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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3.10.03 15:20:23
  • 최종수정2023.10.03 15:20:23

정초시

충북도 정책수석보좌관

현고 학생부군 신위(顯考學生府君神位)는 관직 없이 돌아가신 조상을 위해 제문에 흔히 등장하는 문구다. 배우는 학생으로 일생을 살다 돌아가신 조상을 기리는 뜻으로 볼 수 있지만, 배움이 관직의 하위개념인 것처럼 보여 마음이 편치 않다. 공자님도 논어의 첫 구절에 "배우고 익히면 즐겁지 아니하냐"고 하며 배움이 얼마나 중요한지 말씀하시지 않았는가?

나를 포함하여 대부분의 사람들은 젊어서 학생으로 배우면서 일정한 자격증(?)을 습득하여 그것을 토대로 직업을 구하고, 평생 동안 이전에 배웠던 지식과 경험을 적당히 울어내서 사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필자도 초중고 12년과 대학과 대학원 16년을 학생으로, 나머지 32년은 가르치는 자리에서 살았다. 돌이켜보면 가르치는 직업을 가진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하고 독선과 고정관념에 빠지기 쉬운 길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물론 더 풍부한 지식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공부를 해야 한다고 변명할 수는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학생으로서가 아니라 선생의 자리에서 효과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입장이어서 생각의 틀을 바꾸는데까지는 이르지 못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배움은 자신의 무지를 깨닫는데서 시작된다. 소크라테스의 친구였던 카이레폰은 델포이 신전에서 '소크라테스보다 더 지혜로운 자는 없다'는 신탁을 받았는데, 이 말을 들은 소크라테스는 당황하여 자신보다 더 지혜로운 선생들(?)을 찾아 신탁이 잘못되었음을 입증하려 하였다. 그래서 자칭 선생들을 찾아 끊임없는 질문의 대화를 하면서 깨달은 것은 그들이 안다고 하나 부분적이며, 자신들은 여전히 선생의 자리에 있다는 점이었다. 결국 소크라테스는 "나는 내가 모른다는 것을 안다"는 깨달음으로 적이도 자신이 그들보다 더 지혜롭다는 점을 알게 된다. 즉, 무지의 깨달음이 지적 여정의 출발이었던 셈이다. 우리 역사 속에서 수많은 선현들이 확정적인 답을 내놓기 보다는 많은 질문을 남겨둠으로서, 후대에게 생각과 지식의 변경을 넓히는 초석의 역할을 했으며 이 과정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우리의 자유로운 시야를 가리고 있는 사회적 지위, 위계질서, 선생의 위치에 있으려는 욕심 등의 자리에서 벗어날 때 비로소 배움의 길에 들어설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15년 전 즈음 어느 훌륭한 선생에게서 목공을 배운 적이 있었다. 처음에는 나무 식별, 드릴 잡는 법, 수공기구 다루는 법 등을 배우다가 약 1년이 지나면서 드디어 거대한 '테이블 쏘우(Table Saw)'를 학습하였다. 4인 1조로 이론과 실습을 겸하였는데, 한 사람이라도 실수하면 모두 회초리로 손바닥세례를 받았다. 대학교수로서 나보다 10살 정도 연하인 목공선생에게 손바닥을 맞는 것이 자존심 상했으나, 곧 나는 선생이 아니라 학생이라는 단순한 사실을 깨닫고는 계속할 수 있었다. 드디어 목공의 신세계를 경험할 수 있었으며, 점차 호기심을 통해 나만의 디자인이 가능한 가구제작도 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게 되었다.

무지는 지식의 그릇이 확대되며 점점 빈 공간이 많아짐을 의미한다. 자신의 무지를 깨달으면, 내면에서 빈 그릇을 채우려는 지적 호기심이 불처럼 타오르며 자연스럽게 질문이 시작된다. 그동안 자연스럽고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에 대한 의문이 생기고, 과거의 생각 틀로는 설명되지 않는 변화에 대해 질문하며 답을 구하려고 애쓰게 된다. 그리고 하나씩 알아가는 과정이 신기할 뿐 아니라 즐겁다. 나이가 들면서 학생으로 산다는 것의 즐거움을 깨달았는데, 이제야 철이 들기 시작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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