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9번 공유됐고 1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류경희

객원 논설위원

당나라의 시인 백거이(白居易)는 당현종과 양귀비의 뜨거운 사랑을 '장한가(長恨歌)'로 아쉬워했다.

'7월 7일 장생전에서(七月七日長生殿)/깊은 밤, 아무도 모르게 약속했네.(夜半無人和語時)/하늘에서는 비익조가 되기를 바라고(在天願作比翼鳥)/땅에서는 연리지가 되기를 원하노라(在地願爲連理枝)/높은 하늘 넓은 땅 다할지라도(天長地久有時盡)/이 한은 영원하리니(次恨線線無絶期)'

장한가에 등장하는 '비익조(比翼鳥)'는 한쪽 눈과 한쪽 날개만 가지고 태어난다는 전설의 새다. 몸체가 반쪽이기에 비익조는 볼 수도 날 수도 없다. 그런데 세상에는 자신의 반대쪽 눈과 날개를 가진 또 다른 비익조가 있다고 했다. 태어난 대로 살다 죽는다면 불행하기 짝이 없는 불구의 일생이지만, 자신의 반대쪽 눈과 날개를 가진 또 다른 비익조를 만나는 순간 둘이 하나로 합쳐져 자유로이 세상을 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백거이가 노래한 장한가에 비익조가 등장하면서 비익조는 널리 알려졌다. 온전한 구실을 못하는 두 몸이 합쳐질 때 비로소 완전체가 되기 때문에 남녀 간의 사랑을 이야기할 때 상징적으로 비익조를 가져다 쓴다.

비익조와 같은 사랑의 상징으로, 뿌리가 각각인 나뭇가지가 서로 엉켜 한 나무처럼 자라는 나무가 '연리지(連理枝)'다. 이성간의 애절한 사랑을 연리지에 비유하지만, 연리지는 본래 한 몸과 같은 지극한 효성을 나타내는 말이었다. 선비들의 우정과 의리를 연리지에 빗대기도 했다.

예로부터 연리지에 정성을 바치면 부부 사이가 좋아진다는 속설이 있었다. 연리지에 올라가 기도를 하면 기도하는 사람이 짝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음이 전해져 상대방이 그날 밤 잠을 이루지 못하게 된다고도 믿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상사병이 옮겨가리란 천진한 믿음으로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연리지를 찾아 기원했으리라.

연리지의 전설을 만든 나무가 '상사수(相思樹)'다. 춘추시대 송(宋)나라 강왕(康王)은 절세미인인 한빙(韓憑)의 부인 하씨(何氏)를 억지로 빼앗아 취했다. 처를 빼앗긴 한빙이 억울해하며 왕에게 항의하자 강왕은 한빙에게 성단(城旦)의 벌을 내린다.

변방에서 낮에는 도적을 지키고 밤에는 성을 쌓는 혹독한 노역형이었다. 한빙은 굴욕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했다. 남편의 죽음을 알게 된 하씨 역시 한빙과 합장해 달라는 유언을 남기고 자살한다. 자신과 함께 누대에 올랐을 때 몸을 던져 자결한 하씨를 보고 분노한 강왕은 합장해달라는 하씨의 유언을 무시하고 두 사람을 떨어져 바라보게 묻었다.

두 사람을 매장한 날 밤, 두 그루의 개오동나무가 각각의 무덤 끝에서 돋아났다. 나무는 열흘이 채 못 되어 아름드리나무로 자라더니 점점 몸체가 구부러져 서로에게 다가갔다. 땅 속의 뿌리도 서로 엉켰다. 한 나무처럼 얽힌 개오동나무 위에 한 쌍의 원앙새가 날아와 앉아 떠나지 않고 목을 비비며 슬피 울었다. 송나라 사람들은 눈물을 흘리며 나무에 상사수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설화에 등장하는 상사수가 연리지다.

'비익조(比翼鳥)'와 '연리지(連理枝)'를 합하여 '비익연리(比翼連理)'라는 말로도 쓴다. 애절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상징이다.

지난 13일, 중국 인권운동가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류샤오보가 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숨을 거두기 전 류사오보가 아내에게 남긴 마지막 한 마디가 "잘 사시오"였다고 한다. 눈을 감으면서도 아내의 안녕만을 빈 류샤오보의 마음에 가슴이 먹먹하다.

중국 정부의 탄압과 감시 속에서도 외국으로의 도피를 거부해왔던 류샤오보는 간암 말기 선고를 받은 뒤 외국으로의 이송 치료를 강력히 희망했었다. 자신의 치료를 위해서가 아니라 아내 류샤가 해외에 나가 자유롭게 살 수 있기를 바라서였다.

고난과 역경 속에서 이성간의 사랑을 넘어 선 동지적 사랑을 완성한 이들을 통해 '비익연리(比翼連理)'의 실체를 본다. 죽음도 갈라놓지 못할 굳건한 사랑이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