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8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김희식

시인, 충북문화재단 기획운영팀장

하늘이 미치도록 푸릅니다. 거리에는 온갖 꽃물결이 흐르고 있습니다. 기절할 것만 같은 눈부신 여름입니다. 도시의 뜨거운 날들에 지쳐 아무런 생각 없이 허공만 바라봅니다. 매미의 울음소리가 햇살처럼 날카롭게 귓전을 울립니다. 매미처럼 그렇게 처절하게 살지 못하면서 괜한 소리만 지르며 살았습니다. 이런 날이면 등 뒤로 흐르는 육즙의 서늘함이 나를 슬프게 합니다.

뒤돌아보면 미련하게 살았습니다. 산다는 게 어차피 출렁이는 노랫가락에 끝 모를 춤을 추는 것이지만 무엇이 그리 두려웠는지 참으로 바쁘게 종종거리며 살았습니다. 흔적 없이 사라질 것을 애써 끌어안으며 참으로 교만하게 살았습니다. 아무것도 아닌 것을 가지고 많은 사람들을 상하게 했습니다. 하루하루 습관과 관습에 얽매여 지쳐 살면서 참으로 덧없게 살았습니다. 입 속에 돋은 검은 털로 인해 많은 사람들을 힘들게 하였습니다. 그 털로 인해 결국 자신이 상처받는 것도 몰랐습니다. 참으로 아픕니다.

이 여름, 어디론가 떠나고 싶습니다. 일상의 시간에서 한걸음 비켜서 바라보는 것. 허우적거리는 삶 너머로 설레는 가슴으로 내일을 기다리는 하루가 기다려집니다. 진정 삶의 진지함을 무너뜨리고 내면의 시간 속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여유를 갖고 싶습니다. 나를 짓누르는 생계와 폭압적 문명의 굴레를 벗어나 나의 참 모습을 찾아가는 그런 여행, 인간으로 하여금 가꾸어진 여행이 아니라 원초성을 느끼고 체화할 수 있는 그런 여행, 아주 맑고 텅 비어있는 그런 여행을 가고 싶습니다.

오늘, 지금의 나를 찾는 여행을 하렵니다. 그래서 잠시 쉬어가며 바라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요. 나를 찾는 순례를 통해 다시금 두렵게 나를 발견하고 싶습니다. 내 안의 숨결을 오롯이 느끼며 모든 것이 뒤엉켜 끝 모를 저 무아의 소용돌이에 빠지렵니다. 그리하여 가벼워지고 새로워지는 나를 보고자 합니다. 마음을 다하지 못한 삶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진정 밑 모를 속울음을 해보지 못하고 어찌 인생의 여행을 떠날 수 있을까요.

행복은 어디에나 존재하지요. 고통 또한 그렇지요. 어차피 한번 왔다가는 세상이라면 함께하는 삶들이 뼈저리게 소중하지요. 그러기에 사람으로 태어나 지금 오늘의 것들을 외면해서는 안 되지요. 참으로 절박하게 고통을 느끼며 스스로의 선택에 의한 아름다움을 찾아야지요. 스스로에게 얽매어진 것들을 조금이나마 던져버리고 공간도 없고 시간도 까마득히 사라진 곳에서 자아를 찾는 놀음은, 여행은 그래서 의미 있는 것이지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내가 얼마나 나아질 수 있을 건가에 대해서, 내가 얼마나 더 버리고 살 수 있을 건가 하는 것에 자신이 많지 않습니다. 다만 오래된 그리움의 미련한 모습을 벗어 던지며 좀 더 가벼워지길 바랄뿐이지요. 나로 인해 조금이라도 다쳤을 영혼들에게 손 내밀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길 바랄 뿐이지요. 그리하여 어제의 나보다 조금은 나아지기를 스스로에게 채근할 뿐이지요. 나의 교만이 조금은 진중함으로 바뀔 수 만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지요.

꽤 괜찮은 날이네요. 나를 찾는 여행이 쉽진 않겠지요. 문득 다가오는 뒤늦은 각성이 나를 돌아보게 하네요. 마음을 다하여 먼 여행을 준비합니다. 훌훌 낡은 자아를 벗기 위해, 더 가벼워지기 위해.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

[충북일보]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은 "충북체육회는 더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다음달 퇴임을 앞둔 정 사무처장은 2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체육회의 현실을 직시해보면 자율성을 바탕으로 민선체제가 출범했지만 인적자원도 부족하고 재정·재산 등 물적자원은 더욱 빈약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완전한 체육자치 구현을 통해 재정자립기반을 확충하고 공공체육시설의 운영권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수반되어야한다는 것이 정 사무처장의 복안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운동부의 위기에 대한 대비도 강조했다. 정 사무처장은 "학교운동부의 감소는 선수양성의 문제만 아니라 은퇴선수의 취업문제와도 관련되어 스포츠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음으로 대학운동부, 일반 실업팀도 확대 방안을 찾아 스포츠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행사성 등 현장업무는 회원종목단체에서 치르고 체육회는 도민들을 위해 필요한 시책이나 건강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정책 지향적인 조직이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임기 동안의 성과로는 △조직정비 △재정자립 기반 마련 △전국체전 성적 향상 등을 꼽았다. 홍보팀을 새로 설치해 홍보부문을 강화했고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