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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식

시인, 충북문화재단 기획운영팀장

올 가을은 여느 해보다 유난히 비오는 날이 많습니다. 나무에 매달린 이파리가 낮 동안의 빛나던 흔들림을 접고 잔뜩 내려앉은 하늘에 매달려 힘겹게 흔들립니다. 늦은 가을날 온 몸에 생채기를 안고서 낙엽이 떨어집니다. 보이지 않는 상처, 거뭇한 상처로 힘겹게 매달리던 이파리가 저리도 힘없이 떨어집니다.

이맘때만 되면 세상은 한없이 쓸쓸해집니다. 매번 미처 버리지 못한 욕심의 항아리를 붙들고 노심초사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용서받지 못한 사람들은 악다구니로 남에게 삿대질하며 공허한 하늘만 탓합니다. 살면서 뒤돌아볼 일들이 많은 사람들은 서둘러 술집으로 향합니다. 바람 부는 길가에 이파리들이 아우성처럼 몰려다닙니다. 가슴에 지는 계절을 보냅니다.

살다보면 우리는 작고 사소한 것에서 많은 감동들을 받습니다. 우리가 아프게 사랑하고 눈물 나게 행복하기 위해서는 서로에게 난 상처를 보듬고 따뜻한 마음으로 안아주어야 합니다. 우리가 아파하고 사랑하는 것은 가슴 속에서 흔들리며 피어나는 희망이란 불씨가 아닐까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진정으로 아파해하고 걱정하는 이들의 이야기가 잔잔한 감동을 줍니다.

우리는 살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헤어집니다. 그 반복된 만남 속에서 서로 느끼고 바라보며 서로를 인정하는 삶을 삽니다. 그리고 서로의 꿈을 나눕니다. 그 안에 갈등도 있고 싸움도 있습니다. 너무 좋고 그리운 것도 많지만 빨리 이 상황이 끝나기를 간절히 바랄 때도 많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끝이 있게 마련입니다. 회자정리(會者定離). 만나면 반드시 헤어짐이 있습니다. 그 인연들을 마무리 할 때마다 마음이 착잡해집니다. 좀 더 잘해줄걸 하며 가슴을 칠 때가 많습니다.

어쩌면 우리들은 서로의 앞모습만 보고 사는지도 모릅니다. 앞에서 마음에도 없는 빈 말들을 하며 그와의 관계를 잘하고 있다고 스스로에게 주문을 외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 모든 것은 자기를 속이는 것이지요. 진정 우리가 감동하거나 가슴이 따뜻한 모습은 뒷모습이지 않았는지요.

진정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형기 「낙화」(落花)중에서

세상 어디에나 떠나는 자와 남는 자의 아픔이 있습니다. 이럴 때마다 마음이 착잡하고 힘듭니다. 떠날 때와 머물 때를 아는 것, 그것은 그 누구도 잘 하지 못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떠난 빈자리가 누구보다도 크고 텅 비어 두렵고 확연하게 남았을 때 사람들은 그 사람의 이야기를 합니다. 그것이 잘 살아와 왔다는 흔적이 아닐까요. 그렇게 떠나는 자의 뒷모습이 아름답기 위해서는 함께 했을 때의 기억이, 느낌이 아름답고 행복해야 합니다.

그러기에 어느 날 홀연히 그냥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겁니다. 결연한 이별은 그만큼 새로운 만남에 대한 희망을 갖게 합니다. 애태우는 미련을 버리는 것, 그것이 아름다운 이별을 완성하는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스스로 인연의 꼬리를 놓는 것에 대하여, 꽃잎이 떨어지는 것에 대하여, 가을날 후드득 낙엽 지는 것에 대하여 그저 바라다보는 것도 괜찮겠지요. 그렇게 세월이 바람 되어 지나가는 것이 사는 게 아닐까요. 뭐, 사는 게 다 그런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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