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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7.11.05 13:57:15
  • 최종수정2017.11.05 14:00:23

류경희

객원 논설위원

조문(弔問)은 고인의 영전에 예를 올리는 조상(弔喪)과 유족의 슬픔을 위로하는 문상(問喪)을 합친 말이다. 조상과 문상이 장례식장에서 동시에 이뤄지는 요즘엔 조상과 문상을 가리지 않고 같은 의미로 뭉뚱그려 조문이라 표현하지만, 원칙을 따지던 윗세대는 이를 구별해 지켰었나 보다.

즉, 망자가 생전에 알던 분이면 영전에 조상하고 상주에게도 문상했지만 망자를 알지 못하는데 상주에 대한 예의로 상가를 찾았다면 조상하지 않고 상주에게만 문상했다. 내외를 엄히 지켰던 때는 남자 문상객은 망자가 상주의 모친인 경우에도 상주에게만 문상했다.

상가에 가면 먼저 영전에 절을 올리는 것이 통례가 된 지 오래라 이게 무슨 생뚱맞은 예법인가 싶지만 상주와 절친한 사이일지라도 돌아가신 모친을 생전에 뵌 적이 없으면 문상만을 했던 것이 전통 상례다.

성인식인 관례, 혼인식인 혼례, 그리고 장례 의식인 상례, 제사 의식인 제례를 합한 관혼상제 중 가장 황망하고 일이 많은 의식이 상례다. 그래서 상을 당했다는 연락이 오면 만사를 미루고 상가를 찾는 것을 당연한 도리로 여겼다.

망자와의 이별을 슬퍼하며 유족을 위로하는 장례가 이루어지는 상가는 용서와 화해의 장이기도 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망자 생전에 소원했던 관계의 사람이라도 문상객이라면 무조건 정중히 모셨다.

장례를 다룬 영화 '축제'의 대본을 쓴 작가 이청준은 '궁극적으로 죽음은 한을 쌓는 행위와의 작별을 의미하며 가난과 고통으로 점철된 삶의 연장선에서 벗어남을 뜻한다'고 했다. 온갖 번뇌의 시간에서 완전한 무의 세계로 나아가는 것이 죽음이라는 의미겠다.

망자를 편안히 보내기 위해 유족들은 순하고 화기롭게 손님을 맞으며 장례를 치렀다. 여러 사람이 한 공간에서 며칠 북새통을 겪다보면 큰소리에 주먹다짐이 오가기도 하지만 이 또한 응어리를 푸는 화해의 과정으로 이해했다. 이것이 우리의 장례문화다.

이재명 성남시장이 폐암 투병 중 숨진 친형 이재선 씨의 빈소를 찾았으나 조문을 하지 못한 채 돌아왔다고 한다. 유족 측의 반대로 조문을 하지 못한 채 대학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형의 빈소를 돌아나서는 이시장의 침통한 모습이 언론매체마다 도배다.

유족들은 이 시장을 향해 "무슨 염치로 왔냐"며 출입을 막았다. 박사모 성남지부장으로 동생과 맞서던 형의 돌연한 부음보다 친 동생의 조문을 막은 유족의 분노가 더 놀랍다. "이 시장은 빈소에 올 자격이 없다. 고소를 취하하지도 않은 채 비서를 통해 방문 사실을 알린 것도 진정성이 없다"는 것이 유족의 입장이다.

이시장과 형 재선씨는 모범적인 형제였다. 생계를 위해 중학교도 마치지 못할 만큼 가난했던 이시장은 공장에서 일하며 검정고시로 중등학교 과정을 마치고 82년 중앙대 법대에 입학했다.

정비공으로 일하고 있던 형도 동생의 권유로 이듬해 건국대 경영학과로 진학했다. 이시장과 형 재선씨는 86년 각각 사법시험과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한다.

가난을 딛고 서로 의지하며 우애 있게 성장한 형제 사이가 어긋나기 시작한 것은 재명씨가 시장에 당선된 이후부터다. 이 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권 청탁 등 형의 부적절한 행위들을 공개 했고, 형은 이와 같은 폭로를 '의도적이며 악의적'이라 반박했다.

소소하게 대립하던 두 사람은 2012년 형의 노모폭행 논란사건으로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넌다. 사건현장에 있던 형수에게 유감을 품은 이 시장이 형수에게 전화해 욕설을 퍼부었는데, 아직도 유튜브 등을 떠도는 욕설은 평범한 욕설이 아니었다. 어머니에게 대든 형이나 형수에게 막말을 한 동생이나 공히 패륜적 행태를 저지른 것이다.

이 시장의 정치적 영향력이 커지면서 형과의 불화는 이시장이 무엇보다 먼저 해결해야 할 큰 숙제로 남아있다. 형의 빈소를 찾은 시동생을 형수가 받아주었더라면 자연스레 난제가 풀렸을 텐데, 이 시장의 처지가 갑갑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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