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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선

세명대학교 교양과정부 조교수

아버지를 생각하면 가족들이 편히 쉴 수 있었던 따듯한 그늘이 떠오른다. 오롯이 가족을 위해 무거운 삶의 짐들을 그 긴 세월동안 짊어지시며 먼 길을 걸어오신 아버지의 모습에 감사함과 안타까운 감정들이 복잡하게 뒤엉켜 떠오르며 나도 모르게 숙연해진다. 아버지는 존재 그 자체만으로 마음속에 큰 힘이 되는 존재다.

얼마 전 모 방송국 프로그램에서 코피노 아이들에 대한 특집을 방영했다. 한국인 아빠와 필리핀 엄마가 3만 명으로 추정되는 오늘날, 여전히 사진 한 장 들고 아빠를 찾아야 하는 코피노 아이와 엄마가 있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어떤 사람들은 자기 이름을 거짓으로 알려주거나 여권조차 조작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 아버지를 찾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사진을 공개하는 것뿐이라고 한다.

물론 이에 대한 논란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 블로그에 코피노 아버지들에 대한 정보가 공개되면서, '불가피한 일'이라는 주장과 '초상권 침해'라는 반박이 오가기도 했다.

우리는 이 상황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현지에 남아있는 어머니와 아이들은 대부분 기본적인 생존권마저 보장받지 못하고 있었다. 필리핀 사회에서 코피노 아이와 어머니에 대한 인식은 부정적이기 때문에 적응자체가 어렵다. 결국 그들의 삶은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투쟁이었다. 그런 와중에도 아이들의 한국 이름을 버리지 못하고 먼 타국까지 와서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외치고 있다. 거짓으로 속이고 자신을 떠난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분노가 아니라, 그리움을 외치는 것이다.

한편, 사진 공개를 초상권 침해로 보는 아버지들은 한 개인이 자기 사생활을 공개한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실제로 신상이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한국의 가족들과 문제가 생겨 어려움을 겪는 아버지들이 생겨났다고 한다. 그들은 대부분 영어를 배우러 필리핀으로 간 20대의 학생이었기 때문에, 현재 한국에서 새로운 가정을 꾸려 새 출발을 했을 것이다. 그러니 직장과 가정에서 받을 타격도 무시할 수 없다. 분명히 개인의 사생활은 존중되어야 하고, 생계는 보호받아야 한다. 하지만 권리는 책임과 공존해야 한다. 그들이 아버지로서의 책임을 외면하지 않는다는 전제 위에서만 그러한 권리는 보장받을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최근 "한국인들은 일본이나 미국에 성적 착취를 당한 피해자라고 주장해왔는데, 경제선진국이 된 뒤 가해자로 변했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그렇다면, 결코 개인의 문제로 치부할 수 없고, 그 문제를 방관하는 다른 한국인들 역시 책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방송에 나온 어느 관계자의 말처럼, 코피노 아이들의 생존권과 아버지들의 초상권 중 어떤 권리가 더 중요한 지는 자명한 문제가 아닌가.

모든 권리는 존중받아야 하지만, 각 권리에는 우선권이 있다. 어떤 권리를 포기해서라도 지켜져야 할 중요한 권리가 있다는 말이다. 그러니 문제를 일으킨 아버지들은 권리만 주장할 것이 아니라, 잘못에 대해 사과하고 책임까지 져야 한다. 생존권이 보호되지 못한다면 사생활 역시 보호받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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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