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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선

세명대학교 교양과정부 조교수

필자가 좋아하는 글 중 존 던(John Donne)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라는 기도문 형식의 산문이 있다.

누구든 그 자체로서 온전한 섬은 아니다.

모든 인간은 대륙의 한 조각이며, 전체의 일부이다.

만일 흙덩이가 바닷물에 씻겨 내려가면

유럽의 땅은 그만큼 작아지며,

만일 갑(岬)이 그리되어도 마찬가지며

만일 그대의 친구들이나 그대의 영지(領地)가 그리 되어도 마찬가지이다.

어느 누구의 죽음도 나를 감소시킨다.

왜냐하면 나는 인류 전체 속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누구를 위하여 종이 울리는지를 알고자 사람을 보내지 말라!

종은 그대를 위해서 울리는 것이니!

이 글에서 존 던은 인간은 섬과 같이 고립된 존재가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의미를 찾고 살아갈 수밖에 없음을 말해준다.

2000년 가을, 대학에 입학해 영문학을 전공하던 중 이 글을 읽고 앞으로 나의 진로와 관계에 대해서 한동안 깊은 고민에 빠졌던 기억이 난다. 그때까지 내 삶에서 타인들이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이 그렇게 크지 않다고 느꼈으며, 심지어 관계맺음 자체가 내게는 자율성을 빼앗는 통제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만큼 '지키고 자신만의 영역(boundary)'이 완고했고 상담을 공부하고, 개인분석을 받으면서 느꼈던 것은 누군가 깊은 관계를 맺고 함께 한다는 것이 내 안에서 '안전'하게 느껴지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존 던의 이 짧은 산문은 알 수 없는 혼란과 울림을 주었다.

나이가 들면서 '혼자'일 수 없는 삶에 점차 더 공감하게 된다. 누구나 완전할 수 없기에 힘이 있을 땐 그걸 나누고, 어려울 땐 도움을 받고 감사해야 하는 것이 삶의 이치임을 여러 경험들을 통해서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나홀로족, 혼밥족, 혼술족, 혼행족 등의 조어(造語)들이 우리사회에서 이미 낯설지 않은 말들이 되어버렸고, 하나의 문화와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라이프 스타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실제로 상담을 하면서 젊은 세대들이 '관계맺음' 보다는 '독립적인 삶'에 더 관심이 많고 개인의 영역을 침범 받고 싶지 않아함을 절실히 느낀다.

가끔 그들이 경험하는 외로움과 공허함이라는 감정의 근본적인 원인이 이러한 역동과 연결되어 있음을 설득하려 하지만 논쟁 그 자체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일부 사람들은 본인을 힘들게 하는 그 감정조차 '혼자서 좀 더 자유롭게 어떤 행동을 함'으로써 채울 수 있다고 생각하지 누군가와 함께하는 과정에서 채워갈 수 있음을 공감하지 못한다. 이는 우리가 생각하는 그 이상으로 타인과의 연결고리 없이 혼자 성장하고, 살아온 사람들이 많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혼자라는 것이 타인과의 친밀감을 나눌 필요가 없다는 것은 아닐 것이다. 시간이 갈수록 우리에게는 새로운 형태의 공동체가 필요하며, 그 일원이 될 준비와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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