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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식

시인, 충북문화재단 문화사업팀장

벌써 한여름이다. 짧은 장마가 지나더니 연일 35도를 웃도는 폭염이 며칠째 이어지고 있다. 더운 것은 그나마 견뎌낼 수 있지만 온몸을 휘감는 눅눅함은 마치 지옥 같다. 이렇게 때때로 세상의 작은 변화에도 못견뎌하는 나의 모습을 본다. 세상에 매달리며 집착하는 내 모습이 끈적한 살갗처럼 달라붙는다. 이럴 때 마다 사람이라는 것이 참으로 간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요 며칠 아무리 더워도 러시아 월드컵에 치맥을 즐기는 재미로 견뎌왔다. 그런데 이젠 그 마저도 끝났다. 날들이 훌쩍 더 달궈져 밤잠조차 이루기 힘들다. 이리저리 잡생각이 많다. 나에게 매달린 집착의 어둔 그림자를 본다. 세상 살면서 지나치면 탈이 되는 것들이 많다. 그것은 이 여름 폭염만은 아니다. 세상 걱정도 많아지고 속에서 웅크리고 있던 욕심이라는 것들도 이참에 막 기어 나온다. 내 속에 있는 불의 기운들이 여름을 틈타 솟구친다. 버리고 떠나자고 머리를 흔들지만 그때뿐이다. 아무리 샤워를 하더라도 열은 가시지 않는다. 한밤중 일어났다 잠들기를 반복한다. 그래서 이 여름을 버틴다는 게 더 힘든가 보다.  

이렇게 무자비한 더위가 찾아오면 선인들은 이를 애써 피하지 않고 자기가 있는 곳에서 만족해하고(知足) 참고 견디면 그곳이 서늘한 곳이다 말한다. 그러면서 피서의 제일은 책읽기라 한다. 또한 다산은 소서팔담이라는 시에서 그의 피서 방법을 여덟 가지로 이야기한다. 소나무 단에서 활쏘기, 느티나무 그늘에서 그네타기, 빈 정자에서 투호하기, 대나무 자리 깔고 바둑 두기, 서쪽연못에서 연못구경, 동쪽숲 속에서 매미소리 듣기, 비 오는 날 시 짓기, 달 밝은 밤 물에 발 담그기가 그것이다. 모두 더위를 맞아 맞서 이기려 억지로 싸우거나 피하는 것이 아니라 집착을 버리고 그냥 그대로 받아들이는 조화의 모습이다. 

나는 나의 삶이 영원한 여름이라 생각했다. 항상 옳고 정당하다 생각했다. 그리고 나에게 필요한 것들을 옳다 소리치고 억지를 부리며 살아왔다. 항상 바쁘다는 핑계로 주변에 따뜻한 눈길조차 주지 못했다. 나에게 아픈 것은 누구도 아프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만 바라보고 살았다. 그렇게 스스로의 아집에 매달려 주변을 돌아보지 못한 채 많은 사람들을 힘들게 했다. 내가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가는지조차 모른 채 제 손끝만 바라보며 살았다. 그게 살아가는 거니하며 자위하던 모습들이 한숨 되어 흐른다. 

살며 누구에게나 뜨거운 날들이 있다. 봄의 찬란한 생명과 여름의 뜨거운 성장이 있다. 그러나 아무리 정당한 뜨거움도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결국 스스로를 파멸시키는 폭력이 된다. 그래서 삶의 여름은 집착과도 같다. 내려놓을 수도, 떠나보낼 수도, 내 안에 가둘 수도, 다른 이에게 넘겨줄 수도 없는 그냥 견뎌내야 하는 것이다. 내 안에 있는 여름의 불덩이에 데지 않기 위해서라도 내 안에 있는 이기심과 고집을 버려야 한다. 그래야 결실을 얻는 것이다. 진정 여름을 내 안에 가두는 것이 아니라 세상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야 하는 것이리라.  

사는 것이 집착이고 끈적끈적한 매달림이라는 것을 견딜 수 없는 이 한여름에야 바라본다. 우리는 여름의 뜨거움을 애써 자신만의 그늘 속으로 피하며 살아왔다. 죽음보다 더한 고통과 폭염에 지친 길 위의 사람들을 애써 외면해 왔다. 그러나 어디 간들 이 무더위를 벗어날 수 있을까. 그것은 피할 순 있어도 없어지진 않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여름을 자신으로부터 떠나보내야 결실을 맺을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이 자연이고 순리인 것이다. 그게 사는 것이다. 삶의 고단함에 지친 가슴에 엷은 구름 비낀 햇살을 맘껏 들어 마시자. 여름, 가슴 뜨거운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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