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13.07.29 16:10:29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변혜정

충북도 여성정책관

얼마 전 여성공무원들과 저녁 식사를 같이 하게 되었다. 지금은 정말 여성들이 일하기 좋은 환경으로 10년 전 만해도 육아휴직, 성희롱 같은 문제들은 말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법적 보장이 있다고 하지만 현실에서 활용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그래도 지금은 열심히 노력하면 승진할 수 있고 보호받을 수 있는 사회란다. 따라서 '여성'이니 우대해야 한다는 지적은 잘못되었다고 한다. 여성임을 잊고 남자처럼 열심히 일한 자기 같은 사람은 억울하단다. 이러한 주장들은 남성들도 많이 한다. 여성들의 지위가 좋아지고 있으니 더 이상 '여성, 여성'하지 말자는 것이다. 소수자 남성들의 이야기도 들어달라고 애원(?)한다. 여성들이 사회에 많이 나갈수록 여성상급자가 많아질 것인데 요즘의 주장들이 너무 과하다는 것이다. 아이 낳고 키운다고 일찍 집에 가는 여성들과 밤늦게 일하는 남성들을 같이 평가할 수 없는데 여성이라고 우대하면 동점대 남성이 억울하다는 주장은 분명 일리가 있다. 따라서 남성들은 여성이라고 특혜주지 말고 열심히 일한 자들에게 혜택을 주자고 한다.

그러다보니 '승진하고 싶은 여성들'은 조직이 원하는 대로 남성처럼 밤늦게 일하거나 '술'로 접대하는 것을 배워야 한다. 그럼에도 어떤 여성은 술 마실 수 없어서 술을 많이 마시는 일은 처음부터 선택하지 않는다. 업무외의 일은 최소한 하면서 업무만 충실하게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상사들은 '업무만 신경 쓴다'는 주장을 믿지 않는다. "어떻게 낮에만 업무를 하나요? 눈에 보이는 일은 당연하고 안보이는 일들이 더욱 많은데 남성들과 달리 여성들은 몸을 아껴요 몸으로 부닺치지 않아요" 주장하면서 여성보다 남성을 부하로 선택한다고 공공연히 말한다. 뿐만 아니라 '남성처럼 일하는 여성들'도 '업무만 하는 여성들'을 싫어한다.

이러한 사례들은 고용현장에서 아직도 많다. 필자도 술을 마시지 않는 여직원에게 면전에서 '승진 안 하려고 하나보다'고 말하는 것을 듣기도 했다. 이처럼 술과 승진을 연결시키는 것은 분명 불공정하다. 물론 술은 수많은 업무 중 하나의 표현으로 '술 그 자체'보다 시킨 일만 하는 여성들의 '일하는 자세'를 지적하는 것일 수 있다. 이처럼 조직문화에서 밤에 먹는 술이 중요한 업무라면 '남녀의 역할과 고정관념' 그리고 '상사와 부하라는 지위'에서 몇 가지를 질문하고 답을 찾아야 한다.

업무를 선택할 때 여자임을 고려한 적이 있는가? 그래서 억울한 적이 있는가? 혹 여자임을 이용한 적이 있는가? 또 부하가 여자라서 배제한 적이 있는가? 정말 업무 수행시 술이 꼭 필요한가? 그런데 '술 잘 먹는 남자'보다 '술 잘 먹는 여자'를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마지막 질문 하나 더! 직장에서 여자들이 적극적 공격적이지 않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길러진 여성자질로 어차피 여자들은 육아책임을 져야 하고 또 직장 내 남자 상사가 더 많다고 답한다면 이것은 과연 정답일까? 확실한 것은, 권한을 가진 남성상사가 업무연장으로 술자리를 고려하며 적극적인 부하를 좋아한다면 승진하기 위해서 모든 부하들은 가정보다 직장에 올인해야 한다. 또 아이가 있는 여자 상사마저도 직장에 올인하는 부하를 좋아한다면 여자들은 더 이상 아이를 키울 수 없다. 또 아무리 노력해도 승진이 정해져있다면 낮은 직급의 여자들은 서로를 미워하거나 질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밤늦게까지 올인해야 승진하는 '조직문화의 변화'만이 약자가 살 길이다. 여성들도 여성임을 이용하며 이 조직에 편승하지 않았는지 깊이 반성해야 한다.

권한을 가진 남성들의 성찰이 그리 쉽지 않다. 약자인 여성들이 진정으로 연대하면서 변화를 도모할 때이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