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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경희

객원 논설위원

한 국회의원에게 정치인이라서 가장 좋은 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던졌다. 은근히 유머가 있는 이 양반은 바로 "미인의 손을 얼마든지 잡을 수 있다"라고 대답했다. 악수가 흔한 인사법이지만 정치인이 아니었다면 지나가는 여인의 손을 태연히 잡고 흔들 수는 없었을 테니, 정치인이 누리는 최고의 즐거움이라는 그의 말이 농담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낯선 사람을 만났을 때 오른 손에 들고 있던 무기를 버리고 손을 내민 데서부터 악수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무장해제의 제스처였나 보다. '너와 싸울 의사가 없다'는 뜻으로 오른손을 내밀었기에, 특별한 장애가 없는 한 반드시 오른손을 잡는 것이 악수의 원칙이 됐다. 왼손잡이도 악수는 오른손으로 하는 것이 예의다.

무기를 가지고 다니지 않는 여자끼리는 악수를 하지 않았다. 여성에게 남성이 먼저 악수를 청하는 것을 실례로 여기는 풍습도 이런 연유에서다.

악수에도 나름대로의 격식과 에티켓이 있지만 악수를 하는 방법은 어려울 것이 없다. 땀이나 물에 젖지 않은 청결한 손으로 상대방의 손을 적당한 힘으로 잡고 몇 차례 흔들면 된다. 악수를 할 때의 시선도 중요한데 상대방의 눈을 친근한 표정으로 응시하는 게 좋다.

그런데 이렇게 쉬운 악수를 제대로 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지 않다. 힘자랑을 하듯 비명이 나올 정도로 힘껏 손을 쥐는 사람도 곤란하지만 손을 바로잡지 않고 손바닥을 편 채 스치듯 악수하는 사람은 정이 붙지 않는다. 시선을 맞추지 않고 건성으로 손만 잡는 사람은 신뢰감이 없다.

그 중 최악이 여성과 악수하면서 슬쩍 손바닥을 긁는 사람이다. 제 딴엔 친밀감의 표시였을지 몰라도 당하는 사람의 기분은 이보다 더 더러울 수 없다. 천박한 성희롱을 당한 여성들이 뒤에서 벼르고 있음을 알아야한다.

전 세계인이 공통적으로 비슷한 악수를 나누는 것 같지만 나라마다 독특한 악수문화가 있다. 스위스, 콜롬비아 남자들은 한 장소에 있는 모든 사람과 악수를 나누는 것이 예의다. 정이 넘치는 남미사람은 한없이 오랫동안 악수를 한다. 아랍 에미리트에서는 반드시 연장자가 먼저 악수를 시작한다.

여성과 남성의 악수도 문화차이가 있다. 호주에선 여성끼리 악수하지 않는다. 미국인들은 비즈니스 외에는 남성이 여성에게 악수를 청하지 않는다. 러시아와 인도도 마찬가지다. 이와 반대로 케냐, 브라질, 칠레에서는 남성이 여성에게 악수를 청하는 일이 자연스럽다. 한국은 칠레 뒤에 이름을 올리는 것이 맞겠다.

상대 손을 잡을 때 힘을 넣는 정도도 다르다. 힘을 주지 않는 악수를 불친절하게 여기는 미국과 브라질인은 손을 힘 있게 쥐고 흔들지만 프랑스, 인도, 일본인, 터키는 악수할 때 상대의 손을 가볍게 잡는다. 손을 강하게 잡는 것을 공격적인 행위로 인식하기 때문이란다.

원색적인 파행으로 화제를 몰고 다니는 트럼프는 악수도 비상식적이다. 아베신조 일본 총리를 쩔쩔매게 만든 19초 악수, 사진기자들의 요청을 못 들은 척하며 끝까지 거부했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악수, 손을 꼭 붙잡고 다른 손으로는 손등을 토닥거렸던 테레사 메이 영국총리와의 악수 등이 모두 트럼프스러웠다.

트럼프의 안하무인격 악수 방식에 선빵을 날린 사람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다. 혈기 넘치는 청년 마크롱은 트럼프 대통령의 손을 있는 힘껏 잡고 한참을 놓아 주지 않았다. 트럼프의 손이 피가 통하지 않아 하얗게 보일 정도였다. 마크롱은 트럼프의 악수 스타일에 대한 조언을 듣고 미리 준비했다고 고백했다.

마크롱은 "비록 상징적인 것이지만, 작은 양보도 하지 않겠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라고 밝혔다. 상대의 손을 힘주어 오랫동안 쥐는 것을 비 매너로 여기는 프랑스 대통령이 작심하고 트럼프에게 본때를 보인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고도로 계산된 외교적 메시지를 담고 있는 '트럼프 악수외교'를 무난히 대응했다. 대통령이 느낀 악력의 속이야기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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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