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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식

시인, 충북문화재단 기획운영팀장

가을은 손톱만한 해를 품고 사는가 보다. 순식간에 추워진다. 지난해 이맘때에는 촛불을 들며 참으로 따뜻하게 지냈건만 어느덧 1년이 지났다. 한 해가 지난 것이 아니라 여러 해가 지난 것 같다. 계절은 누구에게나 아름다운 것만 아니다. 지금 낙엽의 흔들림에 조차 힘겹게 세상을 매달려 살아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소녀상 앞에 작은 온기를 지키고 있는 촛불이 위태하기만 하다. 참으로 아쉽다.

많은 일이 있었다. 세상이 뒤집혔다. 뻘 속에 박혀 영영 구조되지 못할 줄 알았던 우리의 세월호가, 민주주의가 떠올랐고 상식이 통하는 세상이 되었다. 당시 촛불 속에서 모두 하나 되었던 날들의 따뜻한 기억 속에는 못난 어른들의 처절한 자기반성의 모습들이 있었다. 그러기에 우리의 촛불은 국정농단의 세력들에 대한 분노를 표출함과 동시에 부끄러웠던 어른들의 반성이 우선되었던 것이다.

우리 주변 도처에 뿌리내린 적폐의 세력들은 이미 기득권 세력으로서 지금도 고개를 내밀고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촛불을 이용하고 촛불 속에 숨어있었던 비겁함을 반성하지 않고 또 다시 자기가 모든 것을 다한 양 으스대는 세력들을 본다. 참으로 한심한 모습들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지경에 누가 누구에게 손가락을 펼 수 있는가. 시대마다 그렇게 자기를 숨기고 바람에 영합하는 자들이야말로 적폐, 그 자체가 아니겠는가.

지금 우리가 이야기 하는 적폐는 눈에 보이는 앞의 것들만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다. 그 것은 오랫동안 쌓여 우리도 모르게 습관화 되어있는 모든 악습이고 관례화 되고 세력화 되어 국민의 생각까지 통제하는 그 모든 것들을 지칭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적폐청산은 촛불보다도 더한 어려움과 고난의 길이며 성숙한 민주주의의 국민들조차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적이 될 수 있는 지경에 이르러서야 겨우 해소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이 적폐청산이 어느 날 느닷없이 이루어지리라 믿지 않는다. 이것은 오랫동안 민주주의에 대한 훈련이 있어야 하고 미래에 대한 갈망이 모두에게 가져질 때 이룰 수 있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에게 가려졌던 모든 불공정한 것들을 거두어야 하는 지난한 일이다. 그 것은 국민들의 작은 바램들이 모여 이루는 촛불혁명이고 이제는 그 것을 실현하기 위한 자기와의 지난한 싸움을 해야 하는 것이다.

촛불을 들었던 손들은 이제 옆의 사람들과의 손을 잡아야 한다. 생활의 기반이자 삶터인 지역에서의 힘을 결집해 나가야 한다. 삶과 관련된 나와의 직접적인 연결고리로부터 출발하여 광장의 경험을 함께하는 공동체에서 지역의 아주 작은 문제들을 해결해 내는 작은 움직임을 가져야 한다. 주민 스스로가 의제를 만들고 그것을 실현해 나가는 움직임, 바로 그것이 광장의 민주주의 이고 함께 하는 삶이다.

이제 이 나라의 방향은 위정자나 기득권들의 것에 놓여있지 않다. 국민들의 다양하고 뜨거운 목소리들에게 귀를 기울여야 한다. 불공정한 것을 공정하게 바로잡고, 조직적인 것과 비조직적인 것의 결합을 통한 새로운 질의 정책을 만들어가야 한다. 어쩌면 이미 내려진 결론이라도 광장의 뜨거운 용광로를 거쳐 나온다면 더 큰 힘을 가지지 않겠는가. 빨리가기보다는 함께 가야할 길이지 않는가.

다시 겨울이 다가온다. 변화무쌍한 세상이다. 촛불혁명 1년을 맞아 광장에서 느꼈던 국민들의 역량을 이 나라의 변혁의 힘으로 가져가야 한다. 그들이 의제를 만들고 그들 스스로 해결하게끔 우리는 옆에서 도와주어야 한다. 촛불은 질량을 가지지 않는 존재이면서 가장 강한 존재(바슐라르)인 것이다. 바로 그것이 민주주의이고 광장의 미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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