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김순구

(전)한국감정평가사협회장·감정평가사

공정(公正)은 '공평하고 올바름'을 의미한다. 2022년 디지털타임스가 한국갤럽에 의뢰하여 조사한 주요 현안 인식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 사회가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가치'를 묻는 질문에 공정이라는 응답이 32.4%로 가장 많았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공정을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한 핵심 가치로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 조사의뢰 : 디지털타임스, 조사기관 : 한국갤럽, 조사기간 : 2022년 12월 19~20일 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공정한 사회는 구성원 간의 관계를 원만하게 만들며, 서로 협력해 나가도록 만든다. 국가와 사회가 안정으로 이어지고 법과 질서 속에 경제 발전을 이루는 데에도 공정은 든든한 주춧돌이 되는 것이다. 사회의 불평등을 최소화하고, 서로 믿음을 바탕으로 건강한 민주주의와 시민사회를 만들어 나가는데 필요한 공정은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핵심 가치임이 분명하다.

염치(廉恥)는 '체면을 차릴 줄 알며 부끄러움을 아는 마음'이라고 국어사전에 되어 있다. 염치를 말할 때 우린 종종 빈대에 빗대어 말하곤 한다.

정주영 회장의 일화다. 정 회장이 스무살 때 인천부두에서 막노동을 할 때의 이야기다. 노동자들과 함께 합숙소에서 생활하는데 빈대가 들끓었다. 빈대를 피해 식탁에 올라가 잠을 청해도 여지없이 기어 올라와 공격했다. 꾀를 내어 식탁의 네 다리를 물을 담은 대야에 담가 놓아도 소용없었다. 빈대가 벽을 타고 천장으로 올라가 낙하하는 고공 침투를 하니 말이다. 빈대가 한수 위였다. 정 회장은 그 일을 교훈 삼아 직원들을 야단칠 때 빈대만도 못하다고 하곤 했다 한다. 빈대한테도 배울 게 있는 법이란 뜻이다. 일을 그르치고 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에게는 우리 속담 '빈대도 낯짝이 있다'를 빗대어 혼을 냈다 한다. 작은 몸에 머리는 더 작아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속담 속 빈대의 낯짝은 실물의 그 낯짝이 아닐 터. 낯짝은 곧 체면이고 체면은 염치, 즉 부끄러움을 안다는 것일 것이다. 작고 천한 미물도 부끄러움을 아는데 사람인 우리가 부끄러움을 몰라서야 쓰겠냐며 한숨지었다 한다.

우리 사회에 어울려 사는 사람들은 공정과 염치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아 비난받는 사람도 종종 있지만 말이다. 인간으로서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어야 되는 공정과 염치이지만, 어떤 때는 공정이, 어떤 때는 염치가 더 소중하고 필요할 때가 있는 것 같다. 더 성장하고자 노력하는 청년들에게는 공평하고 올바른 경쟁의 기회를 주는 공정이, 두루 살피며 살아야 할 나이 든 어른들에게는 공정보단 체면과 부끄러움을 아는 염치가 더 필요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

바야흐로 선거철이 다가오고 있다. 내년 국회의원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이런 국가적 선거 말고도 각자가 속한 단체의 장을 뽑기 위한 선거는 여기저기서 많이 있다. 입후보한 후보자들은 천차만별이다. 그 '장 자리' 누리기가 목적인 염치없는 사람이 아닌, 조직·지역·국가를 위해 꼭 해야 할 일을 하기 위해 '장 자리'를 수단으로 하려 하는 염치 있는 사람이 당선되었으면 하고 바라본다.

'보아하니 염치는 삽살개 뱃속에나 있네. 늘 제 밥그릇이나 긁을 뿐 부엌을 바라보고는 앉지도 않네'. 밥그릇이 비어도 음식이 있는 부엌은 넘보지 않는 삽살개의 도리와 염치를 표현한 옛시인도 있다. 불공정한 사람도 밉지만 염치없는 사람이 더 미워지는 것을 보니 필자도 꽤나 나이가 든 것 같다.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경찰의날 특집 인터뷰 - 윤희근 경찰청장

[충북일보] 충북 청주 출신 윤희근 23대 경찰청장은 신비스러운 인물이다. 윤석열 정부 이전만 해도 여러 간부 경찰 중 한명에 불과했다. 서울경찰청 정보1과장(총경)실에서 만나 차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게 불과 5년 전 일이다. 이제는 내년 4월 총선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취임 1년을 맞았다. 더욱이 21일이 경찰의 날이다. 소회는. "경찰청장으로서 두 번째 맞는 경찰의 날인데, 작년과 달리 지난 1년간 많은 일이 있었기에 감회가 남다르다. 그간 국민체감약속 1·2호로 '악성사기', '마약범죄' 척결을 천명하여 국민을 근심케 했던 범죄를 신속히 해결하고,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건설현장 불법행위' 같은 관행적 불법행위에 원칙에 따른 엄정한 대응으로 법질서를 확립하는 등 각 분야에서 의미있는 변화가 만들어졌다. 내부적으로는 △공안직 수준 기본급 △복수직급제 등 숙원과제를 해결하며 여느 선진국과 같이 경찰 업무의 특수성과 가치를 인정받는 전환점을 만들었다는데 보람을 느낀다. 다만 이태원 참사, 흉기난동 등 국민의 소중한 생명이 희생된 안타까운 사건들도 있었기에 아쉬움이 남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맞게 된 일흔여덟 번째 경찰의 날인 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