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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찬순

전 충북문인협회 회장

그해, 6월 26일은 월요일이었다. 지금은 초등학교라 칭하는 국민학교의 멀고 먼 학교 길을 나는 힘겹게 걷고 있었다. 그날 길가 밭둑에는 하얀 찔레꽃이 무더기로 피어 있었고 처연한 뻐꾸기 소리는 꽃잎처럼 하늘에 흩날렸다. 월요일은 운동장 조회에서 교장선생님이 침통한 목소리로 「어제 새벽 무도한 북한괴뢰군이 불법 남침했다」고 말했다. 그 시간에도 뻐꾸기 소리는 학교 운동장에 수북이 흩뿌려졌다.

그때 그 시간에 무도한 침략군은 벌써 의정부 근처 백천교 까지 내려와 있었다. 더구나 28일 새벽에는 서울 미아리 고개를 넘어 창경원에 도착했다.

그처럼 다급한 지경에도 한국의 군부와 대통령은 전쟁 준비는커녕 오히려 두 손을 다 내려놓아 마치 전쟁을 포기한 형국이었다.

왜냐하면 진작부터 적군 13만5천명(전군 93%)의 전투 병력이 38선에 집결하고 있는데도, 한국 장병들을 대거 모내기 휴가를 내보냈고 대부분 병장기는 수리공장으로 옮겼으며 많은 일선 부대장들을 이동 시키고도 24일에 육본본부의 행사에 중요한 수뇌부의 50여명이 밤늦도록 술에 만취하고 참모총장 채병덕은 2차까지 가서 25일 새벽 2시까지 술을 퍼마시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잠에 떨어져 38선이 무너진 것조차 꿈에도 모른 채 전쟁이 터졌다는 다급한 전화가 빗발치는데도 그 비서들조차 바꿔주지 않았다. 신성모 국방부 장관도 전화를 내려놓은 채 받지 않았다. 참다못한 육본 일직 사령이 달려가서 가까스로 사실을 알릴 때 6시 무렵이고, 국방부 장관 댁에 찾아가 상황 보고하고 육본에 돌아 온 시간은 7시 30분쯤이었다 한다. 대통령이 정식 보고를 받은 것은 10시 반이라는 기록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전쟁에 참여한 72전차대대 지휘관 「사이어드 퍼렌바크」가 쓴 책 「이런 전쟁」에서 「6.25는 전쟁에 대한 준비가 전혀 되지 않고, 전쟁 상황에 대한 터무니없는 오판誤判, 세계 3차 대전에 대한 공포 때문에는 일어날 전쟁이었다.」고 했다. 그리고 「전쟁에 대비하지 않은 국가는 국가정책에서 전쟁을 포기해야 한다. 싸울 준비가 되지 않은 국민은 항복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썼다. 적어도 그때 한국의 참모총장, 국방부 장관, 대통령은 전쟁에 대비하지 않았고 싸울 준비를 하지 않았다. 그 때문에 국가와 국민은 엄청난 불행과 고통 속에 내던져졌다. 그런데도 참모총장과 국방부 장관의 만행은 끝이 없었다. 전쟁이 터져 거세게 밀리고 있는데도, 육군 수뇌부 회의에서, 국무회의에서도, 국회에 가서도 삼일 안에 평양을 점령하고 신의주를 휩쓸겠다는 황당한 말을 서슴지 않았다. 심지어는 27일 새벽 1시 비상 국회가 열린데 가서도 백두산 영봉에 태극기를 꽂겠다며 서울 사수를 약속했다. 그 말에 따라 국회가서울 사수를 결의하는 바람에 서울 시민과 국회의원 55명은 피난을 가지않았다가 국회의원 28명이 북으로 끌려가 죽었다. 그 하루 전 밤 9시 다급하게 국무회의를 열고 대통령은 열차편으로 피신한다는 결의를 했다. 역시 서울 시민들과 국민은 아랑곳하지도 않았다.

그러고도 모자라 채병덕은 27일 오전 11시 육본에서, 최창식 공병감에게 인민군이 서울에 들어오면 2시간 내에 한강교를 폭파하라고 명령하고 그 자신은 12시 반에 그곳을 떠나 2시에 시흥보병학교로 몸을 피했다. 마침내 이른 새벽 적군의 전차가 미아리고개를 넘자 육본공병대는 새벽 두시반 한강교를 폭파했다. 그 때문에 현장에서 많은 사람이 죽고 서울시민은 발이 묶이고 순식간에 많은 군 차량과 2만 개론의 휘발유 엄청난 식량과 식품이 적의 손에 들어갔고 2만이 넘는 국군이 죽거나 포로가 되는 참담한 손실을 입었다. 전혀 전쟁준비를 않고 엄청난 오판이 민족의 재앙을 자초한 꼴이었다. 그런 와중에 서울이 적의 수중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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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김진현 ㈜금진 대표이사

[충북일보] 독일의 생리학자 프리드리히 골츠의 실험에서 유래한 '삶은 개구리 증후군(Boiled frog syndrome)'이라는 법칙이 있다. 끓는 물에 집어넣은 개구리는 바로 뛰쳐나오지만, 물을 서서히 데우는 찬물에 들어간 개구리는 온도 변화를 인지하지 못해 결국 죽는다는 뜻이다. 올해 창업 20주년을 맞은 벽지·장판지 제조업체 ㈜금진의 김진현 대표이사는 현재 국내 중소기업을 이에 비유했다. 서서히 악화되는 경기를 알아채지 못한다면 결국 도산에 직면한다는 경고다. 충북에서는 유일하게 지난해 중기부의 '존경받는 기업인 10인'에 선정된 김 대표를 만나 현재 중소기업이 처한 상황을 들었다. ◇청주에 자리 잡은 계기는 "부천에서 8남매 중 7째 아들로 태어났다. 공부를 하고 있으면 선친께서는 농사일을 시키지 않으셨다. 의대에 진학해 의사가 되고 싶었다. 슈바이처를 존경했고 봉사활동을 좋아했다. 인천고등학교를 다니면서도 인하대학교가 어디에 있는 지도 몰랐다. 의대에 원서를 넣었지만 떨어졌고, 평소 수학과 화학 과목에 소질이 있는 것을 알고 계셨던 담임선생님께서 인하대에 원서를 써 넣어 주셨다. 인하대 화공과에 장학금을 받고 입학한 뒤에도 의대 진학에 대한 미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