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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천

청주상공회의소 부장·경영학 박사

새벽 단잠을 깨우는 소리가 들립니다. 어디선가 울리는 휴대폰 알림소리. 끄고 잔다는 것이 그만 어젯밤 침대에 누워 페이스북 확인하다가 그냥 잠자리에 들었던 모양입니다.

"이 새벽에 누구야"라며, 무시하고 잠을 청해 보지만, 잠시후 또 울리는 알림소리. 이제는 연달아 몇 번을 계속 울려댑니다. 이불을 뒤집어 쓰고 애써 외면해 보지만 "도대체 이시간에 누군데 카톡을 날리는 거야" 옆지기의 고함소리가 터지고 곧이어 날라올 주먹을 익히 알고 있기에 더듬더듬 휴대폰을 찾아 눈을 비비며 확인합니다.

"이런~, 오마이 갓 !"

아시는 분이 단체카톡을 날린 것입니다. 무려 200여명, 수십명의'ooo님이 퇴장하셨습니다'를 거슬러 올라가 메시지를 확인합니다. 평상시에 읽기에도 버거울 법한 긴 문장의 명언이었습니다. 200여명 중에 내가 아는 분은 10명도 되지 않는데, 어쩌자고 장문의 단체카톡을 날리신 건지. 그냥 나가기에 왠지 그 분의 성의를 무시하는 것 같아 휴대폰을 꺼버리고 잠을 청합니다. 얼마전 제가 겪은 단체카톡 이야기입니다.

스마트폰으로 인해 소중한 단잠을 방해받은 것 쯤이야 우스갯소리로 넘겨 버릴수 있지만,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을 생각해 보면,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우리 삶의 너무나도 많은 부분을 그 작은 기기에 빼앗기고 또 방해받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어 씁쓸합니다.

대한민국은 지금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고개숙인 사람들 천지입니다. 자제력이 부족한 아이들은 말할 것도 없고, 거리에도, 식당에도, 버스안에도, 어딜가나 스마트폰 보느라 고개숙이고 있는 사람들로 넘쳐나니 말입니다.

우리는 부지불식간에 스마트폰이 만들어낸 '정보거미줄'에 모두 묶여버렸고, 사각의 작은 화면은 우리 몸의 일부가 되어버렸습니다. SNS관계망에서 누군가로부터 지워질지도 소외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압박감에 '푸시알림' 기능을 허용하고 항상 전원을 켜놓게 되고, 이로인해 우리는 정보거미줄에 조건없이 연결되어 굳이 알 필요도 없는 불피요한 정보에 노출됩니다. 하지만 거부할 마땅한 명분이 없기에 이를 확인하느라 소중한 시간을 허비하며 우리 삷의 또 다른 중요한 부분을 놓치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카톡과 같은 SNS도구는 부부간에, 부모와 자식간에, 친구간에 소중한 소통의 공간으로 순기능을 하지만, 좀 심하다 할 정도로 자신의 포장된 일상을 공개하는 사람들로 넘쳐나고, 그 일상에 댓글을 달아 주어야 관계가 지속된다고 믿기에 우리는 또 습관적으로 사각의 작은 화면을 향해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숙이게 됩니다.

얼마전 인터넷에서 본 '우리가 놓치고 있는 인생의 중요한 순간들'이란 제목의 사진 한컷이 떠오릅니다. 푸른 바다위 멋진 요트위에서 한 남자가 휴대폰을 확인하느라 바로 앞에서 수면위로 뛰어오른 돌고래 영상을 보지 못하는 사진이었습니다. 제 자신도 사각의 작은 화면에 매몰되어 인생의 중요한 순간들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닌가 싶어 반성하게 됩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했던가요? 아무리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며 살아야 한다곤 하지만, 균형잡힌 삶을 위해 제어가 필요해 보입니다. 제어하지 못하는 아이들 탓만 할 것이 아니라, 혹시 오늘도 스마트폰의 부름에 무의식적으로 응답하며 하루를 보내고 있지는 않은지 자신을 먼저 돌아봤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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