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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찬순

전 충북문인협회회장

 삼국지하면 사람들은 누가 제일 먼저 생각날까. 나는 대뜸 제갈량(공명)과 관우(운장)가 떠오르고 그 다음은 조조, 유비, 장비, 조자룡(운)이다.

 제갈공명과 관운장이 첫손가락에 꼽히는 까닭은 그들이 가장 격조가 높기 때문이다. 관우는 소설 삼국지 첫머리에 화려하게 장식한 도원결의편(桃園結義篇)의 당당한 주인공이었고, 그들의 의(義)란 한(漢)나라를 지키는 것이었다. 공명은 27세의 무명 청년을 그 도원결의 형제들이 세 차례나 찾아와 스승 되기를 요청한 그 당사자다. 그때 삼고초려(三顧草廬)라는 명언이 생겨났다.

 그리고 세 번 만에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대뜸 경천동지 할 만큼의 폭탄을 터뜨렸다. 이른바 천하삼분론(天下三分論)이었다. 그리하여 땅 한 평 없는 유비는 공명을 깍듯하게 스승으로 모시면서 튼튼하게 팀을 꾸려 진짜로 삼국(위, 오, 촉한)중에 하나를 차지해 명실공히 파란만장한 삼국시대를 화려하게 엮어 나갔다. 그들은 모두 한나라를 지키는 것이 의라고 믿는 자들이었다.

 관운장은 키가 9척(어떤 기록은 2m라 했다)이고 수염이 2척(배꼽까지 내려왔다 한다)이어, 수염이 아름다운 미염공이라 존칭했다. 그런 그가 하루에 천리를 달린다는 적토마에 올라타고 청룡언월도를 높이 들고 전장을 달리면 아무도 당적 할 상대가 없어서 전쟁의 신(軍神)이라 부르기도 했다.

 어느 때던가. 조조를 돕게 됐는데 전투에 나가는 그를 격려하기 위해 뜨거운 술을 권하자 그가 말했다. 적장의 목을 베고 와서 마시겠다고. 그리고 질풍노도처럼 적진 속으로 뛰어 들어 단칼에 적장의 목을 땅에 떨어 뜨리고 와서 그 술잔을 받으니 아직도 술이 식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마도 나관중의 과장일 터이지만 그가 얼마나 뛰어난 용장인가를 단적으로 말해주는 한 예일 것이었다. 그는 정말로 군계일학의 명장이었다.

 그럼에도 관운장의 최후는 참으로 불행하게 그런 그의 격조를 떨어뜨리고 크나큰 재앙을 불러일으켰다. 재앙이란 그 자신의 명예와 목숨을 땅에 떨어뜨리고 장비와 심지어는 유비의 죽음까지 불러들인 것을 의미한다. 중요한 형주를 어처구니없게 잃은 것은 두 말 할 것도 없다.

 왜 그랬을까 어째서 그처럼 뛰어난 명장이 가장 참담하게 추락됐을까.

 적벽대전 이후 가까스로 중요한 형주 땅을 소유한 유비팀은 익주와 파촉을 공격하기 위해 출정하면서 관운장에게 그곳을 잘 지키라는 중대한 임무를 맡기며 제갈공명이 어떻게 이곳을 지켜내겠느냐고 물었다.

 관운장은 '오나라 손권이 쳐들어오면 용감하게 싸워 물리치고, 또 조조가 공격 해 온다 해서 한꺼번에 깨뜨리겠습니다'하고 씩씩하게 대답했다. 깜짝 놀란 공명이 언성을 높였다. '그건 안될 말이오. 동쪽 오나라와 손잡고 화해하며 함께 북쪽 조조와는 강경하게 맞서 싸워야 합니다' 이른바 동화북당(東和北當)의 대전략이었다.

 국가적인 대전략은 함부로 바꿔서는 안되는 법이다. 그런데도 관운장은 그 대전략을 깨뜨린 것이었다.

 손권이 화해를 요청했으나 오만하게 뿌리쳐서 싸움이 벌어지고 맥성전투에서 대패하고 사로잡혀 참수형을 당했다. 결단코 영웅의 최후는 아니었다. 219년 12월이었다. 그때 그의 나이 58세였다. 그런데도 불행은 혼자오지 않는다고 했던가 도원결의 형제들은 동화북당의 전략을 내던져진 채 복수에 눈이 어두워 이성을 잃고 동오와 또 다시 전쟁(이릉대전)을 일으키다 무참하게 패했다. 그 충격으로 유비도 죽음을 맞았다. 그들의 국운을 건 중차대한 대전략을 스스로 깨뜨린 결과였다.

 역사는 언제나 그런 어리석음 때문에 패망을 가져오기 일쑤다. 그러므로 '역사를 외면한 민족은 역사로부터 보복을 받다'는 명언을 잊지 말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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