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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정

충북도종합사회복지센터장

인사만 해도 이유 없이 울컥울컥 했다.

나이 탓도 있겠지만 그분의 초라한 행색과 힘없는 어깨가 마음 아팠다.

본인 발보다 너무나 큰 슬리퍼를 신는 바람에 신발 끝에 매달려 가는 모습이 여전히 생각난다. 부산한 아침 출근시간에 그분은 아파트 입구에서 서성이거나 주변을 걷곤 하셨다.

나중에야 안 일이지만 피울만한 꽁초를 주우러 다니셨던 모양이다. 그분의 하루하루 다르게 축 쳐진 뒷모습에서 문득 아버지가 천천히 죽음에 이르는 모습을 지켜봤던 심정으로 강제소환되는 기분은 무슨 연유일까. 간혹 엘리베이터에서 봤던 촌로의 모습은 뭔가 들키고 싶지 않은 심정을 뱉어내고 있었다. 맑지 않은 충혈된 눈, 허리춤이 가슴까지 끌어올려 져 있던 큰 츄리닝, 사철 신으시던 삼색 슬리퍼, 뒷짐을 지고 있지만 여유는 없어보였다.

아들이나 며느리 때문일까· 아니면 혼자 사시나· 오지랖 덕분에 수 만 가지 염려가 되곤 했었다. 그런데 근래 뵐 수가 없다. 출퇴근하듯이 이른 시간 집에서 나와 아파트 주변을 서성이던 그분이 몇 달째 보이지 않는다. 마음이 편치 않다. 서 너 달이 훅 넘은 시간이니 여행은 아니리라

걱정이 됐지만 어디서 사는지 아는 것이 하나도 없다. 그 할아버지와는 다르게 항상 성난 돛단배 눈을 하고 바라보던 할아버지도 계셨다. 아파트라는 곳은 사람 사는 곳인데 짐승들을 너무 많이 키운다며 한 손에 강아지 줄을 쥐고 서 있는 날 머쓱하게 하곤 했다.

모른척하지만 혼잣말이라고 하기 에는 너무나 크게 들리니 내심 불편했다.

그런데 요즘 그분 모습에서도 문득 살아계실 때 까탈스럽던 아버지 모습도 보인다. 그렇게 생각하니 한마디씩 불쑥하는 그 분이 밉다거나 야속하다기보다는 그 정도로 강아지를 싫어하실 수도 있겠다싶은 생각이 든다. 보이지 않던 온 동네 도처에 우리 아버지가 살아계신다.

그러니 모두가 가족일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동네에서 가족을 돌봐야하는 것이 아닐까

케이블TV에서 봤던 드라마가 생각난다. 쌍 팔년 시대적 배경의 드라마인데 동네가 가족이다.

동네가 상담소고 동네가 온통 연대하고 연계하고 통합하고 있었다. 내가보면서 느끼는 동네의 모습이었고 어려운 이름을 대지 않아도 가족이었다. 요즘은 상상도 안가는 모습이 더러 있다. 골목길을 마주하고 살던 동네사람들이 "도둑이야"라는 소리에 대문을 박차고 모두 나왔던 장면이다. 지금은 아마도 "도둑이야"라는 소리를 듣게되면 얼른 뛰어가 우리집 현관문이 잘 잠겼는지 확인하고 문밖으로는 절대 나가지 않을 일이다. 드라마에서는 아픈 이웃이 있으면 이웃집에서 함께 식사를 준비해주고 병원치료도 함께 도와주는 모습이었다. 동네에 아버지와 같은 노인과 드라마에서와 같이 가족 같은 이웃이 있다면 그보다 더 중요한 사회복지 공간이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이다. 현행 사회보장제도로는 대한민국의 고령사회에 대한 대처 한계가 분명 오고 있다. 지난 1월 발표된 '커뮤니티케어'의 핵심은 돌봄이 필요한 주민들이 지역사회에서 개개인의 상황·욕구에 적합한 복지서비스를 누리게 하는 사회서비스 체계를 말한다. 여기에는 가장 중요한 주택문제와 물리적인 공공 공간, 사회적 환경의 변화를 예측하게 하고 있다. 커뮤니티케어는 내가 살던 나의 집에서 간병도 받고 여가서비스도 받다가 호스피스를 마지막 돌봄으로 제공 받고 편하게 가는 동네 만들기라고 생각하고 있다. 돈도 사람도 많은 동네와 그렇지 못한 동네 사람들이 격차 없이 수준 높은 서비스를 받아야 한다. 내가 살 동네는 그래야 한다. 사람도 많지 않고 돈도 넉넉지 않은 동네를 평생 죄 짓지 않고 살아 온 정직한 사람들에게 격차가 느껴지는 서비스를 받게 한다면 머지않아 사람 많은 동네로 옮기려는 예비노인들이 많아질 것이다. 커뮤니티케어의 성공적인 안착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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