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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천

청주상의 관리부장

8년이 넘도록 이용했던 우리 아파트 상가 내 슈퍼가 며칠 전부터 불이 켜지지 않았습니다.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문을 닫은 것입니다. 집에서 제일 가까워 자주 이용했던 슈퍼였는데. 최근 자영업자들의 현실을 보는 것 같아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요즈음 저희 동네에는 문을 닫는 가게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제 눈에도 종종 보일 정도이니 말입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도 승승장구 하는 노점상이 있습니다.

우리 동네 약국 사거리에서 야채 장사를 하시는 노점상 아저씨 이야기입니다. 비오는 날을 제외하고는 1년 내내 쉬는 날도 없이 매일같이 같은 장소에서 야채를 파십니다. 한 곳에서 오랫동안 장사를 하셔서 그런지 단골도 많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건, 아저씨가 파는 야채가 그다지 좋아 보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해서 엄청 싼 것도 아니고, 딱히 내세울게 없는데도 잘 팔린다는 것입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노점 바로 옆에 3년 전부터 SSM이 떡 하니 자리를 잡고 영업을 하고 있는데도 말이죠.

SSM이 들어왔을 때 이 노점상 아저씨도 이제 장사 다 하셨구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런 영향이 없어 보였습니다. 아저씨는 예전과 똑같이 야채를 팔고 계시고, 요즘은 겨울을 맞아 군고구마 장사까지 사업영역을 확장하셨습니다.

아저씨가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서도 사업을 확장할 수 있었던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제 처에게 유식한 척 하며 우수개소리로 "마이클 포터의 경쟁전략 이론을 다 가져다 대입하여 분석해 봐도 아저씨가 장사를 잘 할 수 있는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단 말이야" 라며 이유를 물었습니다.

평범한 동네 아줌마인 제 처는 "아저씨가 아줌마들한테 참 잘해" 라고 웃으며 짧게 얘기합니다. 대답을 듣는 순간 '바로 이거 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저씨의 구수한 입담이 장사에도 한몫을 하는 것 같기는 하지만, 아저씨는 항상 그 자리에서 동네 아줌마들에게 살아가는 이야기도 하고 아이들 이야기도 하며 동네 지킴이 역할을 하시면서 우리가 살면서 잃어버리고 있는 '정'이라는 것을 나누어 주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동네 아줌마들은 아저씨가 주신 '정'을 받고 있고, 야채를 팔아주며 받은 '정'을 되돌려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로 이것이 노점상 아저씨의 승승장구의 비결이었습니다.

지난 3일 소상공인진흥원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04년부터 2009년까지 자영업자 통계자료를 분석한 결과, 매년 59만 5천여개가 신설됐고, 비슷한 규모인 57만 7천여개가 휴폐업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전체 영세 개인사업자 중 절반 이상이 도소매업(25.2%)과 숙박 및 음식점업(20.9%)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휴·폐업 사업체 또한 약 절반이 도매 및 소매업(26.8%)과 숙박 및 음식점업(22.1%)에서 발생했습니다. 더욱 서글픈 건 자영업자를 대표하는 동네빵집, 동네슈퍼의 평균생존율이 5년을 조금 넘는 수준이라는 것입니다.

이처럼 동네빵집, 동네슈퍼가 잘 안 되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어렵게 함께 살아가는 이웃들과 서로 나누며 사는 것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퇴근길에, 혹은 지나는 길에 이왕이면 동네슈퍼에서 담배한갑 사고, 이왕이면 노점에서 과일 한 상자 사고, 이왕이면 동네빵집에서 사랑하는 아내 생일케익 사면 안될까요·

뭐 거창한 것도, 어려운 것도 아니잖아요. 바로 이런 마음들이 모이면 동네빵집과 동네슈퍼에 '정'이 넘쳐나지 않을까요. 무슨 말인지도 모를 경제민주화다 뭐다 하며 골목상권을 살리겠다고 호들갑 떠는 것보다 훨씬 더 우리네 서민경제에 활력을 줄 수 있지 않을까요.

경제가 뭐 별 거 있나요. 돈이 잘 돌면 되는 것 아닌가요. 이 추운 겨울 온정이 넘치는 활력있는 동네거리를 떠올리며, 오늘 퇴근하고 집에 가는길에 노점상에 들러 귤 한 박스 사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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