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설헌, 오월에 머물다
이연희
한국문인협회 강원특별자치도지회장
오월의 경포천을 걷는다
달빛 산책로를 지나
시인이 걷던 길따라 마음을 맡겼다
앙간비금도, 죽지사의 숨결이
나직이 번져오는 난설헌교를 지나니
하얀 아카시아꽃이 냇가 위로 흐드러지고
바람에 흩날린 꽃잎 사이로 맑고도 짙은 향이
호숫가를 따라 한 폭의 수묵화처럼 번져간다
잎새마다 되묻는다
사는 것은 흘러가는 것이냐 머무는 것이냐고
시가 되었던 그 여인의 자취를 따라
나는 지금 피고 지는 시간의 숲을 걷는다
무상 속에서도 꽃잎 지듯 시를 남기고 간 그녀
사라지지 않는 적막의 향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