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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경희

객원 논설위원

친정어머니가 딸을 시집보낼 때 챙겨주지 않던 혼수가 있었다. 칼과 도마다. 칼과 도마를 시어머니가 시집 온 며느리에 내렸던 것은 칼로 끊듯 친정과의 인연을 끊고 칼질을 견디는 도마처럼 시집살이를 견디라는 의미였다.

시대가 변하면서 이런 풍습은 빛을 잃었다. 그러나 칼을 선물할 때 동전 한 닢쯤의 돈을 주고받기도 한다. 선물이 아닌 매매의 형식을 취해 칼이 지닌 단절과 절단의 꺼림칙한 이미지를 떨쳐버리고픈 행동이다.

칼은 도(刀)와 검(劍)으로 나뉜다. 외날의 칼이 도, 양날의 칼은 검이다. 한쪽에만 날이 있는 도는 베기 위한 칼이다. 잘 베기 위해 도는 보통 곡선의 형태를 지닌다. 자루 부분이 길며 잘 베어지고 그 베어진 부위가 넓게 나타난다. 검에 비해 도는 좀 더 생활과 밀접하다. 식재료를 자르고 깎는 칼이 식도, 과도다. 의사가 수술을 위해 칼을 잡는 것도 집도라 한다.

양쪽에 날이 있는 검은 찌르기 위한 칼이다. 칼날보다 자루 부분이 짧은 검은 서양에서 발달했다. 포크도 일종의 검이라고 본다.

칼은 일상생활용부터 전투용, 의례용, 무속용 등 안 쓰이는 곳이 없었다. 그래서 어떤 보화보다 귀하게 여긴 물건이 칼이었다. 치장에도 공을 들였는데, 칼날에 꽃이나 북두칠성, 용의 형상 등과 함께 글귀를 새겨 넣고 칼자루엔 옥과 같은 보화나 수술을 매달았다.

조선시대에는 양날의 검보다 단단하고 사용이 편한 외날의 도를 전장에서 주로 썼다. 환도(還刀), 쌍수도(雙手刀), 협도(挾刀), 언월도(偃月刀) 등 다양한 형태의 칼이 있었는데 특히 환도를 많이 사용했다. 조선 후기에는 모든 칼을 환도라 칭했다하니 얼마만큼 환도를 많이 사용했는가를 짐작하게 된다.

칼집에 돌아가는 고리가 달려 있어 환도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환도장이 만들어 납품한 환도를 병사들은 제멋대로 짧게 변조했다. 환도의 고리를 허리춤에 간편히 달고 다니기 위해서였다.

환도의 길이는 점점 짧아졌는데 나중엔 적을 살상하는 무기가 아니라 간신히 호신용으로 쓸 정도의 칼이 되고 말았다. 짧아진 환도를 지녔던 조선의 병사들은 임진왜란 때 낭패를 당한다. 팔 길이가 넘는 일본도를 단출한 환도로 막아낼 수 없었던 것이다.

얼마 전 미술 감정 텔레비전 프로그램인 '진품명품'에 1398년(무인년) 제작된 조선의 칼 '사인참사검'이 등장해서 화제가 됐었다.

사인검은 왕실과 국가의 안녕을 위해 주술적 목적으로 궁에서 보관하거나 공신들에게 하사한 칼이다. 사악한 기운을 끊고 재앙을 막는 주술적 목적의 칼은 호랑이를 뜻하는 '인(寅)'자가 겹치는 날을 택해 제작했는데, 호랑이의 힘을 빌려 사악한 귀신으로부터 왕실과 궁중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함이었다.

인년(寅年)의 인월(寅月), 인일(寅日), 인시(寅時)에 일정한 자격을 갖추고 특정한 의식을 거친 도공이 평생에 한 번 벽사의 기운을 담아낸 이 특별한 칼은 한 면에 '사인참사검(四寅斬邪劒)'이라는 명문을 은입사기법으로 새기고 다른 한쪽에는 동서남북 사방을 의미하는 28수 별자리를 금 입사했다. 손잡이 부분은 상어 가죽이다.

칼날에 새긴 24자의 한자 주문이 검에 신령한 기운을 넣은 비결인 '검결'이다. '이 세상천지 간에 정령이 충만하네. 해와 달의 형상이며 산과 물의 모습이네. 천둥벼락 몰아치며 샛별도 움직이네. 산 같은 악 밀쳐내고 베어내어 바루리라'

푸틴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1800년대에 만들어진 조선시대 검 한 자루를 선물했다. 호전적인 러시아인들은 칼 선물을 최고로 친다고 들었다.

어떤 종류의 검인지 정보가 아직 없지만 러시아의 대통령이 선물한 칼이 러시아의 검이 아닌 조선의 검이란 점이 의미심장하다. 우리의 칼은 남을 살상하는 칼이 아니었다. 사인검의 검결처럼 '산 같은 악 밀쳐내고 베어내어 곧게 세우는' 칼이었다. 돌아 온 조선의 칼에 사인검의 바른 검결을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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