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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09.05.26 22:25:05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고향 가셔도 일주일에 한번씩 내려가서 머리 만져드리겠습니다.” “허허. 그럴 필요 없어요. 번거롭기만 하죠.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난해 2월24일 청와대에서 퇴임을 하루 남기고 이발을 하며 20년간 인연을 맺었던 이발사 정주영(63)씨에게 그동안 고마웠다는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노 전 대통령과 정씨의 만남은 1988년부터 시작됐다. 노 전 대통령이 국회의원에 당선된 뒤 정씨의 일터인 서울 여의도 A호텔 사우나를 오가며 알게 됐다.

노 전 대통령은 2002년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에도 정씨를 청와대로 불렀다. 그 후 5년간 정씨는 매주 한번씩 청와대를 찾아 노 전 대통령의 머리카락을 직접 만졌다.

노 전 대통령과 작별한 뒤 1년 3개월여만인 지난 23일 정씨는 동료로부터 서거 소식을 처음 전해듣고 날벼락을 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TV를 통해 흘러나오는 뉴스 특보를 보면서도 믿기지가 않았다. 이내 아내의 통곡 소리가 집안을 가득 메웠고 정씨도 소리 없이 아내를 따라 울었다. 정씨는 “봉하마을에는 24일 다녀왔다. 가족들이라도 뵙고 위로의 말이라도 전하고 싶었는데 사정이 여의치 않더라”며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정씨는 아내와 함께 내려간 봉하마을에서 국화꽃 하나만 남기고 온 것이 못내 마음 쓰인다고 했다.

정씨가 기억하는 노 전 대통령은 따뜻하고 한결 같은 사람이었다. 혹시나 정씨가 자신의 머리를 만지면서 긴장이라도 할까봐 노 전 대통령은 항상 먼저 농담을 건넸다. “회갑이셨다는 얘길 들었습니다. 벌써 그렇게 되셨습니까”라며 관심을 보이는가 하면, “괜히 여기 오느라 사업에 방해되진 않습니까”라고 걱정스런 표정을 짓기도 했다. 정씨가 “그냥 말씀 낮추세요”라고 해도 노 전 대통령은 “그게 잘 안됩니다. 그냥 갑시다”라며 웃어넘기기도 했다.

또 노 전 대통령은 고등학생들이 등장해 어려운 퀴즈 문제를 푸는 ‘도전 골든벨’ TV 프로그램을 보면서 정답을 맞추면 뛸 듯이 기뻐하는 해맑은 사람이기도 했다. 정씨는 “일부러 배려해 주시려고 애쓰시는 모습에 지난 5년간 편하게 일했다”고 회상했다.

정씨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2004년 국회가 가결된 탄핵소추안이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된 날이다. 그 즈음 정씨의 눈에 비친 노 전 대통령은 관저 밖 출입을 아예 하지 않았고, 손녀가 태어났는데도 무척 어두워보였다. 하지만 탄핵소추안 기각이 결정되고 권양숙 여사가 “잘됐다”며 소식을 전하자 노 전 대통령은 “알았다”란 말만 남기고 어디론가 사라졌다고 했다. 정씨는 “이후 심경에 변화가 있으셨는지 머리카락을 짧게 잘라달라고 했다. 안된다고 다들 말렸는데 굽히지 않으셨다”며 “결국 언론 등에서 ‘깍두기 머리’라며 좋은 말을 못들었던 일이 있다”고 전했다.

그는 “아직도 가까이에 있으신거 같은데…. 어느 순간 이제는 가셨구나라는 생각이 들면 가슴이 메인다”며 “작은 비석이라도 봉하마을에 만든다니 한번씩 내려가 봐야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정씨는 개인적인 사정을 들며 사진 촬영을 한사코 거절했다.

기사제공:쿠키뉴스(http://ww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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