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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경희

객원 논설위원

입 밖으로 내기 망설여지는 주제를 꺼내보겠다. 민망하지만 여성들의 생리대 이야기다. 서울 인사동길 한 공사장 가림막에 생리대 10여장과 여성 속옷을 내 건 전대미문의 퍼포먼스가 있었다.

행사 본래의 취지는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평균보다 2배 가까이 비싼 한국의 생리대 가격'에 대한 항의 시위였다. '생리라고 말하는 것조차 금기시하는 억압에 대한 저항'이라는 문구가 덧붙여졌다.

행사를 주최한 캠페인 제안자는 제 권리를 찾을 줄 아는 소비자 의식이 서 있는 사람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부당하게 높은 생리대 가격을 정부가 나서서 규제하라는 시위에 꼭 생리혈이 묻은 것처럼 붉은색 물감을 칠한 생리대를 전시해야 했는지, 지나치게 친절한 보도사진을 통해 드러난 현장은 거북함을 넘어 구역질이 솟구치게 했다.

제발 소문으로 그쳤길 바랐지만 사용했던 속옷까지 들고 나와 붙인 강성 참여자가 있었던 모양이다. 관음증 환자를 만족시켰을 그녀는 피 묻은 생리대가 더럽다는 생각의 전환점이 됐으면 해서라며 더럽다고 숨기는 분위기를 바꾸고자 한다는 결연한 의지를 피력했다.

생리는 임신이 되지 않았을 때 자궁내막이 호르몬의 분비 주기에 반응, 저절로 탈락하여 배출되는 현상이다. 남자들은 짐작도 못할 불편은 기본이고 형용이 불가한 통증이 따라 붙기도 한다. 정서의 기복도 커서 내 안에 다른 사람이 들어 왔다 나간 듯한 경험을 하는 사람도 있다.

생리로 불편을 호소하는 사람을 배려해 줘야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생리혈이 묻은 생리대는 인체의 노폐물이 밴 더럽고 냄새나는 쓰레기일 뿐 내놓고 자랑할 신성한 대상이 절대 아니다. 휴지통에 버리더라도 다른 사람을 배려하여 깔끔히 싸서 처리하는 것이 당연한 에티켓임을 누구나 알고 있다.

입장을 바꿔 노년층이 변이 묻은 실금 팬티를 벌건 대낮에 내다 걸고 일회용 위생팬티의 가격을 복지차원에서 정부가 조정하라 외쳤다면 어떤 반응이었을까. 노망난 노인의 망동으로 신고 대상이었을 뿐, 독자를 자극하는 황색저널의 관심을 끌 수는 없었을 것이다.

여성의 피 묻은 속옷이 귀하게 거래된 예가 있었다. 남아선호 사상이 국가를 지배한 조선시대의 일이다. 혼인을 한 여인들은 가문을 잇는 아들을 낳기 위해 도끼나 석불 등을 몸에 지녔는데 그 중 가장 효험 있는 물건으로 꼽았던 것이 아들을 낳은 산모의 출산혈이 밴 속옷이었다.

아들을 잉태하는 데 즉효가 있다고 믿은 귀한 산모의 속옷은 구하기 만만치 않은 물건이었다. 가까운 친 인척 간에나 은밀히 받을 수 있었기에 아들을 간절히 원하는 집에서는 속옷을 훔치기까지 했다고 전한다.

주눅 들지 않는 당당한 자신감을 넘어 타인을 외면하게 만드는 몰염치한 여성들이 도처에 널려 있다. 버스나 지하철 안에서 큰소리로 쌍욕을 날리며 웃고 떠드는 것은 기본이다. 대로변에서 행인들과 눈을 맞추며 담배연기를 날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침을 뱉는다. 만취해서 아무데서나 널브러져 잔다. 화장실이 아닌 직장이나 학교의 복도에서 태연히 양치질을 하며 돌아다닌다.

그러나 보통 용기로는 이런 여성을 지적 하지 못한다. 바른말을 한다면 바로 구태에 젖은 꼰대를 넘어 여성비하자로 봉변을 당할까 두려워서다. 시대에 맞춘 씁쓸한 처세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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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