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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식

시인·충북문화재단 기획운영팀장

갑자기 온 세상이 얼어버렸습니다. 매섭고 혹독한 바람에 흩날리는 눈발이 따갑습니다. 추위에 머릿속 어지러이 뒹구는 생각들도 온통 얼어버린 느낌입니다. 혼용무도(昏庸無道)한 지난 한해를 보내며 더 이상 이 사회의 아픔이 멈추기를 바랐습니다. 상처 많은 나무들이 더 단단해지고 더 깊어지기를 바랐습니다.

요즘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면 참으로 한심합니다. 서로 힘 합쳐 어려움을 헤쳐 나가도 모자란 판에 서로 물어뜯고, 깎아내리고, 자기가 먹던 우물에 침을 뱉는 그런 저열한 모습들을 흔히 봅니다. 한때 민주화를 부르짖던 이들은 특정 지역을 볼모로 하여 호가호위 하거나 이미 기득권화하여 반칙과 특권 속에 빠져 있습니다. 진정 지켜야할 가치를 잃어버린 채 혼자 허둥대며 세상에 대해 종주먹을 들이대는 모습들은 한편의 코미디입니다.

우리는 사람이 세상에 대하여 눈을 뜨고 무언가 일을 하고자 할 때 그 순수한 마음을 가지게 되는 것을 초심(初心)이라 합니다. 그 초심은 세상과 당당히 맞서는 용기요 희생이고 모두를 위한 마음입니다. 맨 처음 자기가 그 길에 들어섰을 때의 마음을 유지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입니다. 날마다 처음처럼 산다는 게 참으로 힘든 일입니다. 신영복 선생이 말하는 뼈 속까지도 비워야하는 골공(骨空)의 삶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깨닫습니다.

노자에 보면 외기신 이신존(外基身 而身存)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몸을 밖에 두니 몸이 있다는 것으로 자신을 드러내지 않음으로 오히려 저 자신으로 살아간다는 것입니다. 또한 어렵고 힘든 일을 먼저 앞장서 하고 자신을 돌보지 않으니 온전히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공자가 말한 먼저 모범을 보이는 선지(先知)를 실천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 것이 지도자의 길이기도 하고요.

지도자는 사람 사는 세상을 위하여 실천해 내고 초심을 지켜나가는 사람을 가리킵니다. 잘못된 것은 잘 못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옳지 못한 일에 대하여 맞서 싸울 수 있는, 분노할 줄 알고 그저 방관하지 않는 당당한 자기 길을 가는 그런 사람입니다. 상식이 통하는 사람이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함께 더불어 원칙을 세우고 지키며 갈등을 치유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하여야 합니다. 그 것은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삶의 희망을 주는 것입니다.

또한 지도자는 부끄러워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진정 사람이 부끄러움을 안다는 것은 먼저 솔선해야 하는 것을 안다는 것이요, 그것은 결코 자기 자신만을 위해서 무엇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안다는 것 이지요. 진정 부끄러움을 아는 것은 물에 빠진 아이들을 외면하지 않는 것이고 일본군위안부 할머니들에게 피눈물 나게 하지 않는 것이며, 역사를 왜곡하는 국정교과서를 방관하지 않는 것이지요. 그러기에 지도자는 모든 사람들에게 행복한 마음을 갖게 하기 위해서 항상 깨어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요즘 4월 총선을 앞두고 정가가 요동치고 있습니다. 정치라는 게 외기신(外基身)하고 선지(先知)하는 것일진대 작금에 돌아가는 꼴들을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습니다. 진정 국민들이 이토록 울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어디 국민이 살아가는데 맨 처음 먹은 맘으로 춥고 어려운 일들을 외면하지 않는 그런 지도자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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