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13.05.06 16:06:30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변혜정

충북도 여성정책관

"반 학생이 갑자기 죽는 바람에 소풍이 취소되었다. 별로 친하지 않은 친구다. 소풍을 못 가게 죽은 그 애 때문에 짜증난다(15세)."

 "나는 물리적 폭력을 쓰지 않는다. 사람을 해치지 않기 위해서라기보다 감옥에 가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감옥에 가지 않은 언어폭력이나 상처 주는 것에 대해서는 일절 죄책감이 없다(16세)."

 "난 부모를 사랑하지 않는다. 생일이나 어버이날에 대해서 관심이 없다. 내가 우리 부모와 함께 사는 것은 단순히 그들이 나를 먹여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의 돈은 결국 내 돈이다…(17세)"

 이상은 필자가 청소년과 나눈 상담 내용의 일부이다. 너무 끔찍해서 더 쓰기도 괴롭다. 그런데 이들은 많은 사람들이 쉽게 생각하는 비행청소년이 아니다. 공부도 제법 하는 소위 잘 나가는 청소년들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2009년 필자가 만난 구금시설 청소년들과 하등 다를 바 없다. 오히려 청소년이라는 이름으로 묶여진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이제 청소년에게 술과 담배는 금지어도 아니다. 그것보다 더 무서운 폭력, 왕따, 반사회성, 무관심, 인터넷 중독 등이 매일 같이 이야기된다. 그럼에도 어른들은 자신도 겪었다며 청소년들이 이 시기만 잘 견디면 나아질 것이라고 믿는다. 아니 믿고 싶다. 그러나 청소년 시기를 지나더라도 그 시기의 상흔이 어른이 된 그들을 다시 괴롭힐 수 있다. 언론에 등장하는 나쁜 어른들의 과거가 친구, 가족으로 받은 상처투성이의 기억들로 점철되어 있지 않는가!

 청소년들의 상처나 폭력성은 어른들의 잘못이다. 먼저 청소년들은 듣고 배우고 생각하고 표현할 기회가 별로 없다. 종일 학교라는 공간에서 '공부하라'는 말만을 반복해서 듣는다. 그런데 반복적인 수업은 재미없다. 무엇인가 새로운 것이 없다. 가끔씩 하는 특별활동도 대학을 가기 위한 스펙으로 관리된다. 또 청소년은 더 이상 어린이가 아니다. 삶의 즐거움이나 미래를 스스로 계획해야 한다. 그리고 사회적, 개인적 책임을 배워야 한다. 그럼에도 보고 배울 곳이나 놀 곳은 별로 없다. 믿고 의논할 어른도 없다. 그나마 인터넷을 하거나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이 그래도 재미있다.

 이때 여성과 남성간의 배움의 차이는 크게 벌어진다. 여성청소년은 남성들과 다른 존재로서 세상의 인정을 받기 위해서 외모가 중요하다는 것을 배운다. 예쁜 사람이 되고 싶다. 반면 남자청소년들은 키, 초콜릿 복근 등의 외모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친구들 사이에서 남성으로서의 인정이다.

 그런데 인정받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청소년들은 특별하게 보이기 위해 스스로를 과장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특별한 과장이 타인에게는 폭력으로, 자신에게는 게임이나 인터넷 중독으로 표현된다. 일단 폭력을 쓴다는 것은 또래들 사이에서는 특별하다. 또 반사회적 청소년들은 자신을 괴롭히거나 비밀스럽게 타인을 괴롭혀 그 특별함을 누린다. 아니면 사람들에게 관심 없고 사이버 상에서 특별하고 싶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너무 외롭고 힘들다. 그런데 이것이 평생 습관이 될 수 있다.

 5월은 어린이날을 시작으로 어버이날, 스승의 날, 부부의 날 등으로 감사를 실천하는 기간이다. 청소년의 날은 공포되지 않았지만 행사가 많아 청소년들도 들뜬다. 그러나 행사로서 '그 날'만 챙길 것이 아니라 정말 어린이. 어버이, 스승, 부부의 날이 왜 있는지 그 의미를 새겨야 한다. 이 모든 날들은 단지 하루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어린이, 청소년, 어른들의 기억들이 서로 연결되어 결국 어릴 때 즐거움이 나이 들어 즐거움을 만들고, 고통은 훗날 고통을 생성하지 않는가· 어른들이여! 앞으로 청소년의 문제를 특별하게 고민하지 않으면 정말 '큰 일'이 날 것이라고 감히 말한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