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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혜정

충북도 여성정책관

세 번 결혼하는 여자! 아무리 결혼을 권장할지라도 제목부터 불순하다. 두 명 중 한 명이 이혼을 하고 젊은 친구들이 결혼을 하지 않는다 할지라도 세 번이나 결혼하는 것은 좀 아니지 않는가. 필자는 요즘 TV 주말 드라마 '세 번 결혼하는 여자'(김수현 작)를 열심히 보고 있다. 드라마를 즐겨보지 않는 식구는 제목부터 불편해한다. 이상한(?) 드라마를 본다며 필자를 비난하더니 아이 있는 여자 재혼의 어려움에 귀를 기울이는 듯하다.

남편이 죽어도 재가를 허락하지 않았던 과거 조선시대와 달리 요즘 여성들은 이혼이나 재혼이 자유스럽다. 저 출산 시대에 결혼하지 않는 청춘들에게 결혼 뿐 아니라 이혼 후 재혼마저도 권장한다. 그러나 '아이 있는 여성'의 재혼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어머니가 아이를 키우는 것이 숭고한 모성이라는 이유로 당연하게 여기는 것 같지만 아이를 데리고 재혼하는 것은 아버지의 성을 이어받는 가부장제 사회에서 결코 쉽지 않다.

극중 주인공도 가까운 시일 내 아이를 데리고 갈 수 있다는 남자의 말을 믿고 재혼한다. 아이만큼이나 자신의 삶도 중요하다는 판단아래 아이를 친정에 맡기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지만 재혼시댁의 단호함, 과거시댁의 방해로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남의 씨를 왜 우리가 키우는지... 아버지가 없는 것도 아닌데...'라는 드라마 대사처럼 여전히 아이는 아버지의 자식이다. 정자와 난자가 만나 아이가 생산되지만 여전히 아이는 아버지의 자식이다.

현실적으로 '부성(父性)제도'가 있는 이상 性을 쉽게 변경할 수 없다. 여전히 性변경은 어렵다. 이러한 현실에서 '모성'은 맥없이 무너진다. 불구덩이 속에서도 아이를 구해낼 수 있다고 어머니가 칭송되지만 여성이 아이를 데리고 재혼하기는 어렵다. 이것이 과거 우리 어머니들이 '청상과부'로 아이를 키워온 이유이다.

아이를 키워본 여성이라면 모성이 허구라는 것을 안다. 아이가 어머니의 의무, 역할, 책임이라지만 모성이 선택되는 것을 번번이 경험한다. 과거와 달리 여성의 직업이나 건강에 의해 모성이 양보되며 이혼 시에는 여성과 남성의 이해관계로 아이가 밀려 나기도 한다. 특히 정숙하지 않은 여성은 모성을 선택할 수 없다. 이것을 알고 있는 여성들은 자신의 인생과 아이의 인생 중 무엇이 더 중요한지 양자택일의 갈등을 겪는다. 혹 여성의 삶을 선택했다가 아이가 잘못되면 그 책임으로 괴롭다.

한국사회에서 모성은 권한이 아니라 의무이다. 아버지/남편 사후, 특히 아이가 성공할 때 모성은 비로소 권한이 된다. 그러다 보니 여성은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이혼하지 말아야 하고 자식이 있을 경우에는 재혼하지 말아야 한다. 또 '위대한 어머니'로 인정받기 위해 아이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것이 모성이 칭송받게 된 역사이다. 그러나 현대 여성들은 이러한 모성 부담으로 아이를 낳지 않겠단다. 만약 사회가 함께 아이를 키우지 않는다면 여성들은 모성을 거부할 수도 있다.

극중 두 번 결혼한 여자의 고통, 우울, 비탄감이 가슴에 와 닿는다. 드라마 대사처럼, 그녀의 재혼은 잘못된 선택일까. 그녀는 얼마나 자책해야 할까. 여성권익에 대한 주장이 역차별이라고 아무리 말들을 해도 이러한 드라마 같은 현실이 존재한다면 여전히 여성들은 고통스럽다. 또 주변의 눈치에 의해 '좋은 것이 좋은 것'이라고 믿으며 여성들 스스로 고통에 침묵할 때 이 사회의 변화는 요원하다.

그럼에도 조선시대 열녀들과 달리 '세 번이나 결혼'하는 드라마 제목처럼 모성의 새로운 변화를 기대해본다. 은근히 다음 편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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