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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정

충북도종합사회복지센터장

 남북정상회담이 평양의 가을하늘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어서 오라고, 너무나 반갑노라고, 기다렸던 가을처럼 찾아줘서 환영한다고 박수를 보내고 있는 듯하다. 그 가운데 나의 눈길을 끌었던 것은 여전히 김정은의 신뢰를 입증하는 여동생 김여정의 모습이었다. 몇 년 전 북한의 노동당 기념식에서 김정은의 연설하는 모습 뒤에서 보여준 김여정의 돌발행동 때문에 이슈가 된 적이 있었다. 더불어 우리나라 평창 동계 올림픽 때도,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도 김정은을 곁에서 보좌하거나 대신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김정은마저도 '핏줄' 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듯싶다.

 배신과 불신에서 스스로를 지켜줄 매우 중요한 한 사람이 바로 가족인 것이다. 그것도 '핏줄'로 묶여진 가족 말이다. 북한이라는 1당 독재 체제 하에서도 사람 간의 '신뢰'가 녹록치 않게 보인다. 사람의 마음이 출산한 여러 형태의 '신뢰'라는 것은 더러 파괴된다. 애 낳은 심정의 결과이고 보면 그 충격은 내 뒤에서 벽돌로 내리치는 퍽치기에게 당한 듯 심한 분열을 느끼게 된다.

 일상은 아니더라도 더러는 약속을 파기하기를 당연시하고 더러는 계약을 이행하지 않는 배신행위는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 있다.

 정의를 외치는 이들 또한 주장해온 말의 질량이 느껴지지 않는 침묵의 카르텔로 스스로의 '정의'를 배신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법을 수호하는 분들의 모습도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모양새다. 하지만 그런 과정을 통해 주변을 점검하게 된다. 그리고 마음을 아끼게 된다.

 '그런 사람일 줄 몰랐다'는 자조 섞인 한탄도 믿겨지지 않겠지만 적지 않게 겪는 일이다. 그러면서도 반복하곤 한다.

 빼어난 말과 수려한 가식으로 옹벽과 같은 인품에 속는 사람이 어리석은 것이다.

 배신을 하려면 목숨을 걸어야 하며, 배신하고도 살아남으려면 자기편이었던 사람을 전부 없애거나 자신이 속했던 조직을 완전히 궤멸시켜야 한다. 그런 배신의 속성을 알기에 북한이라는 나라에서조차 유일하게 곁에 두는 사람이 바로 핏줄인 이유일 게다.

 백 명의 친구는 너무 적고, 한명의 적은 너무 많다고 한 인디언 속담처럼 사람이 할 수 있는 여러 형태의 '복수', '배신' 따위의 잔인함은 사람의 숫자가 아님을 설명하고 있다.

 사회는 냉정하다. 그리고 호락호락 봐주지도 않는다.

 그래서 돌아오는 추석에 만나게 될 어머니, 아버지, 형제자매들 품이 기대가 되는 것이다.

 따뜻한 밥 한공기로 위로를 대신하고 자꾸만 더 먹으라는 잔소리로 건강을 챙기는 가족이 있는 추석이 설렌다. 특별히 갈 곳도 할 일도 없으련만 그곳엘 가고파 몸부림친다. 가족 관계에서 생기는 마음의 상처도 적지 않지만 끝내는 가족에게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돈 없고 면목 없어, 옆 동네 가족에게도 못 가는 사람들조차도 추석은 가족을 그립게 한다.

 가족이라는 울타리는 모른 척 하고 싶지만 모른 척 할 수 없고, 나는 욕해도 되지만 남들이 욕하면 화나는 묘한 심리가 있다.

 어릴 적 추석은 지금보다 더 춥고 부산스러웠다. 내 영혼이 따뜻했던 몇 안 되는 기억중의 한 장면이다. 개가 짖는 소리를 들으며 새벽잠에 몸을 뒤척였던 아버지가 가마솥에 물을 끓이시면서 하루가 시작된다. 닭도 몇 번 울어주고 개도 짖고 까치도 노크하는 어릴 적 추석이 그립다. 솔가지 타는 냄새가 문지방으로 새 들어오면 기름 진 추석음식을 상상하면서 즐거워했던 예전의 추석이 생각난다. 조금 덜 바쁘게 조금 벌고 조금 쓰고 살면 매일이 추석 명절일 텐데 그게 쉽지 않다. 나쁜 사람에게도 좋은 사람에게도 허락 된 세상이다. 잠시만이라도 모두 잊고 가족과 함께 넉넉한 시간을 보내는 사치를 누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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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