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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찬순

전 충북문인협회회장

권력자들의 잔혹한 갑질. 조금이라도 윗자리에 앉은 자들의 비열한 횡포, 많이 가진 자들의 더러운 갑질은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하층민들이 겪는 고통과 수치와 분노는 그만큼 하늘을 찌른다. 세월이 험악할수록 그들은 서로의 상대를 망가뜨려는 앙심을 갖기 마련이다.

그런 틈바구니에서 '權不十年(권불십년)' 또는 '부자삼대 못 간다'는 속언도 생기고, '990석을 가진 부자가 10석 가진 자의 것을 빼앗아 1천석을 채우려고 한다' 는 말도 퍼져있었다.

성서에는 "부자가 천국에 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 보다 어렵다"는 인구에 회자되는 명구도 있다.

아마도 부(富)를 지키는 것이 그만큼 어렵다는 말이고, 부자가 더 탐욕스럽다는 것, 재산을 많이 소유할수록 더욱 많은 죄를 짓는 다는 뜻일 것이었다.

그럼에도 13대 300년이나 만석꾼의 부를 지켜낸 특별한 집이 있다. 이른바 '경주 최 부자'다. 농경시대 그런 예는 세계를 통 털어도 그리 흔치 않다.

두말할 것도 없이 우리나라에는 그 집이 유일할 만큼 특별한 비결이 있었다. 그 집안에는 핏줄처럼 이어온 여섯 가지 가훈 즉 육 훈(六訓)이 그것이었다.

첫째 대대로 만석을 채우지 말라. 그 속에 함축된 의미는 한사코 탐욕을 버리라는 꾸짖음이고 절대적인 당부였다. 오히려 그 반대로 한없이 가난한 자들에게 베푸는 아량을 가지라는 훈계였다. 탐욕금지라는 소극적인 태도를 과감하게 버리고 우리가 소유한 부를 적극적으로 나누자는 공유의식을 강요한 것이었다. 이것이 그들로 하여금 300년이나 부를 튼튼하게 지킨 열쇠였다.

둘째 백리 안에서 굶어 죽는 자가 없게 하라. '가난은 나라도 구하지 못 한다'는 철칙을 깨뜨리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가난을 구제하라는 것은 자신의 쌀을 식량을 재산을 아낌없이 퍼주라는 소리나 마찬가지였다. 그것은 역사에서 가장 훌륭한 통치자가 펼치는 가장 빛나는 정치이념이었다.

최 부자는 일 년 쌀 생산 소득이 3천석인데 그 가운데서 2천석은 아낌없이 그런 곳에 쏟아주었다 한다. 이런 아름다운 행동을 통하여 한국 최고의 거부가 모범을 보인 것이었다. 감동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오늘날에도 재벌의 갑질을 두고 나라가 벌컥 뒤집히는 판국이니 어찌 대단한 일이 아니겠는가. 그것을 일러 '노블레스 오블리주 (솔선수범)'라 한다.

저 로마가 천년제국을 튼튼하게 이어온 비결도 경주 최 부자가 13대 3백년을 만석꾼 집안을 이끌어 온 것도 그 때문이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또 있다.

셋째 흉년에는 땅을 사지 말라는 가르침은 가난에 시달리다 못해 목숨 줄인 땅을 그것도 싸게 파는 예가 허다하기 때문에 가난한 자의 약점을 이용해서 자기 욕심을 채우지 말라는 목소리였다.

넷째 벼슬은 진사 이상 하지 말라. 조선왕조 시대 진사는 최고의 국가고시였고 자격증이어서 실제의 관직은 아니다. 진사 급제는 당시로는 가장 높은 학문에 도달했음을 의미했다. 그 집안에서 10대에 걸쳐 진사 시험에 합격했으니 그들의 지적 수준이 얼마나 높은가를 짐작 할 수 있다. 그들은 대단한 선비 집안을 입증한 것이다. 그러나 벼슬 즉 정치에 뛰어 들지 말라고 엄명했다. 정치는 예나 지금이나 순수한 인간성을 지키지 못한다.

다섯째 집에 오는 손님을 후히 대접하라. 여섯째 며느리가 시집왔을 때 3년간 비단옷을 입지 못하게 하라고 했다. 만석꾼의 집안에서 훌륭한 선비의 인격과 높은 가치, 솔선수범을 행동으로 모범을 보임으로써 만인의 존경을 받고 300년을 이어온 것은 그 같은 빛나는 철학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금 재벌들은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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