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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식

시인, 충북문화재단 문화사업팀장

가을이 문득 다가왔습니다. 아침저녁으로 이불 속을 파고드는 서늘한 냉기가 몸 구석구석 들어와 온몸이 욱신거립니다. 햇살이 따갑게 온 대지를 비추지만 서늘한 바람이 살갑게 느껴집니다. 살며 무슨 일들이 그리 많던지 정신없이 살아왔습니다. 가까운 사람들에게조차도 전화 한 통 제대로 하지 못하고 그저 고단한 내 몸만 핑계삼았습니다. 이제 내 삶의 결실을 맺어야 할 시기입니다. 그러나 아직 아무것도 내놓을 것이 없습니다. 올가을 다른 해에 비해 더 무겁고 힘든 것이 나만은 아닐 듯싶습니다.

모두들 명절 잘 쇠셨는지요. 저도 이번 추석에 부모님이 계신 묘소에 가서 절도하고 투정도 부리고 왔습니다. 엎어지면 코 닿을 곳인데 자주 찾아뵙지 못한 채 명절이 돼서야 찾아갔습니다. 명절이지만 어릴 적 가슴 뛰게 돌아다니던 그 시절은 돌아오지 않을 듯합니다. 올해도 그렇게 큰댁에 가서 동기간 사는 얘기 몇 마디 건네며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사는 게 박수칠 일보다 걱정되는 것들이 많다보니 명절이라도 그리 편하지만은 않습니다. 모두가 넉넉해야할 명절이지만 점점 얕아지는 주머니와 마음들이 돌아오는 차바퀴에 무참히 깔립니다. 진정 울고 싶어도 울 수 있는 공간이 살아갈 세월만큼 좁아지는 것이 새벽 술 깨듯 아프게 다가옵니다.

올 추석 화제는 당연히 남북의 평화회담이었습니다. 지금 어김없이 우리 한반도를 둘러싼 세계는 화급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올 내내 남북의 정상과 북미의 정상이 만나 비핵화와 종전선언을 논하고 있습니다. 한반도에 대한 새로운 질서와 평화체제에 대한 희망의 메시지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우리 한반도에 대한 세상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동북아의 냉전질서를 깨고 새로운 평화의 체제를 만들어 가는 아주 중차대한 시기입니다. 지난 엄혹한 시절의 겨울을 견뎌내고 찬란한 봄에 뿌려놓은 평화의 씨앗이 이제는 결실을 맺고 있는 것입니다. 참으로 고단하고 아픈 시절을 지내온 우리 한반도에 통일의 열매가 익고 있습니다.

그렇게 한반도에 가을이 왔습니다. 올 가을은 우리 민족이 평화의 결실을 만들어가는 그런 계절입니다. 세상이 혼돈스럽지만 그 속에서도 자연의 질서를 찾아가는 것이 세상의 이치인가 봅니다. 아무리 제멋대로인 트럼프라도 한반도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이 평화의 물결을 제지하지 못할 것입니다. 핵을 갖고 장난질 칠 집단이 어디 있겠습니까. 새로운 신뢰와 변화의 물결은 이제 꺾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언제까지 이데올로기에 매달려 서로를 음해하며 미움을 물려줄 것인가요. 이제는 떳떳한 어른이 되어야 합니다. 그것은 말로만이 아니라 나로부터 실천하는 것이 우선이지요.

내 안에도 가을이 찾아 왔습니다. 내 삶의 산길도 이제 정상이 바라다 보이는 비탈에 이르렀습니다. 찬란한 햇살에 눈부셔 잠시 눈을 감습니다. 바위투성이 산길 오르며 숨이 턱에 닿는 경우도 많았지만 나무며 풀꽃들과 새 소리에 많은 위안도 받았습니다. 그리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살며 나로 인해 힘들었을 많은 사람들에게 진정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내가 가진 것은 많지 않습니다. 내가 안아줄 수 있는 것은 내 어깨 만큼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을 해야 하지요. 남북이 하나되듯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에게도 먼저 손 내밀고 찾아가야 하지요. 그것이 여기까지 살아온 자로서의 마땅한 도리가 아닌가요. 어쩌면 가을은 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추위가 찾아오기 전에 따뜻한 마음으로 먼저 다가가 안아주고 싶습니다. 이제 내게도 가을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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