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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찬순

전 충북문인협회 회장

강은 한 지역이나 나라 또는 국경을 뛰어넘는 장대함과 시간조차 넘어서는 영원성을 갖기 일쑤다. 그런 강을 사랑하고 가장 잘 활용하는 민족은 생활의 풍요함은 물론이고 문화의 눈부신 발전과 국가의 강대함 그리고 역사의 화려함을 온 천하에 꽃피운다.

내가 독일 라인강 크루즈여행을 하면서 온몸으로 겪은 것은 그러한 찬란함이었다. 흔히 '라인강의 기적'이라는 인구에 회자된 놀라운 전후(戰後) 독일 경제성장의 영광을 강에 바치는 것은 그러므로 결코 우연이 아니다. 우리도 경제의 큰 도약을 '한강의 기적'이라 말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세계 4대 문명의 발생지도 모두 강이었다. 여러 나라에 걸쳐 흐르는 총길이 1천320km, 유역면적이 22만㎢의 라인 강변의 도시 쾰른에서 출발, 거대한 배를 띄워 놓고 4박 5일이나 몸을 내맡긴 채 독일의 속살을 샅샅이 살피는 감회는 매우 감동이었다.

그 강과 강마을과 강 주변은 모두 한 결 같이 그림 같은 아름다움과 환상적인 낭만이 가득 넘치고 있었다. 빨간 지붕들이 불타고 강 양쪽으로 기찻길과 육로가 강물 따라 끝없이 이어지고 그 위로 기차가 힘차게 달리고 수많은 자동차들도 한껏 속력을 내고 있었다. 산자락에는 햇빛을 잔뜩 머금고 청포도가 익어가고 언덕 위에는 고성(古城)이 운치를 최대한 돋우고 있었다.

라인강과 모젤강이 만나는 합수머리에 자리 잡은 도시 코브렌츠가 오랫동안 북적대는 사람들을 품고 강가에는 독일을 통일 시킨 '혈의 재상'이라 일컫는 비스마르크 동상이 우뚝 서 있었다. 그 동상이 바라보는 강 건너 산위에는 옛 성이 그림처럼 아름다웠고 그 위로 케이블카가 나비처럼 날고 있었다.

배를 타고 앞을 향해 달리다가 우리는 '구름 걷힌 하늘 아래 고요한 라인강/ 저녁 빛이 찬란하다 로렐라이 언덕'이라는 노래로 널리 알려진 '로렐라이 언덕'과 마주했다. 그 언덕 아래를 굽이치는 강을 지나 얼마를 지나자 드넓은 평야가 끝없이 펼쳐져 출렁이는 강물소리에 귀 기울이며 거대한 곡창지대를 가득 채운 곡식들이 불타는 햇빛 속에서 한창 익고 있었다. 그 끝머리에서 마주친 수백대의 자동차를 실은 화물열차가 한없이 길게 늘어서 어디로 가고 있었다. 외국으로 수출하는 것일까. 세계적인 명성을 떨치는 독일 자동차가 리안강을 지나는 모습이 매우 깊은 인상을 주었다. 엄청나게 큰 배에도 자동차 등의 수많은 종류의 수출품을 산더미처럼 싣고 우리와 반대쪽으로 또는 같은 방향으로 지나고 있었다.

'로마에 없는 것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는 로마 격언대로 라인강에 없는 것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는 느낌이 들 만큼 참으로 많은 독일의 속살과 맞닥뜨린 셈이었다.

3일을 밤낮없이 강물 위를 더 내려가서 마지막 목적지, 강변의 대도시 만하임에 도착했다. 그 옛 도시의 구·신시가지를 둘러 보고 역사의 발자취가 묻어 있는 고적과 관광객들이 들끓는 살아있는 시장도 찾았다. 그전에 뤼데스하임의 드높은 산봉우리를 케이블카로 올랐다. 발아래 누어있는 빨강지붕들이 도시와 아침햇빛에 빛나는 강과 질펀한 포도밭과 관광객들로 북적대는 거리, 그 모든 것들이 손에 잡힐 듯 했다. 산 위에 올라 구름처럼 모여든 사람들을 헤치고 다다름 곳에 옛 독일의 번영을 상징하는 거대한 여인상이 하늘을 찌를 듯 우뚝 서 있었다. 그 아래는 독일의 화려한 역사를 조각들로 새겨 놓았다. 그곳에서 바라 본 강은 새삼 세월처럼 역사처럼 도도히 흐르고 있었다. 그 도도한 강물을 되짚어 돌아 올 때는 그 반대쪽의 풍경들이 삶의 터전들이 역사의 현장들이 수많은 사람들이 쌓아놓은 라인강의 화려함이 마치 깃발처럼 펄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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