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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3.07.15 15:45:12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변혜정

충청북도 여성정책관

일요일 오후 직원의 전화를 받았다. 너무 조심스럽게 죄송하다면서 육아휴직을 써야 할 것 같다는 전화였다. 당연히 그 직원은 '여자'였다. 지방공무원법 63조와 64조에 명시된 당연한 권리(휴직은 만 8세 이하의 자녀를 양육하기 위하여, 여성공무원이 임신 출산했을 때 가능하다. 단 휴직기간은 자녀 1명에 대하여 1년, 여성공무원은 3년 이내로 한다)임에도 그 여직원이 '죄송스러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또 육아휴직으로 쓸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서 수십 번 고심 끝에 결정했다는 그 직원의 남편직업은 무엇인지, 정말 궁금했다.

필자도 아이 둘을 키우면서 정말 울고 싶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아이를 낳고, 키우고, 학교 보내는 모든 과정에서 무엇인가를 결정하는 자는 언제나 필자였다. 그런데 다른 일과 달리 양육의 결정권자는 '권한자'이기보다 '책임자'로서 모든 일을 감당해야 했다. 이 때 남편은 도와주는 사람이었다. 남편과 많이도 싸우고 원망했지만 솔직히 아이 아빠도 바빴다. 그 당시 필자는 엄마가 된 것을 얼마나 후회했는지 모른다. 출퇴근 시간을 지켜야 하는 정규직 일자리가 아닌 프리랜서 일을 하면서도 너무 힘들었다. 첫 아이는 학교를 어떻게 보냈는지도 모르겠다. 둘째아이가 초등학교 들어갈 때는 진짜 눈물이 나왔다. 왜 이리 알림장에 준비물이 많고 엄마가 할 일이 많은지.. 그러나 요즘은 어떻게 아이 둘을 키웠는지 다 잊어버렸다.

육아휴직을 한다는 직원의 전화를 받으며 과거의 어려움을 생각 하면서도 '너무 힘들겠네요 당연히 신청해야지요. 씩씩하게 아이키우고 돌아오세요' 라는 언급 외에는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직원의 육아 휴직 후 조직의 책임자로서 어떻게 그 직원의 일을 분담할지 숙제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그 직원은 공무원이라 6개월 후 직장에 돌아올 수 있겠지만 아무래도 육아휴직 하기 전의 일처리 속도를 맞추려면 힘이 들 것이라는, 육아휴직 당사자의 어려움에서부터 다른 직원의 어려움도 고민해야 했다.

정부의 0세부터 5세까지의 양육수당이나 보육시설 지원만으로는 아이들은 키워지지 않는다. 아이돌보미가 아이를 먹이고 입히는 것 외에 그 이후 아이와 놀아주고 교육하고 소통하는 것이 더 힘들다. 아이를 양육한다는 것은 그 어떤 일보다 보람되지만 그 만큼 책임이 따르는 힘든 일이다. 1990년 필자가 아이를 키울 때 보다 20년이 흘렀는데도 육아가 왜 아직도 여성들만의 책임인지 답답하다.

충청북도의 경우도 7월 15일 기준으로 본청공무원 1,563명 중 육아휴직자수는 38명인데 그 중 육아휴직 남성신청자는 1명만이다. 부성(父性)을 갖고 자라는 아이들의 전적인 양육자가 어머니라는 것은 어찌 보면 모순이다. 또 여성이 일을 하든 안하든 남성의 가사노동 시간은 2010년 통계에 의하면 하루에 약 30분으로 그리 큰 차이가 없다. 남성들이 육아와 가사를 자신의 일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육아휴직도 남성이 하기보다 여성이 한다. 또 아버지가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문제 뿐 아니라 육아휴직 후 남은 직원들이 그 직원의 역할을 분담해야 하는 것도 큰 문제이다. 이전보다는 빨리 대체 인력이 보강된다고 하지만 당분간은 남은 직원끼리 분담해야 한다. 그러니 육아휴직에 관한 법이 있어도 문화나 제도가 빨리 변화하지 않으니 개인적으로 미안할 수밖에 없다. 결코 육아는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다. 만약 비혼여성, 남성들, 그리고 기혼여성들마저도 육아휴직을 신청한 여성들을 꺼린다면 어떻게 여성들이 일을 하면서 아이를 낳겠는가· 저출산 시대에 육아는 사회적 문제이며 책임이라는 선언 이상이다. 앞으로도 육아휴직을 죄송스러워하고 꺼려한다면 결혼파업, 출산파업, 육아파업 등의 여성들의 반란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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