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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식

시인, 충북문화재단 문화예술팀장

얼마 전 나는 어떤 교육을 받는 자리에서 푸에르토리코 독립운동에 대한 감동적인 이야기가 담긴 <노인과 여인>이라는 그림을 보았다. 늙은 남자 죄수가 손을 뒤로 묶인 채 하얀 살결을 가진 딸 같은 여인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젖을 빠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여인은 그것을 차마 쳐다보지 못하고 먼 곳을 응시하고 있다. 이 그림은 푸에르토리코 국립박물관에 있는 그림으로 독립운동을 하다 잡혀 아사형을 받고 죽어가는 아버지를 위해 막 해산을 하고 면회 온 딸이 자신의 젖을 먹이고 있는 모습이라 했다. 그래서 이 그림은 푸에르토리코 국민들에게는 성화와 같은 그림이라 말을 맺었다.

대단한 감동의 물결이 가슴 속에 차올랐다. 얼핏 포르노와 같은 이 그림이 그렇게 숭고한 뜻을 담고 있었다니. 그 이후 나는 그날의 감동이 가시질 않았고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것들에 대한 섣부른 판단을 하는 것에 대하여 수없이 경계해 왔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판단에 대해 가치중립적 인식을 스스로 요구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이 그림에 대한 궁금증이 더해 갔다. 여러 경로를 통해 <노인과 여인>에 대한 정보를 찾았다.

이 그림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있는 라이크스 뮤지엄에 있는 것으로 17세기 경 바로크 미술의 거장인 페테르 루벤스가 그린 <시몬과 페로>라는 작품이다. 이 그림의 이야기는 기원전 30년경 로마의 역사가 발리우스 막시무스가 펴낸 <로마의 기억할만한 업적과 기록들>이라는 책에 나오는 것으로 자식의 부모에 대한 헌신을 형상화 한 것이다. 막시무스는 페로의 이러한 헌신을 가장 고결하고도 숭고한 것이라 했다. 당시 자식의 부모에 대한 헌신의 이야기는 당연히 화가들의 중요한 소재가 되었고 그리고 17세기경 르네상스 시대를 맞이하며 루벤스에 의해 이 그림이 만들어지게 된다. 루벤스는 이러한 주제로 여러 작품을 남긴다. 이후 이러한 주제를 다룬 여러 작품들을 통틀어 '카리타스 로마나' 즉 '로마인의 자비'라 부르고 있다.

비록 루벤스의 그림이 바로크 미술에서 나타나는 신체의 역동성과 밝게 타오르는 색채의 조화를 통해 신비로움을 표현하고 있지만 이 <시몬과 페로>는 루벤스 자신만의 왜곡되고 뒤틀린 육체에 대한 강조가 더함으로서 당대에도 많은 비판을 받게 된다. 루벤스가 그린 이 <시몬과 페로>가 포르노 논쟁의 중심에선 이유도 그의 그림이 순수하게만 바라볼 수 없는 어떤 의도가 개입됐다는 것에 기인한다. 어쩌면 옥창 너머 노골적으로 쳐다보는 간수들의 음흉한 모습은 우리 인간이 갖는 관음증을 적나라하게 표현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물론 루벤스 전후에 샤를 멜렝스, 쟝 밥티스트 글뤼즈 등 많은 화가들에 의해 <시몬과 페로>가 작품화 되어졌으나 루벤스의 그것에 비하면 영향력이 적었다.

나는 이 그림을 접하며 우리가 알고 있는 것에 대한 오해와 진실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왜 이 그림이 푸에르토리코의 독립운동과는 아무런 연관도 없는데 많은 사람들은 잘못된 정보에 사로잡혀 그렇게 믿고 있는 것인가. 결국 그것은 맨 처음 그 누군가 의도했거나 잘못되어진 정보를 생산해 내어 왜곡된 국가주의의 애국심을 이야기하려는 것에서 만들어 진 것은 아닐까. 진실은 인간의 본성에 관한 자기 질문으로 다시 돌아온다. 아무리 그 그림이 기저에 깔고 있는 페로의 헌신에 착안한 그림이라 할지라도 그것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포르노가 될 수도 성화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노인과 여인>이 됐건 <시몬과 페로>가 됐건 본질은 당대적 윤리의식을 뛰어넘는 생명에의 존중과 헌신에 있는 것은 아닌가. 인간의 가장 바닥에서 일어나는 원초적 이야기가 아름다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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