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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6.11.14 17:20:24
  • 최종수정2017.02.26 15:22:57

류경희

시인이자 가수인 레너드 코헨(Leonard Cohen)이 82세의 일기로 지난 11일 사망했다. 갑작스런 비보에 맑은 가을이 우울하다.

캐나다 몬트리올 출신인 레너드 코헨은 전설적인 시인이자 싱어 송라이터로 세계가 존경한 예술가다. 2000곡 이상을 작곡했을 만큼 왕성한 작품활동을 한 그는 국내광고의 배경음악으로 쓰여 관심을 받은 '아임 유어 맨(I'm your man)'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인기가 높았다.

철학적 가사를 흉내 내기 힘든 저음으로 대화하듯 노래한 코헨은 그에게 열광하는 팬층을 두텁게 확보하고 있었으나 빌보드 등 음악차트에 오른 적이 없었다. 음악차트의 인기 순위와는 전혀 관계없이 인기 높은 독특한 가수였던 셈이다.

웅얼웅얼 가라앉은 힘없이 단조로운 음색과 빈약한 멜로디에도 불구하고 그의 노래가 대중의 가슴에 파고든 이유는 은유적이며 사색적인 밀도 높은 가사 때문이었다. 해서 그의 음악을 Poetic Rock(시적인 록음악)이라 분류한다.

그는 상업적 인기에 목을 매는 여느 대중가수들과 비교 불가한 예술인이었다. 캐나다에서는 음유시인이 아닌 노래를 통한 사상가로 코헨을 존경했다. 명문 맥길 대학과 컬럼비아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했고, 가수의 길로 들어서기 전 시와 소설을 발표해 문인으로 이름을 떨친 이력 또한 예사롭지 않다.

코헨의 작품 중 소설 '에로티카'와 '나는 너의 남자' 그리고 시집 '수잔과 함께 강가에 앉아'는 국내에서도 번역, 소개된 바 있다.

팔순의 나이가 무색하게 녹슬지 않은 삶을 살았던 코헨은 지난 10월에도 새 앨범을 발표했다. 놀라운 예술혼이다. 그보다 더 놀라운 점은 삶에 대한 그의 자세였다. 미국의 유명 매거진 뉴요커가 최근 인터뷰를 통해 죽음에 대한 질문을 던지자, 노대가는 아무렇지도 않게 선선히 "죽을 준비가 돼 있다"고 대답했다.

"아직 할 일은 많지만 연연하지 않는다"는 그의 담담함은 범접하기 힘든 내공이 느껴진다. 인간의 삶이 유한하고 일회성이라는 점을 모르지는 않지만 막상 죽음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당하는 죽음이 아니라 맞이하는 죽음, 죽음의 주인이 되어 죽음을 넘어가는 죽음, 존엄하고 평화로운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 비우는 연습을 해야 한다지만 나이가 들수록 아까운 것과 하고 싶은 일이 더 많아지는 것 같다. 그래서 죽음 앞에 초연해지기는커녕 죽음에 맞서 화를 내며 누추해지는 것이 보통사람의 모습이 아닌가.

이미 죽을 준비가 되어 있다는 그의 인터뷰 기사를 보며 '이제 그도 삶을 정리할 나이가 된 노인이구나' 생각했었지만, 빛나는 현역이었던 레너드 코헨의 죽음이 믿기지 않는다. 그의 노래 낸시(Nancy)의 가사처럼 그는 죽음으로써 더욱 자유로워졌을까.

코헨의 히트곡 '낸시'의 모티브가 된 어느 미혼모의 이야기는 외롭고 어둡다. 미혼모가 된 딸을 완고한 부모는 용서하지 않았고, 심지어 딸의 아이를 다른 곳에 입양해 버린다. 1960년대 초반은 미혼모로 살기가 녹록치 않은 시대였을 것이다. 그 후 그녀는 우울증을 겪다 부모의 집 욕실에서 남동생의 권총으로 자살을 한다.

세상을 버린 가여운 그녀를 위해 레너드 코헨이 만든 노래가 낸시(Seems so long ago, nancy)다. 그를 기리며 마음을 담아 낸시의 마지막 소절을 불러본다. "she's happy that you've come" -레널드 코헨, 당신이 세상에 와주어 행복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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