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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천

청주상의 지식재산센터장

처갓집이 지척이라 일주일이 멀다하고 자주 들르는데, 장인어른과 장모님은 저희들 보는 앞에서 에너지 사용 문제로 가끔 다투십니다. 넉넉하게 살 수 있는 여유를 가지셨지만 장인어른은 한겨울에도 긴옷을 입지 않으면 힘들 정도로, 심하게 얘기하면 입김이 나올 정도로 실내를 춥게하고 지내십니다.

장모님은 춥다고 하시며 "좀 편하게 살자"고 장인어른께 종종 시위를 하시고, 이러는 장모님이 안쓰러워 "장모님 말씀이 맞다"고 여러번 맞장구를 쳐드리지만, 장인어른은 안중에도 없으신 듯 모두 무시해 버리십니다.

장모님도 이것저것 아끼는 습관이 몸에 베이신 분인데, 좀 너무한다 싶을 정도로 그러시는 장인어른 때문에 가끔씩 속이 상하신 모양입니다. 사실 장인어른과 전기 쓰는 것 때문에 가끔 다투시는 장모님도 저희집에 들르실 때면 이러저리 다니시며 빈방 불도 끄고, 제 처에게 아껴쓰라고 성화십니다.

이런 할아버지 할머니 모습을 자주 봐와서 그런지 요즘은 오히려 저희집 아들녀석이 더 극성입니다. 욕실에서 깜빡하고 불을 안끄고 나올라치면, "아빠"라고 호통을 치며, 불끄라고 난리입니다. '누가 할아버지 할머니 손주 아니랄까봐' 속으로 말하면서도 이런 아들모습에 그저 흐믓하기만 합니다.

올해는 일찍 찾아온 무더위 탓에 벌써부터 전력 과소비가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정부발표에 의하면, 우리나라 1인당 전력소비량은 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10위인데, 이는 일본은 물론, 프랑스, 독일보다도 훨씬 높은 수치라고 합니다.

더군다나 올해 최대 전력수요는 480만KW 증가가 예상되는데, 공급능력은 90만KW 늘어나는데 그쳤다고 합니다. 이처럼 올 여름 극심한 전력난이 예상되는데, 전력 과소비를 막지 못하면 다시한번 정전대란이 우려됩니다.

정부에서도 정전대란을 우려해 전 국민이 참여한 가운데 사상 처음으로 정전에 대비한 위기대응 훈련을 소방방재청 주관으로 지난 6월 21일 실시하기도 했습니다. 이날 전 국민이 동참한 20분간의 훈련 결과, 전력수요가 548만KW 줄었다고 합니다. 예비전력이 500만KW 이상이면 안정권 이라고 보는데, 이번 대응 훈련을 통해 원자력 발전소 5기, 화력발전소 10기에 해당하는 전력량을 절약한 것이라고 합니다.

작년 '9·15 정전 대란' 때 우리나라 전체 전력공급량에서 수요량을 뺀 예비전력량이 24만KW였다고 하는데, 이번 훈련에서 전 국민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10분 만에 이보다 22배나 많은 전력을 아낀 것은 대단한 일입니다. 올 여름 극심한 전력난이 예상되지만 온 국민이 절전에 적극 참여하면 전력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게 일단 입증된 셈입니다.

조동화 시인의 '나 하나 꽃피어'라는 시가 있습니다.

나 하나 꽃피어 / 풀밭이 달라지겠냐고 / 말하지 말아라

네가 꽃피고 나도 꽃피면 / 결국 풀밭이 온통 / 꽃밭이 되는것 아니겠느냐

나 하나 물들어 / 산이 달라지겠냐고도 / 말하지 말아라

내가 물들고 너도 물들면 / 결국 온 산이 활활 / 타오르는것 아니겠느냐

흔히 사람들은 '나 하나 쯤이야'라고 하며 자기 하나쯤 적당히 넘어간다고 무슨 일이 생기겠냐고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꽃한송이가 모여서 꽃밭을 이루고, 물방울 하나가 모여 큰 강물이 되듯이 한 사람의 아주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고, 이런 작은 행동들이 모여 나라 전체가 변화하는 것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나 하나 쯤이야'라고 전력 문제를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면, 온 나라에 전력 과소비가 확산되어 대란을 맞을 수도 있습니다. 지난해 대지진을 겪은 일본도 전 국민의 절전 동참으로 21% 절전을 달성했다고 하는데, 우리나라도 조동화 시인의 '나 하나 꽃피어'의 싯구절처럼 내가 물들고 너도 물들면 온 산이 활활 타오르듯이, 나도 아끼고 너도 아끼면 온 나라에 에너지를 절약하는 문화가 확산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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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