 중 한 명을 택하라는 질문에도 '이재명'을 외치자 파란이 일어났다. 세상에, 대한민국 최고의 꽃미남 차은우보다 이재명이라니.

이재명 대표의 미모가 부족하다는 말이 아니다. 밝은 피부색에 아기자기한 이목구비, 깔끔한 분위기까지 그만하면 어디에 내놔도 밀리지 않는 외모이긴 하다. 그러나 차은우라면 기준이 틀려진다. 그렇다고 안귀령의 안목을 탓할 생각은 없다. 안귀령에겐 누가 뭐래도 서시처럼 보이는 특별한 사람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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