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김민선

세명대학교 교양과정부 조교수

며칠 전 영화 곡성을 보았다. 곡성이라는 영화자체도 흥미로웠지만 열린 결말이라 그런지 이후에 관람객들의 분석과 관련 평들을 찾아보느라 시간을 꽤 많이 쓰며, 생각하게 하는 영화였다.

필자가 이해하기에, 영화 곡성은 작은 시골마을을 배경으로 우리 사회에 팽배한 '의심과 믿음'을 얘기하고 있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누굴 의심하고 혹은 믿어야 하는 것일까?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이 무속인으로 나오는 황정민과 여자 귀신으로 나오는 천우희라는 배우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은 나약한 인간으로서 겪을 수밖에 없는 의심과 믿음의 실존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 같아 복잡한 감정이 오갔다.

곡성이라는 영화를 많은 사람들이 찾는 이유 중 하나는 영화가 던지는 주제가 현대 사회를 살면서 많은 사람들이 겪고, 갈등하는 문제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를 보는 내내 무능력하고, 외부의 힘에 맹목적으로 흔들리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면서 방향을 잃고 헤매는 나 자신의 약한 모습을 투영하게 되었다. 가끔 겁 많은 주인공의 모습을 보면서 헛웃음을 짓게 되는 건 그 모습이 웃기기보다는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지극히 공감됐기 때문이었다.

또한 흉흉한 범죄와 사건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보도되는 현실에서 인간의 나약함으로 인한 의심과 믿음의 갈등은 모두가 공감하는 이야기일 것이다. 평범한 일상 자체가 불확실함과 불안함으로 가득 차 있다. 아픔을 당하는 사람들은 그게 왜 나여야만 하는지, 그게 왜 우리 가족이어야만 하는지 계속 되물을 수밖에 없다. 그걸 바라보는 사람들은 나였을 수도 있고, 나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깊은 불안을 경험하고 있다. 그 무엇보다 이러한 불안에 공감해주고, 보호해줄 안전지대가 없다는 무기력감과 절망감이 사람들로 하여금 희망(hope)을 빼앗아 가는 것 같다.

늘 그렇듯 이 순간 마지막 희망으로 우리는 '가족'을 찾게 된다. 곡성이라는 영화 속에서 무능력하고 겁 많던 아버지가 딸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리고, 온 몸을 던진다. 그러나 이내 자신의 힘으로 현실에 맞설 수 없음을 인정하고 신의 힘을 빌리게 된다. 곡성은 아버지로서, 어머니로서 강인하게 악에 맞서 싸워 이기는 모습을 그려낸 이전 여러 영화들과는 좀 더 다른 시선에서 가족을 그리고 있다.

영화를 보고 온 날, 이사문제로 철학관에서 부적을 써온 필자의 아버지의 모습이 겹쳐졌다. 아버지는 자식들이 결혼을 할 때, 이사를 할 때마다 항상 다음 날 철학관을 찾으셨다. 자랄 때 아버지는 항상 작은 일에도 불안해 하셨기에 필자는 큰일을 상의할 사람도, 편하게 부탁할 어른도 없다고 느꼈다. 그런 아버지의 모습에 화가 나고 상처도 많이 받았지만 아버지 당신이 그런 경험이 없으셨기에 자식들의 얘기를 듣고, 위로하고, 믿음을 줄 힘이 없다고 느끼셨을 것 같다.

분석을 받으면서 필자의 분석가가 했던 말을 아련히 떠오른다. "당신이 아버지와 같은 삶을 살았더라면 지금의 아버지처럼 한 가정의 가장으로 희생하고, 버틸 수 있었을 것 같으냐·" 필자에게는 숙연해지고, 마음을 깊이 울리는 질문이었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