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즐거운소풍길 - 단양다누리 아쿠아리움

내륙의 섬, 단양에서 즐기는 민물고기와의 밀월여행

  • 웹출고시간2013.09.15 17:38:06
  • 최종수정2013.09.15 17:38:06
ⓒ 강호생
"화창한 봄날에 코끼리 아저씨가 가랑잎 타고서 태평양 건너갈 적에, 고래 아가씨 코끼리 아저씨보고 첫눈에 반해 스리슬적 잉크 했대요. 당신은 육지의 멋쟁이, 나는 바다의 예쁜이, 천생연분 결혼합시다. 예식장은 용궁예식장, 주례는 문어아저씨, 피아노는 오징어, 예물은 조개껍데기~."

딸 아이가 조개구이를 먹고 싶다며 노래를 부른다. 도시의 골목길을 지날때마다 조개구이 포장마차에서 식욕을 돋우는 냄새가 솔솔부니 맛이라도 보고 싶다는 것이다. 나는 아이들과 함께 연탄불 위에서 부드럽고 탱탱한 속살을 하나 둘 드러내는 조개를 보며 이야기꽃을 피운다. 가리비, 칼조개, 참조개, 맛조개, 새꼬막, 홍합, 바지락, 소라…. 세상에 이름이 없는 생명, 존재가치가 없는 생명이 어디 있던가. 우리가 그 생명의 이름을 몰랐을 뿐이지 저마다 아름다운 이름과 삶의 의미를 담고 있다.

ⓒ 홍대기
똑같은 조개지만 그 모양과 크기, 생김새와 사는 장소에 따라 이름이 제각각이다. 맛조개는 껍데기째 탕을 끓이면 시원하고 손바닥보다 더 큰 키조개는 연탄불에 구운 뒤 고추장 양념과 치즈를 적당히 버무리면 꿀맛이라며 주인 아주머니의 조개예찬이 쏟아진다.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 있지만 어린 시절에는 틈만 나면 동무들 모두 모여 시냇가로 달려갔다. 버드나무 피리를 만들어 노래 부르고 물속으로 첨벙첨벙 들어가 풀숲이나 돌 틈 속에 숨어있는 고기를 잡았다. 미꾸라지 붕어 쉬리 등 봄날에는 잡고기가 많이 잡혔는데 어린 물고기가 잡히며 살려주곤 했다. 더 키워서 여름날에 잡아먹겠다는 초정리 촌놈들만의 지혜가 있었던 것이다.

ⓒ 홍대기
촌놈들의 지혜는 이뿐만이 아니다. 물고기를 잡으면 그 자리에서 불을 지펴 구워먹거나 고추장에 버무려 볶아먹기도 했다. 구워먹을 때는 석쇠를 이용했고 볶아먹을 때는 먹고 버린 통조림통을 이용했는데 인근의 논과 밭에서 마늘과 파 등을 뜯어 버무려 먹으면 꿀맛이다. 아직 시냇물은 차고 시린데 촌놈들은 냇가에 풍덩 빠져 물장구를 친다. 간만에 묵은 때도 벗기고 마음까지 청량하게 다듬는다. 꼬마물떼새는 시냇물과 버드나무를 사이에 두고 부산하게 날개짓을 한다. 봄바람에 신이 나고 촌놈들의 놀이에 정겨움을 표시하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다. 우리를 침입자로 생각하고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 발버둥 치는 것이다. 새집만 보면 호기심과 장난끼가 발동하는 촌놈들이지만 눈 주위에 노란색의 띠를 갖고 있는 예쁜 꼬마물떼새의 사랑스러움에 덩달아 침입자가 아니라 파수꾼 노릇을 했다. 사람과 사람사이, 인간과 자연 사이에 이토록 아름다운 만남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축복이다. 좀 모자라고 아쉬움이 있어도 촌놈들은 여백의 미로 생각하고 상호간에 친숙하고 조화로운 관계 속에서 행복을 찾고자 했다.

ⓒ 홍대기
비록 구질구질하기 짝이 없는 촌놈들이지만 하는 짓거리는 천진난만하고 자연의 후덕함을 그대로 닮았다. 조개구이는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했지만 조개구이보다 달콤한 촌놈들만의 추억과 자연이 준 선물이 있었던 것이다. 지금 우리는 건너야 할 험하고 메마른 사막이 무수히 있지만 지난날의 아름다운 추억과 순결한 영혼이 내 기억의 바다에 맑게 간직되어 있기에 두렵지 않다. 봄날의 초정리 하늘빛이 너무 고왔다.

고향을 생각하니 상처 입은 내 마음에도 새순이 돋기 시작한다. 투박한 질그릇의 삶, 오지그릇 삶이 그리워지고 민무늬 사랑이 새삼스럽다. 아, 나의 삶이여, 사랑이여, 추억이여, 봉선화 씨앗 터지는 생명의 소리여, 연정이여.

ⓒ 홍대기
그 아픔과 아련한 추억을 간직한 채 단양의 다누리 아쿠아리움을 방문했다. 부산과 서울에 있는 아쿠아리움은 바다 속 신비의 세계를 엿볼 수 있는 곳인데, 산간벽지 단양에서 웬 아쿠아리움일까. 기대반 우려반이었다. 더군다나 바다의 세계가 아니라 민물고기를 볼 수 있는 곳이라니, 괜한 발걸음은 아닌지 말성임도 있었다.

아, 그런데 생각 이상으로 흥미로웠다. 신비한 물속의 이야기가 풍부하게 담겨 있었던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민물어류 아쿠아리움이라는 말이 실감났다. 82개의 수조에 850여톤의 수족관이 있고, 수심 8m, 수량 650톤에 달하는 메인 수조가 압권이다.

ⓒ 홍대기
이곳에는 갈겨니 돌고기 참종개 미유기 퉁가리 금강모치 버들치 돌상어 등 국내 민물어류와 홍룡, 피라쿠르 등 아마존강 메콩강 등에 서식하는 해외 민물어류 등 모두 145종, 15,000여 마리를 전시하고 있다. 특히 단양팔경을 배경테마로 하여 수족관을 꾸며놓았기 때문에 수려한 경치를 감상하며 민물고기들을 관찰할 수 있는 매력이 있다. 건물 입구에 조성된 대형 쏘가리 모형은 입 속을 통해 지하주차장으로 이어져 흥미를 끌고, 방문객들의 포토존으로도 인기다.

ⓒ 홍대기
민물고기를 보려하지 말고 민물고기의 세계를 보면 좋겠다. 물 속의 세계, 신비의 생명으로 가득한 낯선 여행, 그리고 아련한 추억의 보따리를 하나 둘 풀어놓는 아날로그 여행이면 좋겠다. 어른들은 치열한 삶의 경쟁에 지쳐있고, 아이들은 시험의 경쟁에 찌들어 있으니, 번잡한 일상과 상념의 옷을 벗고 새로운 세계에 대한 호기심의 문을 두드려 보자. 단양팔경의 신비, 남한강의 아름다움, 민물고기와 함께하는 추억여행이 내 삶에 멋진 풍광으로 다가올 것이다.
글 변광섭(청주시문화재단 문화예술부장·에세이스트)

그림 강호생(화가·충북미술협회장)

사진 홍대기(사진가·청주성모병원 홍보팀장)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

[충북일보]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은 "충북체육회는 더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다음달 퇴임을 앞둔 정 사무처장은 2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체육회의 현실을 직시해보면 자율성을 바탕으로 민선체제가 출범했지만 인적자원도 부족하고 재정·재산 등 물적자원은 더욱 빈약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완전한 체육자치 구현을 통해 재정자립기반을 확충하고 공공체육시설의 운영권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수반되어야한다는 것이 정 사무처장의 복안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운동부의 위기에 대한 대비도 강조했다. 정 사무처장은 "학교운동부의 감소는 선수양성의 문제만 아니라 은퇴선수의 취업문제와도 관련되어 스포츠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음으로 대학운동부, 일반 실업팀도 확대 방안을 찾아 스포츠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행사성 등 현장업무는 회원종목단체에서 치르고 체육회는 도민들을 위해 필요한 시책이나 건강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정책 지향적인 조직이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임기 동안의 성과로는 △조직정비 △재정자립 기반 마련 △전국체전 성적 향상 등을 꼽았다. 홍보팀을 새로 설치해 홍보부문을 강화했고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