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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7.03.30 13:35:40
  • 최종수정2017.03.30 13:35:40

김희식

시인, 충북문화재단 기획운영팀장

비가 내립니다. 고단한 어깨위로 봄비가 떨어집니다. 참았던 아픔이 아리게 밀려옵니다. 가라앉은 우리의 부끄러움을 무겁게 적시며 비가 내립니다. 그 뜨겁던 촛불의 광장에도 비가 내립니다. 영원히 떠오를 수 없을 것 같던 통곡의 바다에 노란 날갯짓으로 나비가 날아오릅니다. 봄이 왜 이리 아픈가했더니 아이들의 절망이 생채기 되어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아픈 자책이 후드득 떨어집니다. 흩어진 기억들이 뾰족이 섬을 이룹니다.

가위에 눌려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습니다. 출렁이는 봄 바다에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인가요. 기습적인 인양발표와 작업이 속전속결로 이루어지는 모습들을 보며 도대체 왜 이제까지 미루었는가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녹슬고 부서진 세월호가 물 위로 떠오릅니다. 옆으로 누어 잠자듯 거대한 뒤척임으로 물 위로 모습을 드러냅니다. 긴 기다림 속에 이제야 떠오르는 낯선 모습. 아 차마 볼 수 없습니다. 기름때 잔뜩 뒤집어쓰고 삼년 만에 돌아온 아이들을 품은 저 배를 볼 수가 없습니다. 이 봄 저 바다 속에 가라앉았던 주검들이 긴 숨 한번 쉬며 날아오릅니다. 수평선을 나는 하얀 물새 떼가 바다를 박차고 날아오릅니다.

아이들이 돌아오네요. 그래, 이제야 만나게 되나 봅니다. 울컥 눈물이 납니다. 얼마나 절망했을까요. 얼마나 원망했을까요. 차디찬 바다 속에서 턱에 차오르는 숨을 참으며 얼마나 발버둥 치며 죽어갔을까요. 이리저리 쓸려 다니며 손톱이 다 빠져나가는 고통으로 몸부림쳤던 흔적이 고스란히 떠오릅니다. 슬픔과 분노, 안타까움과 탄식이 교차합니다. 황망하고 허탈합니다. 맹골수도의 거센 물살에 씻겨 나간 그날의 아픔을 품은 채 아이들이 돌아옵니다. 이렇게 만날 것을 왜 이리도 오랫동안 떨어져야 했던가요. 밤새워 숨 죽여 기다립니다.

아픈 자책으로 몇 해를 보내며 가슴 한 꼭지 묵직한 쇳덩이가 매달려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느끼는 절망을, 숨 막힘을 온 가슴으로 느끼며 살았습니다. 늘 아팠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무언가 가슴의 울림이 있었습니다. 두근거리는 나를 주체하지 못한 채 들떠 다녔습니다. 그리고 며칠 지나 세월호의 인양장면을 티브이를 통해 보았습니다. 아! 그랬습니다. 내 가슴을 뛰게 한 것은 차가운 저 바다 깊은 곳에서 절망을 소리치던 아이들의 봄에 대한 두런거림이었습니다. 같은 마음이었지요. 이제는 엄마 아빠 품으로 가는 꿈을 아이들도 꾸었나 봅니다. 아이들이 정말 보고 싶습니다.

하늘에 비가 그칩니다. 이제 봄비 내리던 바다 저편 햇살이 나를 부끄럽게 비춥니다. 너무도 많은 일이 벌어져 갈피를 잡을 수 없지만 이제 대한민국은 더 이상 부끄럽지 않아야 합니다. 아이들에게 떳떳한 나라, 다시는 세월호 같이 국민을 버리고 먼저 도망가지 않고 남의 탓 하지 않는 당당한 대한민국을 보고 싶습니다. 지금 세상이 많이 갈라져 모두 아픕니다. 이런 가슴 아픈 일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치유와 화해의 노력들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아직 진실은 인양되지 않았습니다. 세월호의 문은 열리지 않았습니다. 그저 슬픔의 바다에서 이제 배가 막 인양되었을 뿐입니다. 그날의 멈추어진 시계는 돌지 않고 있습니다. 아직도 배 안에는 아홉 명의 아이들이 남아 있습니다. 세월호의 아픔을 잊지 않고 기억을 하는 것이 남겨진 자들의 몫이지요. 세월이 지나간 자리에 그리움만 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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