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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정

충북도종합사회복지센터장

설 이틀 전, 아버지가 향년(享年) 84세를 일기로 영면에 드셨다. 그날은 아버지 생신이기도 했다.

마지막 의식을 놓기 전까지도 본인을 편안하게 간병해준 분에게 수없이 감사인사를 하셨다. 너무나 편안하게, 너무나 유쾌하게, 너무나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신 그분이 진심으로 고마웠던 모양이셨다. 남에게 제 아픈 곳을 내보이고 도움을 받는 것이 쉽지 않았을 터인데, 아버지는 그분의 경험에서 나오는 숙련된 대응으로 오히려 마음 편히 도움을 요청 하셨다고 했다. 그런 간병인을 만나는 것은 환자와 환자가족 모두에게 중요한 일이다. 이렇듯 사람을 돌보는 일은 유급과 무급을 떠나 매우 중요한 일이고 서비스 품질이 중요한 직종이다.

병원 환자는 간병서비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핵가족화 등에 의한 사회 환경은 유료 간병인에게 의존 할 수밖에 없다. 공공영역은 사회복지제도와 연계된 서비스 제공 형태이고 민간영역은 사회복지의 대상에서 벗어난 계층들이 사적인 영역에서 구매하는 서비스로 압축될 수 있다. 결국 사회복지서비스나 그 밖의 돌봄 환경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시설의 확대나 설치의 문제가 아니라 시설의 질(質)의 문제이다.

복지체감도를 느낄 수 있는 핵심은 역시 '사람'인 것이다. 사람에게 투자하는 만큼 전문성과 지속성은 직업을 통해 구현될 것이다. '임금'의 문제나 '근로환경'의 제대로 된 투자가 우선이다. 그야말로 믿고 맡길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적당히 형편 되는 대로의 서비스가 아니라 최고의 서비스를 희망한다. 저소득층 위주의 복지정책이 갖고 있는 한계성은 바로 복지정책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저소득층에게만 나라의 재정이 쏟아지고 있다는 생각들 때문이다. 본인들에게도 찾아 올 이러한 상황에서 국가의 작은 지원과 관심만 보여준다면 사회적 합의가 어렵기만 한 것일까 싶다.

2018년 6월 13일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치러진다.

일부 정치인들은 당선을 위한 공약이나 대중의 융합주의적 정책을 도입하려 할 것이다.

즉, 이 말은 복지정책이 "나를 뽑아 주면 oㅇㅇ을 해주겠다"는 식의 정치적 도구로 전락되었다는 이야기이다. 미래를 예측하기 보다는 단기적인 목적과 눈에 보이는 성과를 확인해야 하는 상황에서 장기적인 비전을 갖기는 어렵다.

복지정책과 함께 노동현장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동일 노동에 대한 격차를 해소하고, 직업에 있어 성차별 문제도 함께 해결하는 장기적인 비전도 함께 제시되어야 한다. 앞서 제시한 사회적 차별의 결과로 낳게 되는 빈곤과 빈곤의 세습을 해결하려는 노동정책과 복지정책이 동행해야 한다. 정치적 승부수를 두는 '공약'은 우리의 휜 허리를 더욱 고단하게 할 뿐이다. 복지정책에 있어 핵심적인 문제점은 넓은 사각지대와 낮은 보장수준이다. 정책은 있으나 조건과 장애가 많아지면 그 법에서 제시하고 있는 많은 서비스는 구색일 뿐이다. 새로운 정책도 필요하지만 운영되고 있는 시설과 법제가 제대로 작동되는지, 필요한 사람들에게 얼마만큼 전반적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도 두루 살펴야 한다.

280일의 기다림을 끝내고 자신의 모습을 닮은 자식을 바라보며 아버지가 되었다는 것을 실감하셨을 것이다. 가족을 위해 살아오신 나의 아버지도 오랜 시간 동안 많은 경험과 교육을 받은 간병인의 서비스를 받아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다. 그 며칠간 환자였던 나의 아버지는 간병인에게 "고맙다"라는 감사인사를 아끼지 않으셨고, 간병인은 아픈 이의 마음까지 간병해주셨다. 나는 3일째 불면의 밤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나의 아버지에게 대소변을 부끄럽지 않게 받아주시고, 가족까지 위로해주셨던 경상도 억양의 간병인이 생각나는 이 아침이 마냥 슬프기만 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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