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레스코드를 외면한 트럼프

2025.04.29 14:46:42

류경희

객원논설위원

프란체스코 교황의 장례미사에 참석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나 홀로 옷차림으로 구설에 올랐다. 외국 대표단 좌석의 맨 앞줄 오른쪽 첫자리에 앉아 있었기 때문에 밝은 파란색 정장에 푸른 넥타이를 맨 트럼프의 패션은 더욱 유별나 보였다.

자국 대통령의 범상치 않은 옷차림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간판처럼 눈에 띄었다"고 빈정거렸다. 비난을 자제한 문장이지만 놀라움과 조롱이 느껴진다.

이어서 대통령 전용기 안에 어두운색 정장 한 벌이 없었을 리 없다며 "파란색 정장을 선택한 것은 자신이 누구의 규칙도 따르지 않고 자신의 규칙만을 따른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 하는 트럼프 대통령 의지와 완벽히 부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누구도 못 말리는 트럼프의 분방함을 대통령의 의지로 본 뉴욕타임스의 기사는 사회적 규칙을 거부하는 트럼프 식 개인 규칙에 대한 논의로 발전할 듯싶다.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의 부족한 차림새 역시 지적 대상이 됐다. 검은색 코트와 검은색 베일은 무난했으나 검은색 스타킹 대신 살구색 스타킹을 신은 것이 문제였다. 부창부수인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파격적인 복장은 미국 소셜 미디어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교황의 장례미사에 참석하며 어두운 색이 아닌 밝은 색 타이와 정장을 입은 자국 대통령의 행동이 부끄럽고 무례하다는 비판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검정색 군복을 입은 젤렌스키와 비교하며 '왜 우리 대통령만 뭐라 하느냐' 감싸는 의견도 올라온다. 이쯤 되면 콘크리트 팬심이다.

상황과 장소에 맞게 정해진 복장 규정이 '드레스코드'다. 보통 행사 주최자가 초대장이나 공지 등을 통해 참석자들이 행사의 분위기와 목적에 맞는 옷을 갖춰 입도록 드레스코드를 안내하는데, 이를 지키지 않으면 입장이 거부될 수도 있다.

NBA(미국프로농구협회)는 2005 시즌부터 힙합 패션 문화를 억제하기 위해 '단정치 못한 복장이나 너저분한 장식을 금한다'는 드레스코드를 도입했다. 유니폼 이외의 옷을 입는 경우 일정한 규정을 따라야하며 유니폼을 입지 않고 리그에 참여하거나 팀 행사에 참석할 때에는 정장이나 단정한 비즈니스 캐주얼 차림을 해야 한다.

NBA 드레스코드 규제사항은 상당히 구체적이다. 선수는 민소매 셔츠나 반바지, 티셔츠를 입을 수 없다. 경기장내 벤치에 앉을 때 선글라스를 착용해선 안 되며, 밖으로 드러난 목걸이와 메달, 헤드기어, 헤드폰 등도 금지 항목이다. 규정을 어길 경우 벌금이 부과되는데 계속 위반이 누적되면 출전금지 및 리그 축출 등 엄중한 조치가 내려진다.

일부 골프장에서도 드레스코드를 엄격히 요구한다. 칼라 없는 라운드 티셔츠 착용은 어림없고, 반바지는 통이 좁으며 길이가 무릎까지 내려오는 버뮤다팬츠만을 허용한다.

농구계의 전설 마이클 조던이 지난 2012년 미국 마이애미주의 라고스CC에서 드레스 코드를 지키지 않아 퇴장 당했던 일이 있었다. 바지 다리 부분에 건빵 모양의 커다란 주머니가 달려 있는 카고팬츠를 착용해서다.

카고팬츠는 주머니가 많이 필요한 화물 노동자의 작업복에서 유래한 바지다. 회원제 고급 골프장에서 카고팬츠를 입었으니 규정을 어긴 것은 맞지만 유명스타 마이클 조던을 칼같이 제재한 골프장 측의 단호함이 놀랍다.



트럼프 대통령은 격식에 맞는 옷차림에 예민한 사람이다. 지난 2월 정장을 입지 않은 젤렌스키 대통령을 무례하다고 맹비난했던 그가 왜 교황의 장례식에선 드레스코드를 외면했는지, 누구보다 계산에 밝은 트럼프의 속내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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