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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찬순

전 충북문인협회 회장

본래 성의 일차적 목적은 치열한 전쟁의 최전선 사령부 역할이었다. 따라서 성탑城塔과 튼튼한 울타리 즉 방어용 성곽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전쟁이 없는 태평성대는 신비한 성역이고 권위의 상징이며 지배자의 왕궁이었다. 그러므로 성주城主는 하늘에서 제일 가까운 산위에 높은 집城을 짓고 천상에 살고 싶은 낭만주의자여서 평민들이 사는 영지領地로 내려갈 때는 백마 탄 신분 높은 영주領主였다. 서양의 고성은 그처럼 고색창연하고 멋스러운 환상을 갖게하여 내게 유럽의 모든 고성들은 마치 휘날리는 화려한 깃발 같았다. 그리하여 그 깃발은 강렬한 호기심을 불러 일으켜 유럽의 여러 곳 라인, 세느, 다뉴브 강이나 알프스 티롤 산맥이나 기타 많은 곳을 여행하면서 맞닥뜨린 고성을 가급적 최대한 깊은 내부까지 찾아가곤 했다. 허물어진 옛 성터, 속이 텅 빈 성벽, 절반쯤 무너져도 방치한 것 등이 있는가 하면 심지어는 호텔로 쓰거나 박물관으로 사용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그런 가운데서도 아주 특별한 것도 있었다. 첫째 독일의 「백조의성」은 가장 환상적이었다. 오스트리아 국경이 가까운 깊은 산 속에 그림 같고 화려한 동화의 무대 같은 곳, 독일의 황태자가 심혈을 기울여 쌓은 백조처럼 아름다운 성은 언제나 세계 각국에서 관광객들이 구름처럼 모여든다. 내부도 호화롭기 이를 데 없었다. 성위에 오르면 천하절경이었다. 지금은 관광수입이 엄청나다. 둘째는 프랑스의 몽셀미셀은 작은 섬 전체를 성으로 만들어 멀리서 봐도 훌륭한 예술품이었다. 바닷물이 차면 발길이 차단되고 물이 빠지면 걸어서 들어 갈 수 있는 본래는 수도원이었으나 성으로도 쓰였고 전쟁 중에는 감옥 역할도 했다. 역시 매일 사람의 물결이 끊이지 않았다. 우리가 갔을 때는 바닷물이 빠져 걸어서 성까지 갔다. 그 두 곳은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관광지였다. 셋째는 독일의 두 곳 산성山城은 많은 세월과도 싸우고 더구나 1.2차 험악한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아주 완벽하게 보존하여 본보기로 남았다. 성주와 가족들이 사용하던 금관, 빛나는 많은 반지 목걸이 등 보석들을 비롯하여 헤아릴 수 없는 엄청난 장신구와 일용품과 심지어는 숟가락 같은 부엌용품과 기사들이 쓰던 무기투구 갑옷까지 하나도 빠진 것이 없는 귀족들의 품위와 품격을 잘 나타내는 고성의 훌륭한 박물관이었다. 한 성의 해설자가 「우리 성의 공주님을 소개 합니다」고 말했다. 아직도 그 성에 살고 있는 영주의 젊은 아가씨가 우아한 자태로 나타나 「내 성에 오신 것을 환영 합니다」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내 성에 오신 것, 이라는 표현이 너무 인상적이어서 지금도 기억한다. 성주의 딸로 옛 성에 대한 애정과 공주라는 자긍심이 대단했고 「살아있는 성」의 사표 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모젤강변 마을을 보고 너무 매력적이어서 10년 후 딸의 차로 아내와 다시 찾았을 때 문득 크로아티아의 미항 두브로브니크를 보고 시인 바일런이 「지상의 낙원이 있다면 바로 이곳이다」라고 감탄했다는 말이 생각났다. 나도 그 모젤강 마을에서 그렇게 몇 번이나 감동했다. 모젤은 「어머니 강」이라 독일 사람들은 즐겨 부른다. 「어머니는 하늘 아래 가장 아름답고 항상 뜨거운 애정을 베푸는 우리에게 생명을 내려 준 위대한 존재」가 아닌가.

그런 모젤 중류 쯤 강 언덕에 크게 자리 잡은 성은 동쪽을 향해 강을 한눈에 내려다보며 강을 오가는 배들을 총괄하여 통행세를 받는 권력을 쥐고 있었다 한다. 한때는 프랑스 거부가 그 성을 사들이기도 했으나 다시 독일인에게 넘어 갔다는 것이었다. 해질 무렵 다름 성에 이르니 산자락의 포도밭들과 그 아래 중세시대의 빨간 지붕들과 강심을 오고가는 많은 배들이 저녁노을에 함빡 물들어 불타고 있는 모습이 황홀했다. 순간 릴케의 시가 떠올랐다. 「대지여, 대지를 흐르는 강이여, 나는 멀리서 흘러 온 이름 없는 몸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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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