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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범덕

미래과학연구원 고문

2023년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되었습니다.

모두 13명의 수상자가 나왔는데, 그중 4명이 여성이고 과학상은 8명 중 2명만이 여성이었습니다. 역대 114년간 과학상에서 여성은 불과 3%에 지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특히 생리의학상을 받은 커털린 커리코의 생애를 보니 엄청난 차별을 받았더군요. 그녀는 숙제였던 mRNA(메신저 RNA라고 하는데 유전정보를 전달하는 RNA)면역체계 연구로 코로나 백신개발을 이루게 함으로서 수백만 명의 생명을 구해 낸 학자로 소개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녀의 수상을 알리는 기사의 타이틀이 <대학에서 쫓겨났지만… 집념의 연구로 노벨상 탄 커리코>, 라고 되어 있는 것을 보면 매우 험난한 길을 걸어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커리코는 1955년 헝가리의 시골인 커즈피크에서 태어나 세게드(Szeged) 대학에서 약학을 전공하면서 mRNA에 눈을 떴습니다. 그러나 당시 헝가리는 가정을 꾸리며 연구하기에는 어려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가 1989년부터 펜실베니아 대학의 조교수라는 명목의 연구직으로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것도 명목상이지 실제로는 정교수에 고용된 계약직의 신분이었다고 합니다. 그때 헝가리 이민자에다 여성연구자에 대한 대우는 형편없었는데 당시 mRNA연구의 열기가 일어나 그나마 일자리를 얻었습니다. 그녀는 거의 실험실을 떠나지 않고 실험에 실험을 거듭하였지만 성과를 얻지 못했습니다. 여기에 mRNA동물실험이 실패를 거듭하자 연구열기가 급격히 식어버려 1995년 대학에서는 연구를 포기하거나 교수직을 내놓으라고 하였습니다. 커리코는 교수직을 포기하고 연구하는 길을 택했습니다. 시급 1달러로 말입니다. 결코 쉬운 길이 아니지요.

그러다가 2년 뒤 이번에 노벨상을 같이 받은 드르 와이스먼 교수와 만나게 되고, 그의 도움으로 연구비를 받아 연구에 숨통을 트게 되었습니다. 결국 8년만에 면역거부반응을 피하는 mRNA합성법을 찾아냈습니다. 이 과정에서도 커리코는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2013년 대학측에서 커리코에게 테뉴어(정년보장교수)를 거절하면서 연구포기를 종용하게 되자 독일의 바이오 벤처로 옮기게 되었습니다. 처음에 이들 연구성과를 사이언스나 네이처 같은 전문학술지에서도 받아주지 않았지만 생명공학 창업아이콘으로 알려진 로버트 뱅어 MIT교수가 관심을 갖고, 스탠포드대 연구원인 데릭 로사가 하버드, MIT대학과 벤처투자자들을 찾아다닌 끝에 3억5천만 달러의 자금을 조성하여 벤처를 창업하기에 이릅니다. 그 벤처가 이번 코로나 백신으로 유명해진 '모더나'입니다.

저도 현직에 있을 때 모더나 백신을 맞은 기억이 생생합니다. 모더나는 커리코와 와이스먼의 연구를 통하여 단 25일만에 백신제조에 성공하였던 것입니다. 우리에게도 알려진 유명한 미국 감염병연구소장 앤서니 파우치가 이들이 이루어 낸 업적에 대단한 찬사를 보냈습니다. 거의 지원을 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천대를 했던 펜실베니아 대학에서는 노벨상 수상자 발표 후 우리 대학의 자랑스러운 연구팀이라고 자화자찬을 하여 더욱 언론의 웃음을 샀습니다.

커리코는 '실험은 결코 실수하지 않는다. 당신의 기대가 실수할 뿐.'이라는 다빈치의 말을 가슴에 안고 끈질기게 연구하는 집념을 버리지 않고 계속 나아가 이런 쾌거를 이룬 것입니다.

커리코와 같은 여성과학자들이 우리나라에도 많습니다. 그런데 2024년 예산에 R&D예산이 대폭 삭감되었다는 보도가 나와 걱정입니다. 이런 예산은 미래를 위한 예산이고 인류를 위한 예산이라 봅니다. 또 한쪽에서 부당하게 대우받는 여성과학자들에게도 좀 더 넓은 지원이 있어야 됩니다.

R&D예산 삭감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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