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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찬순

전 충북문인협회회장

'자기를 영원화시키는 방법은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역사 위에 이름을 길이 남기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후손을 끝없이 이어가는 것이다.'라고 영국의 철학자 러셀은 말했다.

전자는 역사 속에 우뚝 서는 찬란한 업적을 남기는 것이고 후자는 평범한 사람들이 핏줄을 통하여 자신을 길이 전하는 것이라는 뜻이다. 인간을 떠나 하찮은 동물 심지어 식물조차도 자신을 영원화시키는 본능 즉 종족을 보존시키려는 초자연적인 노력은 감탄을 금치 못할 지경이다.

가장 약소한 민들레부터 이야기해 보자.

봄날 마을 길 가장자리에 아주 작은 노란 꽃을 피우는 민들레는 그 꽃에서 씨앗을 탄생시키고 그럴라치면 그것을 다른 곳에 옮겨 심어야 한다. 그것들은 인부를 쓸 수 없는 숙명인지라 어쩔 수 없이 셀프로 해결해야 한다. 그리하여 태생적으로 뛰어난 방법을 창안해 내어 씨앗이 함빡 익으면, 그 씨앗 하나에 낙하산 하나씩을 배당시켜 바람이 불 때 그것을 하늘로 띄워 보낸다. 불행히도 낙하산이 냇물에 떨어지면 사지로 뛰어드는 것이나, 대부분 사방으로 흩어져 기름진 땅에 안착한다. 그 거리가 무려 4km를 간다니 놀라운 일이 아닌가.

한 죄수가 철창에 갇혀 절망에 빠진 채 항상 죽음만을 생각했다. 그렇게 몇 해를 지난 어느 날 창밖을 내다 보다 깜짝 놀랐다. 멀리서 바람을 타고 그 낙하산이 창틀사이까지 날아와 싹을 틔우고 꽃을 피워 죄수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그로 인해 그 죄수는 죽음에서 새로운 삶의 벅찬 희망을 찾았다는 고백을 훗날 수필로 남겼다. 민들레는 그런 벼랑끝에서도 종족 보존의 초자연적인 의지를 보인 것이었다.

그와는 형태가 다른 또 다른 방법을 쓰는 것도 있다. 그 식물은 일년생으로 키가 1미터쯤 자라는 도깨비바늘이다. 가지마다 작고 길쭉한 창끝 같은 바늘을 만들어 낸다. 그것이 씨앗이다. 사람이나 짐승들이 논두렁이나 밭둑 또는 산자락을 지날라치면 그 창끝이 일제히 공격하여 사람들 옷이나 짐승털에 찰싹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다. 그렇게 제 둥지를 떠나는 것이다. 사람들은 논이나 밭둑 그리고 산자락을 지나고 나서야 그것을 발견하고 얼굴을 찌푸리며 일일이 그것을 손으로 떼어내 성이 나서 한껏 팽개친다. 짐승들은 그보다 훨씬 먼 곳에 가서 몸을 부비다 그곳에 씨앗을 떨어뜨린다.

그러니까 타인이나 짐승들의 씨앗을 돈 안 들이고 먼 곳까지 뿌려 놓는 결과를 낳는 것이었다. 어찌 감탄하지 않을 수 있는가. 종족보존 내지 번영 즉 자기를 영원화시키는 욕망과 방법이 하늘도 놀랄 정도 아닌가.

가장 고급스러운 최고의 방법으로는 인간들을 자기 머슴처럼 부리면서 그 목적을 온전히 취하는 말하자면 손안대고 코푸는 방법을 쓰는 것은 오곡백과다. 오곡은 사람들에게 영양이 풍부한 먹이를 제공하면서 자청해서 생명의 젖줄 노릇을 한다. 그렇게 사람들은 스스로 그 젖줄을 아끼고 계속 씨앗을 뿌리고 거름 주고 가꾸면서 보존내지 번영시켜 그 존재를 영원화시킨다. 백과는 달고 맛있고 영양 있는 열매속에 씨앗을 박아놓아 먹은 자의 손을 빌려 종족을 전한다. 아마도 머리가 제일 뛰어난 식물일 것이다.

그런데 지금 그와는 반대로 후손을 한사코 남기지 않으려고 결사적으로 노력하는 젊은이들이 많다 한다. 심할 경우 그것은 망국적인 결과를 만들어 최소한의 국가구성원의 숫자를 못 채울 것이라고 걱정하는 학자들이 많다. 모두 자기를 영원화시키는 것을 포기하는 자들의 소행인 셈이 된다.역 사에 이름을 남기기는커녕 자손보존도 포기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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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