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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식

시인, 충북문화재단 문화사업팀장

 가을이 벌써 깊다. 세월 참 숨 가쁘다. 아직 그 엄혹한 여름의 아픈 상흔이 내 삶의 언저리에서 맴돌고 있었건만 느닷없는 바람에 실린 가을 이파리가 이토록 미치게 물들고 있다. 10월 태풍에 섞인 차가운 알갱이의 비가 마디마다 통증 돼 내리더니 훅하고 우리에게 색을 입히고 갔다. 창을 스미는 햇살에 눈 떠 바라보는 하늘이 참 미치도록 화창하다. 가을은 그렇게 여물고 있다.

 햇볕이 코가 삐뚤어지면서 전국적으로 수많은 축제가 벌어지고 있다. 우리 지역에도 직지코리아페스티벌, 청원 생명축제, 생거진천 문화축제, 보은 대추축제, 증평 인삼축제 등이 거의 같은 기간에 열리며 온통 크고 작은 플래카드나 축제 알림판들이 길을 메우고 있다. 그러나 이런 축제들은 일부 축제를 제외하고는 지역 주민들의 의사를 근간으로 하거나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그런 축제가 아니다. 주민은 객이 되고 동원된 행사 관계자들만 바쁘게 움직인다. 이러다보니 각 축제들이 그 나물에 그 밥 형식으로 거의 천편일률적이다. 참으로 축제 공화국이란 말이 낯설지 않다.

 이런 가운데 며칠 전 청주 오창 호수공원에서는 2018생활문화예술플랫폼 페스티벌이 열렸다. 이 페스티벌은 지자체나 기획사가 주도적으로 판을 이끌어가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충북문화재단이 지난 2012년부터 전국 최초로 실시한 생활문화동호회 지원사업의 결과이기도 하다. 문화예술동호회에 강사를 파견하여 지도하게 함으로써 그것이 문화플랫폼으로 모이고 코디네이터라는 중간매개자를 통해 서로 연결된다. 이렇게 연결된 동호회들이 코디네이터들과 함께 기획하고 서로 양보하며 동호회의 자발성에 의거하여 서로 갈고닦은 예술적 기량을 선보이는 자리였다.

 많은 동호회들이 무대에 서는 것이나 번듯한 전실실에서 전시하는 것을 꿈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페스티벌 내내 공연이나 전시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자리가 되었고 정성들여 만들어 싸온 도시락이나 과일들을 펼쳐놓고 서로에게 나누며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이 행사를 통해 모두 하나 될 수 있었고 삶의 고단함을 풀어내며 서로에게 위안이 되는 자리였다. 삶과 예술이 하나 되는 이러한 자리가 행사의 크고 작음을 떠나 참으로 의미 있게 다가왔다.

 생활문화가 우리사회에서 강조되거나 활성화되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 되지 않는다. 이는 2001년 지역문화의 해라는 것을 통해 문화민주주의 차원에서 원론적 수준에서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문화향수권, 혹은 문화복지권에 대한 논의가 됐던 것에서 부터였다. 이러한 것이 10여 년이 훌쩍 지난 2014년 지역문화진흥법, 2016년 문화기본법에서 문화권에 대한 개념과 함께 전국적으로 생활문화라는 것이 확산하게 된다.

 한 사회의 삶의 수준은 문화와 복지를 누리는 기본권이 얼마나 보장되느냐에 달려 있다. 문화가 공공서비스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할 때 사회 통합을 강화시키는 최적의 조건이 이뤄질 수 있는 것이다. 문화기본권은 이로부터 출발하는 것이다. 이제까지 민주화를 이루는 시기였다면 지금부터는 문화와 복지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새로운 사회의 패러다임을 만들어가야 한다.

 누구나 자기 삶의 주인공이다. 또한 이것을 구현하고 사회를 변혁시키는 힘을 발휘하게 하는 것은 자기 자발성에 의해 이뤄 나가는 생활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러기에 생활문화는 우리 국민이 자기 자신의 삶을 영위함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권리이자 과제인 것이다. 생활 혹은 삶 속의 문화가 보장되고 이를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문화 환경을 만들어 가는 것, 바로 그것이 문화사회로 나가는 최선의 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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